보조금·금융지원 이어 이달말 특례요금제 추가
“배터리社 리스크 전기소비자에 넘기나” 비판

▲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캠퍼스 비상전원 ess설비 구축 현장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 장관(오른쪽 첫번째)이 내부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조만간 기존 전기요금 체제까지 손을 대 ESS에 관한 추가 지원책을 마련한다. 아직 ESS가격이 비싸 각종 보조금과 지원책을 동원하고도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서다. 이렇게 하면 새 수요가 창출돼 투자 대비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LG 등 국내 배터리 대기업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기업의 리스크를 다수 일반 전기소비자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건물이나 상업시설에 태양광 등 신재생 설비와 일정비율 이상의 ESS를 동시 설치할 경우, 자체적으로 생산한 발전량(절감량)의 50%만큼 한전 사용 전기료를 할인해 준 뒤 여기서 추가로 최대 50%를 재차 할인해 주는 ‘에너지신산업 특례요금제 개편안’을 빠르면 이달말 시행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당국과 업계는 최근까지 수차례 만나 지원수준과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례할인제는 ESS·전기차·신재생 등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한 친환경에너지 요금할인 특례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개편하려면 한전 전기료 공급약관을 손질해야 한다. 산업부는 ‘속전속결’ 방침에 따라 이달말 한전이 이사회를 열어 약관 개정안을 올리면 이를 즉각 인가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요금 할인율은 최소 20%에서 최대 50%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로 통칭되는 ESS는 이전부터 전기료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아왔다. 2015년부터 경부하 충전료 10%를 깎아줬고, 작년 4월부터 피크감축량만큼 기본료를 10년간(~2026년) 할인해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ESS용량에 따라 3년간 충전요금 50%와 기본료를 최대 3배 차등 할인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ESS를 설치하는 공장·상가(산업용을 고압A, 여름철 기준)는 경부하 때 kWh당 61.6원의 절반인 30.8원에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최대부하 때 충전비의 약 6.4배인 196.6원에 전기를 되팔 수 있게 됐다. 기본료 감면혜택은 별개다. 여기에 이번 특례할인까지 추가되면, 전기료 체제에서 ESS가 받는 보조는 더 커진다. ESS는 태양광 연계 시 REC가중치 5.0도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파격적인 'ESS 세일즈'에 나선 이유는 국내 배터리대기업 내수물량 창출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을 마친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세계 1,2위란 수사가 무색하게 해외 규제와 공장 가동률 급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자 정부가 나서 ‘ESS=신산업’이란 명분으로 정책지원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에너지업계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신산업을 발굴·육성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단과 정도가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A 정책 전문가는 “(신산업)돌파구를 찾는건 좋은데, 요금제 개입은 ESS기업들의 투자리스크를 다수 일반 전기소비자에게 N분의 1로 분담시키는 격”이라며 “정부가 ESS에 대해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느낌”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ESS를 보급한다고 이미 전기료를 한참 비틀어 놨는데 이 때문에 얼마나 요금왜곡이 일어날지, 이를 통한 산업부양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기술기준도 없이 전개되고 있는 각종 ESS금융지원사업과 보조사업도 훗날 눈먼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술개발 성과에 대한 중간 점검없이 정부주도로 물량만 키우는 지금까지의 ESS 보급·지원정책도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해외 신재생 융합 ESS 지원정책을 살펴보면, 유럽연합 주요국은 우리처럼 정부가 목표까지 만들어 ESS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라 규제기관이나 일부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틈새시장 발굴 차원에 개별적으로 관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본토와 떨어진 섬 지역 에너지자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ESS에 규제기관이 2~3MW 규모로 경쟁입찰을 발주하는 형태이고, 독일은 신재생 확대에 따른 주파수 유지를 위해 신재생 연계 ESS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높은 ESS시스템 구축비용 탓에 사업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소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속도와 물량에서 다른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5000억원이 투입되는 500MW 한전 주파수조정용 ESS사업이 연내 마무리 되는 것을 비롯해 작년 한해 225MW, 올해 270MW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이들 사업은 사실상 모두 저장매체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다. 현재까지 발표된 리튬전지 프로젝트만 620MW, 9000억원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양수발전 등 전통방식의 에너지저장을 포괄적으로 ESS로 인식하는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 더욱이 정부 주도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한전 FR ESS사업조차 아직까지 외부에 이렇다 할 성과보고서가 공개된 적이 없다.

A 전문가는 "한국기업들이 리튬배터리 분야 선두이듯 다른 ESS산업 선발주자도 이미 정해져 있다. 앞으로 ESS산업은 단순한 배터리가 아니라 PCS(전력변환기), PMS(전력제어기) 등 요소기술들을 결합해 완제품화하는 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기술개발과 각국 정책·규제를 파고드는 프로젝트 개발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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