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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의 기후정책과 책임투자자의 대응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451호] 2017년 04월 10일 (월) 08:01:53 양춘승 karlcsy@hanmail.net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지난달 28일 미국 트럼프대통령은 민주당 정부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정책을 뒤엎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모든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재고하거나 폐기하고 에너지 안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석탄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기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 감축하라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완화 혹은 폐지할 것, 신규 석탄 발전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재고할 것, 석유나 가스 처리 시설에서 유출되는 메탄가스 양을 2025년까지 2012년 대비 40% 낮추라는 규제를 재고할 것, 기후 관련 규제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생긴 개념으로 2015년 기준 톤 당 36달러로 책정된 이른바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을 다시 검토할 것, 5억70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정부 보유 석탄매장지의 민간 임대 중단 정책을 해제할 것 등이다.

아직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것인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런 정책 기조가 강화된다면, 미국은 파리기후협정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현실화되면 2005년 대비 14% 감축에 그칠 것이고, 결국 미국의 약속은 휴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위인 미국이 약속을 깬다면, 현재 배출 1위인 중국도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기 대비 2℃ 이하로 묶어 지구의 생명을 살리자는 인류의 염원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행히도 책임투자자들이 앞장서 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 기업의 변화를 채찍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촉진하고자 하는 비영리기관인 ‘As You Sow’는 금년 미국 기업의 주총에 제출된 수많은 기후변화 관련 주주제안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발전 기업에 대해서는 지구온난화가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미칠 영향과 기후협약이 시사하는 전략적 의미를 보고하라고 요구하고, 세일가스 개발 기업에게는 메탄가스 유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영향과 매출 손실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 설정과 탄소회계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고,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적극 나서라는 요구도 비등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 대한 투자 철회(divestment), 사막화에 대한 우려, 석탄 사용으로 인한 건강 위험, 좌초자산(stranded assets) 등 다양한 이슈들을 금년 미국 주주총회에서 책임투자자들은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책임투자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반기후적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파리기후협정이 가져올 위험과 기회에 적극 대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 화석연료 산업을 부흥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시킨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이 얼마 가지 못할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전통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스스로 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석기 시대가 사라진 것은 돌멩이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야마니(Sheik Yamani)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의 주장은 화석연료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석유와 석탄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화석연료와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일자리를 만든다는 트럼프의 계획은 흘러간 물로 풍차를 돌리려는 것과 같다. 책임투자자들은 이 엄연한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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