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후변화포럼·신재생에너지학회 주최 기후·에너지 정책 토론회 성황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20~40% 제시…이행력 부족 지적도

[이투뉴스] 19대 대선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전력믹스 전면 재편을 시사했다. 집권 시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을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이들 전원비중을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LNG발전을 가교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높이는 한편 중앙정부에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를 두겠다는 후보도 다수였다. 하지만 각 정당 공히 목표 대비 세부 이행계획이 아직 빈약하고, 추가 소요 재정이나 전기료 인상요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 정당 19대 대선후보의 기후·에너지 정책 구상을 듣는 정당초청 토론회가 에너지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높은 관심속에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회기후변화포럼과 에너지시민연대,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의장 한덕수),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회장 이영호 한국해양대 교수)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대선캠프의 에너지·환경 담당자가 정책비전을 설명한 뒤 각계 패널들의 개별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우선 김좌관 문재인캠프 국민성장 환경에너지팀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책 발표에서 원자력 정책을 진흥에서 안전 우선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팀장은 “문 후보가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도 중단하고 계획 원전은 짓지 않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가동중인 원전도 안전성을 정밀 재검토해 수명을 다시 따져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후보는 석탄화력 신규 건설을 억제하고 가스발전의 이용률을 높여 공급안정성을 확보하되 발전용 연료에 대한 과세체계를 개편하고 수요관리를 강화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비중목표는 2030년 20%로 제시했다. 김 팀장은 “지금의 배 이상 속도로 신재생 발전량을 늘리는 다양한 계획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석탄화력 비중을 줄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착공 이전인 당진에코파워 1,2호기와 삼척화력 1,2호기 등 석탄 4기 허가를 보류한 뒤 이를 올 하반기 8차 전력수급계획 때 친환경발전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시기에 화력발전소 가동율을 70% 수준으로 낮추는 환경급전을 시행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금융의 석탄화력 투자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오정례 국민의당 정책실 환경전문위원은 “환경은 안보이고, 국민생명이 우선이다. 안보란 국민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한쪽에선 석탄을 태우고 다른쪽에선 미세먼지 대책을 세웠다. 부처별 정책 일관성 부재와 정부 부처간 칸막이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오 위원은 환경급전과 관련, “많은 분들이 재원을 이야기 하는데, 에너지세제 개편과 12조원의 한전 영업이익 같은 걸 활용해야 한다”면서 “환경과 에너지를 생각하는 여·야·정·시민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전기요금 문제 등을 풀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20%로, 태양광과 풍력 등 순수 재생에너지 비중이 최종에너지 소비량에서 그 비중을 달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에너지시장 관피아 현상이 석탄화력과 원자력 활성화의 원인중 하나”라며 에너지공기업 중심 독과점을 해소와 산업부의 에너지시장 감독기능 별도 분리 등을 과제로 꼽았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비중을 거론하지 않았다.

박장혁 바른정당 전문위원은 건설 원전을 제외한 미착공 및 계획원전의 전면 유보와 석탄발전 가동율 하향 조정 등을 유승민 후보의 전력믹스 정책으로 제시했다. 박 위원은 “에너지정책은 기후변화 대응, 공급안정성, 에너지안보, 에너지복지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원전과 석탄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최대한 보급하되 우리 여건을 감안해 과도기적으로 저탄소 천연가스를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현실적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세우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유승민 후보 측도 구체적 원별 비중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박 위원은 “원전 안전에 대해서도 각별히 심층적 연구와 대책을 마련하고, 미세먼지는 먼저 발생원을 정확히 분류한 뒤 전수 조사해 그걸 통해 실효성 있는 저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석탄화력의 경우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급전방식을 경제급전에서 환경제약급전, 환경급전 순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되 우선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환경제약급전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원자력에 대해선 정당 중 유일하게 안전을 전제한 활용을 주장했다. 박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거의 전량의 에너지를 수입해 위기상황 시 에너지안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수급안정성이 높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해 에너지안보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탈핵시대를 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다른 후보와 선명성 차별화를 시도했다.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 비중도 4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핵발전소 위험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하고 안심하는 것이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근본적 개혁일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획기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2040년 원전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석탄화력의 경우 수명을 30년으로 잡아 오염 배출량 순서대로 폐쇄하면 2040년께 석탄제로도 가능하다”면서 “당진에코파워, 포스파워 등 신규 석탄 9기 건설을 백지화 하고 원전은 가동중인 것을 빼고 신규계획을 모두 백지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심 후보 측은 2030년까지 전력소비를 OECD 평균수준으로 낮추는 강력한 전력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탈핵에너지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선 다수 후보가 환경부 기후조직과 산업부 에너지조직을 통합한 형태의 가칭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에 동의했다. 각 당 후보는 패널인 권원태 기후변화정책연구소장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역할과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기구 개편에 대한 견해를 묻자 ‘검토중’이거나 ‘고려중’이란 취지로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이 중요한데, 일단 기후에너지부 또는 에너지부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했고, 국민의당은 “정부기구 개편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에너지, 대기 등 관련 법제의 전면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또 바른정당은 “에너지기후부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업부 에너지는 산업진흥 부서와 같이 있어 산업정책이 기울어져 있었다. 산업부 에너지와 환경부 기후업무를 통합할 것”이라고 했고, 정의당은 “기후부처와 재생에너지부처의 통합,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각 후보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도 재확인 됐다. 김좌관 문재인캠프 환경에너지팀장은 ‘신재생 보급목표를 향후 추가로 높일 의향이 있냐’는 정헌 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의 질의에 “2030년 발전량 20% 달성을 그대로 실행하겠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닌 태양광 37GW, 해상풍력 16GW 등 53GW를 보급하면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며, 이 속도라면 압축성장이 재생에너지에도 적용돼 50%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오정례 국민의당 환경전문위원은 “지금까지 목표치를 제시하고 왜 현 단계를 못 벗어났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발전차액지원제를 부활시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장혁 바른정당 전문위원은 “독일이나 영국의 재생에너지 보급률 30%, 25%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일본이나 프랑스와도 우리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결국 정책 탓이자 생각의 차이 때문”이라며 “꼴찌란 오명을 유지하면 안된다. 소규모에 한해 발전차액지원제를 재도입해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부흥시킬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제남 본부장은 “우리당은 2040년 40%로 높이겠다고 했는데 우선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명확히 분리해서 통계의 허실을 바로 잡고, 이후 재생에너지로 40%를 달성하겠다. 우리의 재생에너지 발전 부진은 잠재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 때문이다. 일본은 원전이 모두 멈췄지만 정전대란은 없었다”고 상기시켰다.

전력믹스 전환을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대부분의 후보 진영이 가스발전을 가교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더민주당은 깁창섭 지속가능전력정책연합 신기후체제 전문위원장이 “믹스는 목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용이나 전력망 등의 문제 때문인데, 이걸 어떻게 실현하겠냐”고 질의하자 “EU는 지난 15년간 풍력, 가스, 태양광 순으로 늘었는데, 2030년 20% 재생에너지 시뮬레이션에서 원전은 발전량 기준 30%에서 18%로, 석탄화력은 38%에서 25%로, LNG 가동률은 27%에서 37%로 높아졌다. 판이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의에 바른정당은 “탈탄소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첫 번째 단계로 화석연료 원전중심에서 천연가스를 징검다리로 활용하고, 궁극적으론 안전한 저탄소 에너지체제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했고, 정의당도 “현재는 전력 공급과잉 상태로 핵발전소를 줄여도 전력대란은 없다. 선진국 수준의 철저한 수요관리와 LNG를 중간 다리로 활용하는 환경급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필연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패널 질의에 대해서는 향후 여건이 변화해 부담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기료 인상문제는 대략 계산해보니 2030년까지 20~25% 인상이 불가필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져 러시아산 가스를 파이프로 들여올 수 있게 되고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상당히 낮아지면 원전과 석탄의 사회적 비용 대비 충분히 감소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정의당도 2030년 40% 재생에너지 보급목표가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란 지적에 “현행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잘 활용하면 된다. 전기반 기금을 재생에너지전환기금으로 전면 개편하고, 원전연료와 석텬연료에 탄소세와 핵에너지연료세 등 기후에너지세를 신설해 연간 5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걸 발전차액지원제에 전폭 투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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