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경쟁력 상실한 집광형(CPV) 방식
경제성·신뢰성 검증 불충분…"시장 작아"

▲ 아모닉스社의 집광형태양광 시스템. 햇빛의 직달광을 렌즈로 집광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아모닉스

[이투뉴스] 한전(사장 조환익)이 3400만달러(한화 387억원)에 사들인 미국 콜로라도주(州) 아라모사 태양광발전소를 놓고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집광형 태양광(CPV. Concentration PhotoVoltaic)’ 기술을 채택한 발전소라서다. 공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이야 바람직한 일이지만, 면밀한 검증을 거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한전과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한전이 미국 자산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발전자산 투자관리 자회사 코젠트릭스솔라 홀딩스로부터 인수한 아라모사 태양광발전소는 부지면적 91만㎡에 설비용량 30MW(직류기준 37MW)규모로 건립된 대형 CPV발전소다. 미국 보잉사의 자회사 스펙트로랩이 개발한 고효율화합물반도체를 사용해 아모닉스사가 제작한 집광형 추적식 태양광 시스템(모델명 ‘Amonix 7700’) 504기가 투입됐다. 2011년 착공해 이듬해 5월 발전소를 완공했고 현재까지 만 5년째 가동되고 있다.

▲ 콜로라도 알라모사 위치도와 전력망 구역도

앞서 2015년말 한전은 이 사업 매각추진 소식을 입수해 이듬해 3월 비공개경쟁입찰에 최종입찰서를 제출했고, 같은해 8월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올초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 허가를 거쳐 이달 14일 에너지부의 최종 인수승인을 얻었다. 지분은 한전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50.1%, 2013년 국민연금과 함께 설립한 사모펀드(코파펀드)를 통해 나머지 49.9%를 출자했다. 발전자회사가 미국에서 태양광사업을 개발한 적은 있지만 한전의 해외 태양광 직접 투자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조환익 사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해 사업계획을 보고 받고 “필리핀 일리한 사업이 한전 해외사업 사관학교 역할을 했듯, 알라모사 태양광이 미주진출의 사관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외사업처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알라모사 태양광은 콜로라도전력과 PPA(장기전력판매계약)가 체결돼 안정적 현금흐름이 확보된 사업”이라며 “본격적인 미국사업 추진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이 소식을 접한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2008년부터 국내외서 회자된 CPV기술은 기존 태양광과 달리 시스템 단가가 비싸고 구성이 복잡한데다 장기 운용이나 수명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보급실적이 매우 제한적이다. 한때 이 기술을 들여와 상업화 하겠다고 뛰어든 국내기업들도 수십억원씩 투자금을 날리고 난 뒤에야 손을 뗐다. 더욱이 CPV는 실리콘계열 태양광 시스템의 단가하락으로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기업 시장 전문가는 “(한전이)아무리 자금이 풍부하다지만 실증용이나 1MW도 아니고 30MW짜리 대형 CPV발전소를 덜컥 사들였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최소 20년을 운영해야 하는데, 장기 신뢰성은 물론 시장수요가 없어 향후 같은 유형의 사업개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CPV는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됐지만 아직 내구성이나 운용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고, 다른기술 대비 경제성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해외 로비스트들의 매물 리스트에 오르 내린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CPV는 돋보기 형태의 아크릴 프레넬 렌즈로 태양빛 가운데 90도로 내리쬐는 일명 '직달광(Direct sunlight)'만 최대 500배율로 모아(集光) 이 빛을 인공위성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갈륨아세나이드(GaAs) 태양전지에 쏘이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직달광 획득을 위해 해를 따라 정밀하게 움직이는 트랙커가 필요하고, 고집광에 따른 시스템 열처리와 냉각, 렌즈와 태양전지의 장기 내구성 등도 관건이다.

실제 미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1961~1990년 콜로라도주 평균 일사량 데이터에 따르면, 발전소 유형별 평균 일사시간은 경사고정형 6.30시간, 단축추적식 7.70시간, 양축추적식 8.80시간, CPV적합 직달광 6.80시간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4년간(2013~2016) 한전의 아라모사 발전소는 평균 4.66시간 전력을 생산했다. 발전소 시스템 효율을 80%로 가정할 경우 CPV로는 평균 5.44시간이 나와줘야 하지만 실제 시스템 효율(68.6%)은 여기에 한참 못 미쳤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효율이 높아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CPV 발전량이 일반화 된 기존 단축이나 양축은 물론 일반 고정형 발전소보다 발전량이 낮았다는 얘기다. 발전업계는 CPV가 직달광이 많은 미국 아리조나주나 캘리포니아주 일부에서나 경제성을 확보할 뿐, 우리나라처럼 구름이 많거나 대기 투명도가 떨어져 산란광이 많은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에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이 향후 이 발전소 운영경험을 쌓아 개척 가능한 시장이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태양광 관리·운영한 경험이 전무한 한전이 최소 20년간 이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 원하는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배율로 빛을 모아야 하는 CPV는 태양전지에 가해지는 고온을 식혀줄 냉각시스템이 필수적이며, 트랙커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유지보수비용이 든다. 아모닉스사 추적시스템의 중량은 1기당 11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전소의 올해 기준 매전단가는 kWh당 13.27센트다.

시스템 설계·감리 전문기업 CEO는 "일반 태양광보다 발전량은 적으면서 각종 기술적 문제가 산적한 발전소를 사들인 한전의 결정과 가격이 적절했는지는 일단 차지하더라도, 향후 이 설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해외 에너지사업을 추가로 양산한 것이 아닌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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