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 KT 미래융합추진실 신재생에너지 스페셜리스트

▲ 오석 kt 미래융합추진실 신재생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이투뉴스] 2007년 9월 이탈리아 밀라노. 필자가 연례 'PV conference & Exhibition' 태양광 전시회를 방문했을 당시 유럽 시장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박막형 태양전지, 집광형 태양전지, 염료감응전지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고,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변화가 있었다. 반면 기대와 달리 기술적 다양성에 대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필자를 비롯한 다수 전문가들의 아쉬움이다. 그러한 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와 기술동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시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태양광 시장 과거 10년과 미래 10년 
유럽 쇠퇴하자 美-中-日-印 급성장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을 주도하는 대륙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0년 이전의 태양광 시장은 유럽이 강력한 발전차액지원제(FIT) 보조금 지원으로 전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독일시장을 시작으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프랑스·동유럽에 이르기까지 유럽은 그야말로 세계 태양전지의 85% 이상을 소비하는 대륙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유럽시장은 급격한 보조금 축소 및 폐지로 15%미만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독일 주택형 태양광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유럽시장이 쇠퇴하는 사이 새로운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오바마 에너지케어'를 계기로 미국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여기에 일본의 FIT제도 부활, 정부 주도로 시장을 이끈 인도, 그리고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현재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 등 4개국이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7년 현재 시점으로 기준으로 향후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는 어떠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언급된 4개국 시장 중 중국과 인도의 경우 중앙 및 지방정부의 강력한 화석연료 사용제한에 의해 태양광의 확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시장은 트럼프 정권의 화석연료 산업 부활 공약으로 시장 위축을 우려했으나 이미 태양광사업 지원정책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파리기후협약 탈퇴도 참가국들의 동의과정 3년과 탈퇴실효 1년의 명문화를 고려한다면 트럼프 집권에 따른 태양광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기우로 분석된다. 다만 일본의 경우 FIT가 25% 가량 삭감되었고, 다른 3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가 협소해 유틸리티 규모(Utility Scale)의 대형 사업들이 이끌었던 폭발적 성장은 기대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다만 또다른 시장의 기대는 2000년부터 꾸준히 설치된 발전소의 태양광 모듈 교체시기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태양광 원가가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지 않았고 모듈의 수명이 반영구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모듈가격이 10분의 1로 폭락했고 모듈 노후방지(anti-aging) 기술이 과거에 비해 대폭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2020년 이후에는 세계시장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교체시장이 점차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산악지형이 많은 국가들은 토목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계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새 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 실리콘 기반의 결정질 태양전지가 원가 혁신을 통해 독식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큐셀

모듈가격 10분의 1로…교체시장 부상하나
다양한 박막전지 선전 불구 점유율 9% 불과  

지난 10년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양적인 측면에서 이같은 급격한 변화가 있었으나 기대와 달리 기술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대표적으로 당초 원가 혁신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던 CdTe(카드뮴텔루라이드)는 물론 BIPV(건물일체형) 시장의 최적화를 타깃으로 했던 염료감응 태양전지나 투과형(See-through)타입 아몰퍼스실리콘(a-Si) 태양전지가 그렇다.

이와 함께 3족과 5족 화합물계를 결합해 기존 위성용을 벗어나 집광형 태양전지라는 새로운 컨셉을 적용한 갈륨아세나이드(GaAs) 태양전지, 디자인 혁명을 꿈꾸며 곡면설치나 태양전지 경량화가 필요한 지붕 등에 맞춤형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던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또는 CIS)전지 등도 성적이 초라하다. 이들 태양전지들의 시장점유율은 과거 10년보다 더 쪼그라들어 모두 9%에 불과하다. 그나마 선전한 CdTe(박막전지 시장의 70~80%)태양전지는 반덤핑(anti-dumping)이라는 무기를 근거로 미국시장에서 암묵적 국가 보호 아래 시장을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박막 태양전지들의 시장점유 확대 실패는 결정질 실리콘 계열에 비해 에너지변환 효율이 70%선에 미치지 못하는 기술적인 한계에도 있지만 당초 일괄 생산체제(Production Value Chain)를 통해 생산단가 혁명을 이루겠다는 포부와 달리 결정질 실리콘 전지의 원가절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데 기인한다. 일례로 최근 논란이 빚어진 한전 콜로라도주 태양광발전소처럼 집광형 태양광발전소(CPV)는 실리콘계열의 가장 큰 취약점인 온도에 대해 강점이 있어 아프리카나 고온지역에서 상업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정교한 집광렌즈 기술 검증 부족, GaAs전지 대규모 생산라인 부족, 그리고 시스템 최적화에 필수적인 양축트랙커 기술 등이 완전체를 이루지 못했다.

▲ 한때 카드뮴텔루라이드 박막전지(cdte)는 혁신적인 원가경쟁력으로 세계 태양광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사진은 퍼스트솔라사의 말레이시아 cdte 생산공장. ⓒ퍼스트솔라


양적성장도 좋지만 기술 융합시너지 중요
건축과 융합 시 BIPV시장 잠재력 발휘될 것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양적으로는 분명히 10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고 앞으로도 국가별 대안에너지로서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미래 태양광 시장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기술적이고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질적 성장도 꾀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미래는 단순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산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융합적으로 에너지를 생산·소비를 하는지가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인수하고, 혼다가 CIGS 태양전지에 기술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인 융합시너지 사례다. 즉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함에 있어 다른 분야와의 융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 간극을 좁히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형태의 스마트한 에너지 사업구조 형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해 계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의 고전적 에너지 사업구조와는 사뭇 다르게 진화해야 한다.

박막전지가 지금은 효율과 원가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으나 기술적인 진보노력으로 머잖은 장래에 건축과 융합해 설계부터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는 빌딩을 건설한다면 시장이 원하는 진정한 BIPV시장을 선도하고 친환경에너지를 실생활에서 바로 체험하고 향유하는 능동적인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미래 태양광 기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다.

2007년 밀라노 전시장을 나와 동료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과연 저런 기술들이 10년 후에는 가능할 것인가?", "세계 시장이 10년내 5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던 컨퍼런스 연사의 주장은 신뢰성이 있는가?" 등이다. 그러나 정확히 10년이 흐른 현재 시장은 예상 대비 갑절 이상 기대에 부응했고 그 기세를 계속 이어 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태양광 기술 적용에 있어 상업적인 시장의 수익적 논리에 근거해 결정질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가 지나치게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는 아쉽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기술의 진보가 불러올 시장변화는 에너지기술 분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10년 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다양성과 시장성이란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기술적 진보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 오석 KT 미래융합추진실 신재생에너지 스페셜리스트 folque.oh@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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