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천 한국지열학회 부회장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2025년까지 공공·민간 신축건물 의무화
향후 지자체 조례·대규모 재개발 이슈로 관련 시장 성장 기대 
 

▲ 민경천 한국지열학회 부회장

[이투뉴스]지구온난화현상의 심각성과 미세먼지 증가에 따른 건강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신재생에너지가 최근에는 중동, 몽골, 동남아시아 등 모든 국가의 관심사로 부상한 상태다.

한때 우리나라도 ‘녹색성장’의 바람을 타고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를 것 같던 분위기가 있었으나 그간 정권 교체와 세계경제 성장둔화의 영향으로 근래에는 열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창호·단열재 등 에너지효율자재를 사용해 건물자체에서 손실되는 에너지양을 줄이고, 지열·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고효율기기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거나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창호나 단열 등 패시브(Passive)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Active) 기술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제로에너지빌딩 보급 확대를 위해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개정, 올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는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평가해 5개 등급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에너지효율 1++등급 이상 에너지성능 수준을 만족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1~5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에너지자립률은 건축물이 소비 에너지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비율을 의미한다.

인증을 받으려면 에너지자립률이 20%이상이 돼야 한다. 가장 낮은 5등급은 에너지자립률이 20~40%미만이고, 가장 높은 1등급은 100% 넘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기업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공공부문, 2025년부터 민간부문 건축물까지 인증 의무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 지열시스템, 최적의 국내 건축물 신재생열원
우리나라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전환된 지 30년 이상이 됐다. 그동안 지어진 아파트가 1000만 세대가 넘고 상당수가 재개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제로에너지빌딩은 향후 우리나라의 주거환경과 에너지소비 형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향후에는 에너지·환경정책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도입된 이후 신재생에너지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의무화 정책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큰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욕이 앞서면서 무리수를 거듭하는 등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각 나라의 자연조건에 따라 적합한 재생에너지원은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 자연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산업을 선택해 집중 육성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은 겨울철 혹한기와 여름철 혹서기를 모두 갖고 있고 지반이 대부분 화강암으로 돼있다. 또 세계적으로 우수한 냉난방기 제조기술과 시공능력을 보유한 만큼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구비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의무화 도입으로 공공건물의 80%이상이 신재생에너지설비 중 지열시스템을 선택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서울특별시 신청사(3500Kw), 세종특별자치시 행복청(2만Kw), 한국전력공사 신사옥(5000kW), 경상북도청(6500kW) 등 주요 공공건물은 물론 제2롯데월드(1만kW), 인천공항(5000kW), 우일팜(6000kW), 부산대병원(5000kW) 등 민간건물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 대부분 이미 지열시스템이 설치돼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 한전 나주 사옥 기계실에 설치된 지열시스템 히트펌프 및 배관

◆ 신재생열원 인센티브 도입·과감한 부실업체 퇴출 절실
현재 설치의무화사업은 세종시 정부청사 신축사업과 공공청사 지방이전사업, 혁신도시조성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완료되면서 대폭 축소로 상태다.

최근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대규모 민간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적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설치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대규모 재개발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신재생에너지업계로서는 제2의 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신재생열원의 획기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열 공급의무화제도(RHO, Renewable Energy Obligation) 도입을 추진했으나 특별한 설명 없이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제도가 신재생 전기에너지 보급 확대에 지대한 기여를 했음을 볼 때 신재생 열에너지의 보급을 위해선 RHO제도의 조기 도입이 절실하다. RHO제도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제도적 문제들은 관련 연구 과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열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경제성이 우수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영세업체의 난립과 출혈경쟁, 저가수주, 부실시공, 하자다발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확실한 성능보장을 자신하지 못해 스스로 발목이 잡히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정부는 최초로 설치의무화사업을 추진할 당시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성능검증을 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포기한 바 있다. 또 우수업체를 집중 육성하려는 시도도 다른 업체의 민원에 밀려 중도에 그만두게 됐다. 지열시스템을 명실 공히 우리나라 건물 주열원의 하나로 육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성능검증을 위한 제도를 신속히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부실업체를 과감히 퇴출시키고 우수업체를 집중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 롯데월드타워 공사 당시 지열시스템 설치를 위해 pe관을 설치하는 모습

지열시스템 선진화 위한 세 가지 제언 
최근 지열시스템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 태양열 및 태양광과 연계, 계간지중축열 등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이 시도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단독주택·대형건물은 물론 대형아파트단지, 지역난방과 연계 등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검증을 거쳐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인 DOE(Department of Energy)와 환경보호청인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는 지열을 인류가 사용하는 냉난방시스템 중 가장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시스템이라고 공인한 바 있다.

지열시스템은 기존 냉난방시스템에 비해 난방은 70%, 냉방은 30%까지 에너지절감이 가능하다. 국제유가 변동에 가장 취약하고 미세먼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국내 현실에서 지열시스템은 환경과 에너지문제를 동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대안이라 확신한다.

1990년대 말 국내에 도입된 지열시스템산업은 어느덧 20년 가까운 역사를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미국·유럽에 비하면 아직도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열시스템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선 반드시 세 가지 지켜져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지열에너지의 의미가 지표면에 존재하는 흙, 암반, 지하수, 지표수, 해수에 저장된 모든 에너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열에너지 기준은 온천수 등을 포함치 않는 등 국제기준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적극적인 지열에너지 활용을 위해 관련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우수업체를 집중 육성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해외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부실업체를 퇴출시키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지열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을 보증하고 실제 운전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성과측정 및 검증(M&V)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은 인류의 생활뿐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인류는 석탄·석유·가스·원자력을 사용하면서 거대문명을 발전시켜왔으나 화석원료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에 직면하는 등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신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미래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기 지금 범국민적인 지혜를 모아 백년대계를 설계해야만 한다.

민경천 한국지열학회 부회장 e2news@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