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진규 한국지역난방공사 냉방추진단장

전력피크 완화 및 에너지효율 높이는 친환경·고효율냉방시스템
제습냉방기 실증시험 거쳐 ‘지역난방+지역냉방’ 동시보급 추진

▲ 박진규 지역난방공사 냉방추진단장

[이투뉴스] “뜨거운 물을 이용해 냉방을 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뜨거운 물을 이용해 겨울에는 난방과 급탕을, 여름에는 냉방을 공급한다. 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폐열이나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오염물질도 대폭 줄이는 친환경 고효율 냉방시스템이다. 여기에 여름철 전력피크 부하를 낮춰주며, 외기와의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냉방병에 걸릴 확률까지 대폭 낮추는 건강한 난방방식이기도 하다.

▲ 지역냉방 공급도

◆지역냉방의 개념과 원리
온수로도 냉방을 한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어릴적 더운 여름날 집 앞마당에 물을 뿌려놓으면 아주 시원하게 느꼈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온수식 지역냉방은 집 앞마당에 뿌린 물이 증발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시원하게 해주는 원리를 이용한다.

지역냉방은 열병합발전소 및 쓰레기 소각장 등 대규모 열생산 시설에서 생산된 온수 또는 냉수를 일정구역에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냉방방식으로 ‘온수 이용형’과 ‘냉수 직공급형’으로 구분된다. 이중 온수 이용형은 열수송관을 통해 공급된 온수를 사용해 사용자 기계실에 설치된 흡수식냉동기로 냉수를 공급하는 방식과 세대에 개별로 설치된 제습냉방기로 냉기를 만들어 냉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냉수 직공급형은 자원회수시설의 온수를 이용한 흡수식냉동기, 심야전기를 이용한 빙축열냉동기, 전기에 의한 터보냉동기를 이용해 직접 생산한 냉수를 별도의 냉수 수송관을 통해 각 건물에 공급하는 냉방 방식이다. 사용자 기계실에 별도 냉방설비와 건물외부 미관을 저해하는 냉각탑 등의 설비가 필요 없는 사용자 중심의 냉방방식으로 평가된다.

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지역냉방 흡수식 냉동기는 진공상태의 낮은 압력에서 물이 쉽게 증발하고, 열을 빼앗는 성질을 이용해 증발된 물(수증기)을 흡수하는 흡수제(리튬브로마이드)를 사용한다. 지역난방 온수는 수증기 흡수로 묽어진 흡수액을 분리·재생시켜 다시 수증기와 농축된 흡수액 상태로 만든다. 분리된 수증기는 냉각탑의 냉각수로 응축시켜 물로 만들고, 이를 증발기에서 증발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실내에 냉방을 공급한다.

◆지역냉방의 장점과 보급 현황
지역냉방 시스템은 전기소비가 많은 타 냉방방식에 비해 전기소비량이 적어 여름철 전력부하를 감소시키고 냉방으로 인한 하절기 전기 부족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 또 프레온가스(CFC 계열) 등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대신 물을 냉매로 이용, 오존층을 보호하는 등 대기환경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지역난방열을 이용한 냉방공급은 여름철 열병합발전소(CHP)의 이용효율을 향상시켜 에너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점도 있다.

2015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를 포함한 26개 집단에너지사업자(지역냉난방사업자 23개, 병행사업자 3개)는 모두 1060개 건물에 약 67만usRT의 냉방을 공급하고 있다. 67만usRT 냉방 공급 효과는 하절기 전력피크 203MW 억제 및 연간 12만4861MWh의 에너지절감과 연간 온실가스 5만5314tCO2의 절감효과를 얻는다.

◆지역냉방 확대를 위한 정책지원 현황
정부는 1997년부터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을 난방에서 냉방까지 확대·시행하고 있으며, 제4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 등의 정책을 통해 하계전력피크부하 완화와 국가적 에너지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흡수식냉동기 및 제습냉방기 등을 활용하여 건물 및 공동주택에 지역냉방을 확대 보급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역냉방 보급정책 중 가장 큰 것은 집단에너지공급지역 내에서의 지역냉방 의무공급이다. 집단에너지사업법시행령 제8조는 건축연면적 3천㎡이상이거나 냉방을 위한 열 생산용량의 합이 30만kcal/h 이상인 건물에 대해 지역냉방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역냉방의 설치 및 설계할 경우 보조금도 지급한다. 2011년부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역냉방 설치 및 설계보조금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지역냉방 장려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냉방 보조금은 한때 40억원까지 확대되었으나 지난해 36억원으로 줄어드는데 이어 올해도 33억5000만원으로 소폭 줄어들고 있다. 대신 올해 고효율 흡수식냉동기를 확대·보급하기 위해 일반 냉동기 대비 20% 인상된 보조금 단가를 신설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다기능 제습냉방

▲ 제습냉방기 냉방원리

최근 차세대 지역냉방 방식으로 기대되는 제습냉방이 개발완료, 상용화 직전단계에 와 있다. 제습냉방기는 고온 다습한 실내공기 70%와 외부공기 30%를 혼합한 공기가 제습로터를 통과하면서 공기 중의 습기가 제거되고 고온 건조해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건조된 고온의 공기는 증발 냉각기를 통과하면서 1차적으로 냉각되고, 증발기를 통해 추가로 냉각된 후 실내에 공급된다. 실내공기의 습기를 흡수한 제습로터는 지역난방 온수를 이용해 가열함으로써 다시 습기를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한 제습냉방기는 냉방기능 외에 제습, 환기, 항균, 탈취의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나 황사 등에 대처 가능한 새로운 지역냉방시스템이다. 제습냉방기는 신선한 외기를 들여와 냉방을 활용하고 습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분자 항균물질로 이루어진 제습로터가 내장돼 있어 실내 습기로 인한 부유세균을 억제하고 냄새유발 입자 등을 제거하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시스템에어콘 대비 전력사용량 40% 절감이 가능하다. 다만 설치비는 전기에어컨 대비 125% 수준으로 향후 원가절감 노력과 확대보급을 통한 제품단가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제습냉방기는 2013년도 소용량급(5~7kW) 개발 이후 지속적인 실증시험을 통한 제품 업그레이드를 해오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시장에 보급하기 위한 중용량급(9~11kW) 제품을 개발 완료, 올 하절기에 실사용 환경과 유사한 조건의 실증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실증시험 결과를 토대로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가지고, 성공적인 제습냉방 확대보급과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역냉방 확대를 위한 향후 정책과제

▲ 제습냉방기 외관 모습.

정부는 전력효율향상사업의 일환으로 전력효율향상기기 및 부하관리기기의 보급 확산을 위해 2011년부터 초기 설치비용 일부에 대한 국비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에는 고효율 흡수식냉동기에 대한 보조금 단가를 신설하는 등 지역냉방 확대보급을 위해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다만 향후 지역난방과 지역냉방이 동시에 보급돼 국가적인 에너지이용효율 제고는 물론 신기후체제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선 좀 더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지역냉방 확대 보급을 위해선 정부 지원과 함께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급의지도 필수적이다. 동절기에 쏠려 있는 열수요를 고르게 분산시켜 효율적인 설비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난방공사는 앞으로 관련기관, 업계 등과 협의해 지역냉방 보조금 단가 상향, 지역냉방 요금조정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지역냉방 확대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진규 한국지역난방공사 냉방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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