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

지난주 다보스포럼에 참가차 유럽을 방문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독일 프라이브르크 방문을 마치고 환경정책, 재생에너지 등 ‘프라이부르크 모델’을 적극 발굴·검토하겠다고 하고는 몇가지 중요한 사항을 밝힌 바 있다. 이유 불문하고 환영할만 일이다.


항간에 이러한 오시장의 의지표명에 대해 ‘환경시장으로서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는가’ ‘세부적인 실행계획과 구체예산, 뭐 이런 것도 없어 소리만 요란하다’는 등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을 조심스레 해석해보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에 있어 전국 최악인 서울시가 이를 진정한 서울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타지자체에 비해 건물 밀집도 높고 유휴부지가 많지 않은 서울시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 바로 그러한 사실들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것만으로 오 시장의 금번 발언이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시장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외부투자 적극적 유치’와 같은 언급은 서울시의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는 한 증거일수 있다.


외부투자 유치는 서울시가 투자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줄 때 가능하다. 그리고 서울시 여건상 동일투자라도 외부효과가 큰 사업을 우선 지향하여야 할 텐데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어디든 존재할 것이다.


왜 서울시장의 발언이 고무적인가에 대해서 몇 가지 증거를 추가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오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 또는 월드컵공원내 중 1곳을 대상으로 태양광·태양열·풍력·지열·연료전지 등을 적용한 랜드마크 건립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변변한 교육시설 하나 없어 이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외지로 나가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덜뿐더러 전력자립율이 2%대, 타지역 의존도가 커 지역적형평성을 고려해줘야 하는 서울시의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는 의지로 보인다.


다음으로 민간건축물에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도입할 경우 용적율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키로 하였는데 이는 민간건물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분야는 옥상녹화 등 환경친화적인 시설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열섬현상이 가장심한 서울도심,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도 부족한 곳, 옥상녹화도 필요하고 녹지 확대도 필요할 것이다. 향후 용적율 인센티브제도의 정당성과 적용가능 분야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실은 향후 신재생 에너지분야에 대한 시 재정투자를 확대키로 했다는 것. 또 언급한 모든 정책들을 실효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정책’과 설치를 검토키로 한 것. 이 두 가지인데 바로 이 말이 ‘단지 말뿐인 선언이다’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 본다. 


금번 오세훈시장의 프라이부르크 발언은 이래서 단순히 견학 소견문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오시장의 회견내용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에너지전문가와 시민 등 각계에서 이러한 사실들이 잘 진행되도록 자문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척박한 땅 서울이 국내 최고의 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다음에 냉철히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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