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는 올해도 승승장구…'3화(化)' 덕분
휴·폐업주유소와 셀프주유소는 해마다 증가

▲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전경.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투뉴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국내 정유 4사가 올해도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유 4사는 8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업계 최초로 3조원을 돌파한 3조2283억원, GS칼텍스는 2조1404억원, 에쓰오일은 1조6168억원, 현대오일뱅크는 965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참고로 지난해 자동차업계 3사(현대, 기아, 쌍용)의 영업이익은 7조6000억원, 이동통신 3사(SKT, KT, LGU)는 3조7000억원 수준이다.

▲ 4사 정유사의 최근 영업이익. 2014년을 제외하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간 정유사들은 꾸준히 실적을 늘려왔다. 단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3개월 사이 40달러 이상 폭락해 그해에만 사상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이 2015년 1월 34년만에 적자를 냈다고 가정 먼저 성적표를 발표했는데, 다른 정유사들이 그 정도면 선방했다고 부러워했을 정도.

하지만 이후 정재마진 개선과 비정유부문의 성장 등으로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 2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가 추이를 봐도 정유사의 실적 성장은 쉽게 파악된다. 이달 4일 기준 SK이노비이션 시가총액은 15조7654억원, 에쓰오일은 11조2583억원이다. 주당 각각 17만500원, 10만원. 두 기업 모두 2014년 말 최저가를 찍고 이후 꾸준한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같은달 SK이노베이션은 주당 11만9000원, 에쓰오일은 7만3000원이었다.

▲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출처 네이버)

일각에서는 국내 정유4사가 올해 정제 마진 확대에 힙입어 모두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정유사 정제마진을 배럴당 9.8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8조원을 냈던 지난해보다 3.6달러 늘어난 값이다. 

국내 정유4사의 한해 영업이익은 정제마진이 1달러 오를 때마다 1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훨훨 '나는' 정유업계, 1분기도 '맑음'
대한석유협회는 지난달 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국내 정유업계의 1분기 석유제품 수출량을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4사 정유업계는 이번 1분기에 사상 최대치 수출량을 달성했다. 역대 1분기 최고였던 지난해 1억1064만배럴을 넘어선 1억1778만배럴을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출액 또한 74억58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66.0% 증가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40.6달러에서 63.3달러로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기 수출액이 70억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3분기에 74.8달러를 기록한 이후 6분기 만이다.

중국의 무역보복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제일 많았다. 전체 수출량의 18%를 차지했으며, 싱가포르(15%), 호주(12%) 일본(9%), 대만(8%), 미국(7%)이 그 뒤를 이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1분기 정유공장 가동률이 101.9%로 지난해 1분기의 97.8%에 비해 4.1%p 증가, 수출 여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지난해 대비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돼 수출물량 증대 시 석유제품 수출액 3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분기 우리나라 주요 13대 전체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 석유업계는 지금 탈석유화·비정유화·고부가가치화

▲ sk에너지 주유소 전경.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1년 1분기, 지난해 2분기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해 온 체질 변화 노력 덕에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자회사로 둔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동시에 사업구조 및 수익구조를 변화시키는 '펀더멘털 딥 체인지(Fundamental Deep Change)'를 추진해 왔다.

화학·윤활유 및 배터리와 같은 신규사업에 투자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켜 석유 중심 사업구조에서의 변신을 시도했다.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설비, 중국 중한석화, 울산 아로마틱스, 넥슬렌, 스페인 ILBOC 등에 5조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이익규모를 업그레이드 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은 2010년 기준 연간 3000억원대에서 1조원대로, 윤활유사업은 같은해 기준 2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대폭 커졌다. 탈석유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에쓰오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에쓰오일 주유소 전경. 

에쓰오일은 지난달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 5분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액 5조2001억원, 영업이익 3239억원, 순이익 38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비정유부문의 활약이 눈에 띈다. 비정유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22.2%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69.1%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과 윤활기유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전 분기 대비 75.2% 증가한 139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설비 정기보수에 기인한 제한적 공급, 전방산업 신규 공장들의 증설, 가동 증가에 따른 수요 강세 등을 바탕으로 제품 스프레드(원재료 가격과 제품 판매가와의 차이)가 개선됐다. 

윤활기유 부문은 고급 윤활기유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전 분기 고급 윤활기유 공정의 정기보수로 감소됐던 생산 및 판매물량이 회복되면서 21.9%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비상장사라 1분기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사업의 다각화로 실적을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2010년 현대중공업 그룹 편입 이후 현대오일터미널,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등  비정유사업의 자회사들이 실적개선에 힘을 보탰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도 올해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gs칼텍스 주유소 전경.

◆ 정유사만 웃었다... 왜?
정유사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국내 석유개발업계나 유통업계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다. 몇 년 전부터 드리운 먹구름이 도통 개질 않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9년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의 인수, 실패한 자원외교로 아직도 뒷수습에 여념이 없다. 최근 6년간 해외자원개발사업으로 연속 적자를 냈고, 그 합계액만 9조원에 달한다.

▲ 석유공사의 최근 6년간 실적.

심지어 지난달 석유공사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시추선 '두성호'를 매물로 내놨다. 

두성호는 1982년 한국석유시추가 건조한 국내 유일 국적 시추선이다. 1998년 7월 울산 동남쪽 60km에서 떨어진 동해-1 가스전에서 시추를 성공시키면서 국내 자원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배다.

▲ 33살 시추선 두성호. (출처 석유공사)

주유소업계는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업계는 제 살을 깎는 울며 겨자 먹기식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2월 알뜰주유소 도입 5년을 돌아보는 세미나에서 심재명 주유소협회 팀장은 "오직 가격인하만이 지상과제가 된 오늘날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은 매우 낮은 1.8%"라며 "알뜰주유소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기름값의 50%가 세금이기 때문에 유류세를 낮추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것. 잠깐이야 따뜻할 수 있지만 소비자와 주유소 업계 상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의하면 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2%다. 제조업이 5.4%, 비제조업이 4.9%선인데 이와 비교하면 주유소 업계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주유소의 휴·폐업률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그 해에 휴업 또는 폐업한 주유소는 2010년부터 454곳, 613곳, 643곳, 703곳, 693곳, 847곳, 지난해 763곳까지,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셀프주유소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1년부터 637곳, 1068곳, 1493곳, 1769곳, 2119곳, 지난해 2269곳. 2011년 셀프주유소는 전체 주유소 중 비중이 4.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8%까지 늘었다. 주유소에서 수익이 안나니 셀프로 돌리거나 아예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 휴·폐업주유소와 셀프주유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치열한 가격 경쟁을 이끈 알뜰주유소 분위기도 좋지는 않다. 실제로 관련 협회는 정기총회를 앞두고 협회 존폐 여부에 대해서도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고유가 때 정부 정책으로 알뜰주유소가 등장했으나 저유가가 되자 토사구팽 당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어찌됐든 정유사 측은 다른 업계의 불황과 자신들의 호황을 연관지어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 영업이익에서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 커진지는 20년이 넘었다"며 "사업구조 상으로도 봐도 비정유사업의 영업이익이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을 압도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에쓰오일이 3월 31일 발표한 영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 16조원 중 내수 판매는 7조원, 수출 판매는 9조원으로 수출이 더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내수 판매 7조원에서도 실제 소비자가 이용하는 주유소 제품(휘발유·경유)의 비중은 약 30% 정도에 그친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경쟁은 주유소 숫자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일본과 비교해서 추정해 보면 국내에는 약 7000~8000여개의 주유소가 적당한데, 현재는 1만2000개"라며 주유소 시장의 과포화 상태를 꼬집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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