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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아파트·상가도 ‘無形발전소’ 수요자원 4GW 시대
'아낀 전기’ 사고파는 네가와트(NegaWatt) 시장 본격 개화
소규모 소비자 참여 국민DR(수요반응) 모델도 개발 실증
[455호] 2017년 05월 15일 (월) 08:00:19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수요자원 거래를 중개하는 수요관리사업자 아이디알서비스사 직원들이 참여고객 자원현황을 살펴보며 시장거래를 관제하고 있다.

[이투뉴스] #1. 서울 소재 20층 규모 ○○빌딩은 최근 건물 냉·난방 설비에 출력(소비전력) 조절을 가능하게 해주는 센서를 달았다. ‘아낀 전기’ 시장거래를 중개하는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해서다. 이에 따라 ○○빌딩은 전력당국의 감축지시 발령 시 즉각 A사와 계약한 양만큼 전기사용을 줄이게 된다.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센서가 부착된 냉·난방기 출력을 자동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빌딩은 정산금으로 건물 전등을 LED로 교체할 예정이다.

#2. 이르면 하반기부터 양방향계량기(AMI)가 설치된 아파트와 상가 등 소규모 전기소비자도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시장의 일원으로 참여해 ‘절약한 전기’만큼 실질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향후에는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DR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작년 5월부터 9개 관련기업과 손잡고 모바일·IoT 기술 등을 접목한 다양한 ‘국민DR’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형 공장이나 빌딩은 물론 소규모 상가와 일반 가정도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네가와트(NegaWatt)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있다. 수요자원도 발전자원처럼 가치를 인정해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도록 전기사업법과 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한 지 2년 반만의 성과다. 시장 개설 당시보다 수요자원과 참여고객수가 각각 2.5배 이상 증가했다. 무형(無形)의 발전소이자 전력예비군으로 기존 전력시장에 빠르게 뿌리내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DR시장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들여다봤다.

수요자원도 발전자원처럼 전력시장서 거래
국내 DR시장의 연원은 한전이 지금의 6개 발전자회사와 한몸이었던 2009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전은 전력다소비 수용가와 미리 약정을 맺고 동·하계 피크부하 때 전력소비를 줄이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력부하관리 사업을 운영했다. 주로 대기업 제철소나 시멘트회사가 대상이었다. 문제는 전력수급난이 심화되면서 매년 보조금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투입된 관련예산은 2009년 273억원에서 2011년 762억원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2년에는 4041억원까지 치솟았다. 업계 사이에선 “전기 안쓰는 대가가 생산마진보다 훨씬 낫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9.15 순환정전에 이어 이같은 비효율 재정운용 논란에 맞닥뜨린 정부가 절전운동이나 인센티브 중심의 기존 수요관리를 좀 더 실효적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며 2014년 새로 도입한 제도가 바로 현행 DR시장이다. 2013년 4월 법적근거를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1년만인 이듬해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 부하관리 사업은 2015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폐지됐다. 일각의 회의적 전망과 달리 사업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2014년 11월말 11개 수요관리사업자와 861개 전기사용자, 1520MW의 의무감축용량으로 출발한 DR시장은 지난달 현재 14개 수요관리사업자와 2223개 사용자, 3885MW의 감축자원을 보유한 시장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는 유사 시 LNG복합 8기 가량의 수요를 감축할 수 있는 양이다. 작년 2차년도 시장 거래액은 1548억원에 달한다. 당국은 기존 부하관리제 참여경험으로 인한 학습효과와 신산업 활성화 정책, 진입장벽 완화 등을 수요시장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2014년 11월 시장 개설, 3년차 성장기 진입
물론 시장 개설 만 2년이 경과했음에도 아직 DR시장은 일반 전기소비자에 낯설다. 또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 지, 사회적 편익 등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선 DR시장은 전기소비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와 합리적 에너지소비유도를 통해 안정적 전력수급, 신규 발전소 건설 회피, 온실가스 감축, ICT 융합 신시장 창출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공장, 대형마트, 빌딩, 학교는 물론 향후 일반 가정이나 아파트, 소규모 상점까지 전기사용자는 누구나 ‘아낀 전기’를 팔 수 있는 일종의 신산업 플랫폼이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절감이 가능한 소비자를 모집해 시장에서 입찰하고, 수수료를 뺀 나머지를 판매수익(CP나 실적금)을 참여 사업체에 지분대로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의 기본적인 접근은 수요자원도 최대한 발전자원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보상하는 것이다.

시장운영은 수급위기 발생 시 부하를 낮추거나 최대전력을 삭감해주는 피크감축DR과 현행 하루전 전력시장 입찰에 발전기처럼 참여해 전체 공급비용을 낮춰주는 요금절감DR로 구분 운영된다. 피크감축DR의 경우 당국의 감축지시 발령 시 1시간 이내 실제 감축에 나서야 하고, 요금절감DR은 일반 발전기 입찰가보다 감축가격이 저렴해야 낙찰이 되어 실적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피크감축DR은 단가가 비싼 발전기를 대신해 급전지시(감축지시)를 실제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용량요금(CP)도 인정해준다. 이 과정에 시장운영자인 전력거래소는 사업자가 제시한 감축자원이 신뢰성을 면밀히 따져 소위 불량자원을 철저히 걸러낸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수요자원에 지급되는 연간 CP는 일반발전기의 53% 수준인 kW당 4만4000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자와 감축자원이 증가한만큼  DR거래량도 적지 않다. 2년간 수요시장 피크절감DR과 요금절감DR로 감축한 전력량은 각각 31GWh, 572GWh로 전체 603GWh 달한다. 이는 제주도 인구(66만명)가 약 11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아울러 전력시장에서 발전자원과 경쟁하며 2차년도 기준 용량정산금 약 620억원을 절감하고 전력시장가격(SMP)을 kWh당 0.16원 떨어뜨리는 효과도 거뒀다는 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김광호 전력거래소 수요시장팀장은 "현재 확보된 수요자원(3차년도 3885MW)과 동일한 규모의 발전소 건설 시 소요되는 약 4조3000억원의 비용 회피 효과와 23만4375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고비용 LNG복합 대체에 따른 전력구입비 효과도 올린 셈"이라면서 "향후 수요관리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층 확산하고 수요관리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시험무대 삼아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원의 활용성 제고 부심 
이같은 외적 성장에 발맞춰 시장의 내실화와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DR업계에 의하면 최근 수년간 발전설비 대거 확충으로 예비력이 상승하면서 수요자원 자체의 활용성이 제한적이었고, 이 때문에 참여고객 지속증가란 성과가 빛이 발하지 못했다. 최근 고예비력 전력수급 환경에서 LNG복합과 같은 다수의 신설 발전기 이용률조차 낮은 상황이라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어 DR시장의 자생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DR자원이 발전기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감축시험 횟수를 기존 연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참여고객 전기소비패턴 검증도 2년마다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계통 활용성 증진을 위해 최소 감축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1시간을 줄였고, 급전지시 정산단가를 하향 조정해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수요자원을 실질적인 정책자원으로 활용하는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연내 수립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요자원의 실제가치를 반영, 자원의 합리적 활용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연도별로 수요자원 용량을 반영해 활용 객관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전력수급에 기여하고 발전설비 회피 편익이 회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당국은 수급계획 반영 물량 관련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대형 사업장 대비 경제성이 낮은 소규모 전기소비자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도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말 수요시장 개설 후 공장이나 빌딩 등 일반용 참여는 증가하고 있으나 가정과 상가 등 소규모 사용자는 일부 초기비용과 낮은 경제성,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탓에 비중이 늘지 않고 있다. 앞서 올초 정부는 2MW이상 50MW 이하 중소형 수요자원도 시장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정부는 올해 에너지미터, AMI 등을 활용해 약 2만5000여 가구와 상가를 상대로 수요감측 실증에 나서는 한편 IoT(사물인터넷) 가전기기를 활용한 자동수요반응, 모바일 앱을 활용한 원격 제어 등을 실증하고 현금이나 포인트 등으로 수요감축에 대한 보상을 다양화 하는 등 성공적인 '국민 DR' 도입을 착실히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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