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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산업용 도시가스 경쟁력 ‘비상구가 없다’
도시가스는 가격 고시 vs LPG는 수요처에 할인 다반사
LPG가격 하향세…미수금 여전한 도시가스사 속수무책
[455호] 2017년 05월 15일 (월) 08:00:53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요즘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그 모양이다. 대규모 산업체를 중심으로 LPG마케팅 활동이 거센 기세를 보이면서 일선 현장에서 도시가스사 실무진의 속앓이가 깊다.

단위 물량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고정 거래처로서 간곡한 부탁’ 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수가 없어 한숨만 쉬는 듯한 양상이다. 경영환경이 한층 어려워지면서 한 푼이라도 연료비를 절감하려는 산업체의 속사정도 뻔하다보니 도시가스의 LPG연료 전환 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는 요금 승인권자인 지자체가 결정한 고시가격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반면 가격자율화 체제인 LPG는 유통단계별로 수요처에 상당폭의 가격할인이 가능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누이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말처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요처를 공략하는 데는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도시가스 대 LPG의 가격경쟁력 지수 비교현황을 보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에너지열량 환산기준을 적용할 경우 도시가스를 100으로 할 때 LPG가 다소 높다. 3월에 100 대 105~111 정도였던 도시가스 대 LPG 경쟁력지수는 5월에 도시가스가 평균 3.1% 인상되고 LPG가 ㎏당 30원 안팎 인하되면서 100 대 102~105 정도로 간극을 좁혔다. 수면위로 드러난 공급가격은 도시가스가 LPG보다는 약간이나마 저렴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다. 정유사나 LPG수입사의 직공급은 물론이고, LPG충전사업자나 벌크사업자를 중심으로 ㎏당 70~80원은 기본이고, ㎏당 150원까지 싸게 공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급받는 가격의 7~16%를 할인하는 셈이다. 여기에 무조건 도시가스보다 10% 싸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계약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종업계인 LPG업계 내부에서도 가격경쟁이 치열한 것을 보면 할인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실례로 최근 경기도 일원에서는 기존에 ㎏당 50원을 할인해 LPG벌크사업자가 공급하던 수요처를 새로운 충전사업자가 50톤 이상 물량을 대상으로 ㎏당 200~230원까지 싸게 공급하겠다며 신규진입에 나서 말썽을 빚고 있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기존 사업자는 수요처로부터 거래중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크다.

이 새로운 충전사업자는 또 물량이 그리 크지 않은 수요처에게도 공급시설까지 해주면서 ㎏당 80원 할인을 기본으로 내세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종 LPG사업자 간에도 가격을 앞세운 시장쟁탈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수요처로서는 손해 볼게 없으니 이를 마다할 리 없다.

가격할인을 앞세운 LPG의 거센 진출은 이제 일반 산업체뿐만 아니라 발전소에도 닥치고 있다.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LPG연료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산업단지에 있는 한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기존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다 연료비절감 차원에서 벙커C유로 전환했으나, 최근 LPG사업자로부터 더 낮은 가격이 제시되면서 지자체에 연료전환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가스에서 LPG로 곧바로 전환된 것은 아니지만 LPG가 벙커C유 보다 더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반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LPG가 가격을 앞세우며 수요처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것은 국제유가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셰일가스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LPG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도 LPG가격의 하향세가 전망된다. 아울러 규모가 확대된 LPG충전사업자 및 벌크판매사업자의 거래물량이 커지면서 한층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권 도시가스사 한 임원은 “도시가스를 사용해오던 한 산업체가 듀얼방식으로 LPG를 싸게 공급받고, 도시가스 물량을 줄이려 한다는 계획을 전해 듣고 수차례 만나 설득했으나 원가절감 측면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해 들었다”며 “우리는 가격 대응에 한계가 있다 보니 별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대단위 물량인 권역 내 제철소가 LPG사업자로부터 무조건 도시가스보다 10% 싼 가격으로 5년 동안 LPG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연료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LPG를 백업 연료로 쓴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대량 수요처를 타깃으로 한 LPG사업자의 공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4년부터 산업용 수요가·공급량 감소세

이 같은 산업용 도시가스의 가격경쟁력 저하는 공급량 추세에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 사업통계에 따르면 2010년 3억249만GJ이었던 산업용 물량은 2011년 3억4602만GJ, 2012년 3억9373만GJ, 2013년 4억1439만GJ로 증가세를 이어가며 4억GJ 고지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내림세로 전환돼 2014년 3억7886GJ, 2015년 3억1957GJ로 줄어들더니 지난해는 3억1548GJ로 겨우 3억GJ을 넘겼다.

산업용 수요가수도 2013년까지 증가세를 이어오다 2013년 1만594개소를 정점으로 2014년 1만5021개소, 2016년 1만4996개소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도매요금체계가 개선되거나, 아니면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도매요금 미정산분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국제유가 추세와 미국산 셰일가스 증대 등이 외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도매요금 미정산분은 원료비연동제가 유보되면서 발생한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도매요금에 원료비 정산단가를 별도로 부과하면서 비롯됐다. 원료비 연동제는 도시가스 요금의 잦은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원료비 대비 ±3%를 초과해 변동하는 경우 요금조정이 이뤄진다. 홀수월 마다 유가·환율 등의 변화를 자동적으로 반영해 조정되는 제도인데, 물가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 정부가 제때 시행하지 않으면서 부담이 누적된 셈이다.

최종소비자요금에 반영된 정산단가는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당 58원에 이어 그해 7월부터 62.6원이 부과됐다. 그 다음해부터 지난해까지는 그 폭이 더욱 커져 88원이 반영되면서 부담을 키웠다. 그에 따른 미수금은 2012년 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96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누적 미수금은 당초 올해 상반기에는 종료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수차례 이를 강조한 바 있다. 늦어도 하반기에는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한층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도시가스요금 조정을 놓고 정부의 정무적 조치가 앞서면서 미수금 정산 완료시기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들어 후행적 성격을 띠는 원료비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미수금 정산단가에 적용시켜 도매요금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매요금 미수금 정산단가는 현재 ㎥당 61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빨라야 10월, 늦으면 올해 말이나 돼야 미수금 정산이 완료돼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가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 간 연간 계약물량의 ±10%를 초과할 때 패널티를 부과하는 약정물량제 같은 거래조항이 도시가스사와 수요처 간에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가정·상업용과 산업용의 용도별 가격차가 극심한 LPG가격체계의 문제점을 따지면서 불공정거래라는 지적과 함께 도매처인 한국가스공사의 공급비용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도·소매 간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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