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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공약, 제대로 된 해법이 필요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455호] 2017년 05월 15일 (월) 08:01:12 이창호 chrhee@keri.re.kr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대선 때마다 에너지 특히, 전력에 대한 공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라는 단골메뉴와 더불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가 주요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세먼지도 환경문제로 본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과 환경이라는 기본적인 국가적 책무에 대한 약속으로 볼 수 있다. 후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착공 신규원전과 신규석탄의 건설 중단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약을 위해서는 나름 대로 축적한 경험과 정보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공약이 대체로 그렇듯이 에너지 분야 공약에 대한 평가도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실현가능성이다. 이미 수립된 국가계획의 변경, 적법한 절차를 거쳐 준비 중인 설비의 취소 등 절차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적정성이나 요금상승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물론 어려움은 있겠지만 추진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하며 값싼 전기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이다. 이 세상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비교적 싼 전기를 사용하는 대신 원전에 대한 불안, 석탄 등 화석연료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와 공해,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라는 불편과 외부비용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면 공약에서처럼 원전을 줄이고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나 청정연료 발전소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자원의 조달 가능성이나 공급신뢰도라는 기술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누군가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나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설비와 에너지원을 바꾸려면 우리는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저런 낭비요인을 줄이거나 규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전기사업자의 비용절감이나 공기업 경영효율과 같은 단기적 운영으로 접근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기 보다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력정책은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추어 어떻게 경제적으로 공급력을 확보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현재의 원자력, 석탄, 가스복합으로 대별되는 전원구성은 그러한 기준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수요증가는 더딘데 반해 계획된 대규모 신규발전소의 건설로 인해 설비과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에 맞춰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미 건설된 설비나 건설 중인 설비만 탓한다면 앞으로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아직 미 착공된 설비에 대한 정책적인 판단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수급상태나 전망을 고려한다면 미착공 설비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제는 비단 설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설비의 운전 즉, 가동률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신재생에너지의 문제도 결국은 에너지믹스에 대한 접근을 통해야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공약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시행의 가능성과 이에 따른 효과 검증도 필요하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목표가 제시된다한 들 시스템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에너지 거버넌스 체제와 구조는 지금도 경직된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정책이 합리성이 결여된 정치적 압력, 근거가 박약한 정책적 판단이나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좌우되곤 한다. 정책수립과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기준이나 프로세스가 아직도 미흡하다. 이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절차적 기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우리의 에너지 거버넌스 체제도 선진국처럼 전문성의 토대위에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한편 공약에서 제시된 정책목표나 시나리오가 정말 가능한지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원전 감축규모, 온실가스 배출량, 미세먼지 수준 등 정책목표가 주어진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에너지믹스가 도출될 것이다. 전원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결국 석탄과 가스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에너지원별로 과연 얼마만큼 가능한지도 집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계획수립 시 마다 부존에너지에 대한 잠재량을 평가하였지만 신뢰성이 높지 않다. 아직까지도 잠재량의 개념이나 산정절차도 확실하지 않다. 특히 비용문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요금으로 이어지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책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과 요금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대책까지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십년간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양적인 과제에 매달려왔다. 정부의 구조, 계획, 법규도 그것을 구현하는데 맞춰져 있었다. 지금 에너지정책의 판단기준과 제약조건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공급의 안정성과 신뢰성, 원전의 안전문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대규모 발전과 송전에 따른 갈등문제 그리고 에너지산업 미래와 같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에게 맡겨진 어려운 과제해결을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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