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 시장개방 부작용, 구조조정 불가피
“저온공급방식·신재생E 접목·지역냉방 보급확대 등이 기회”

800만명 쓰는 국민연료…닫히는 성장판이 문제
“전담부서 신설 및 독자적 진흥책 통한 변화계기 마련해야”

[이투뉴스] 1985년 11월 서울시(현 서울에너지공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목동신시가지의 1800세대에 지역난방을 공급했다. 이어 87년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동부 이촌동 아파트의 열공급에 착수했다. 집단에너지의 본격적인 확산은 90년대 초반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산본, 중동 등에 공급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민간사업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지역난방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됐던 지역난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까지 띠었다.

집단에너지 공급 30년을 넘어선 현 시점을 보면 2016년 말 기준 43개(병행사업자 6곳 포함) 사업자가 모두 270만 세대에 지역난방용 열을 공급하고 있는 등 도시가스에 이어 분명한 제2의 난방연료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 33개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자가 800여 산업체에 스팀을 공급하고 있는 등 국가 산업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통도 만만치 않다. 초기에 진입한 참여자들은 꾸준한 성장과 탄탄한 경영실적을 자랑하고 있으나, 후발참여자들의 경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혹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대당 열수요가 매년 줄고 있고, 신규 택지개발도 사라지면서 집단에너지사업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30년이 넘은 집단에너지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 본다.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난방 공급시설인 목동 열생산시설 준공식 모습.

◆난방시장 2위 올라서는 등 국민연료 자리매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일반가구의 난방시설은 도시가스보일러가 64.4%로 가장 많고, 다음은 지역난방 12.7%, 기름보일러 12.1% 순으로 조사됐다. 2010년에 비해 도시가스보일러와 지역난방이 증가한 반면 기름보일러와 중앙난방은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는 2013∼2014년경 지역난방이 기름보일러를 꺾고 제2의 난방방식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지역난방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것은 우리나라의 거주형태가 공동주택, 즉 아파트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확산을 바탕으로 2010년 아파트 가구 중 지역난방 비중이 21.4%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25.4%로 4%p 늘어 도시가스보일러 증가율(2.7%p)을 앞질렀다. 공동주택 증가라는 호재에 힘입어 지역난방 보급도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아파트 가구 중 지역난방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2016년 12월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는 1만4963단지, 가구 수로는 878만호 가량이다. 지역난방 공급세대수는 작년말 기준 270만호 수준으로 아파트 중 지역난방 공급비중이 최초로 30%를 넘어선 것이다.

아파트는는 연립이나 단독, 다세대 등과 달리 1∼2인 가구가 드물다. 따라서 아파트 당 평균 3인(우리나라 전체평균 가구당 2.7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지역난방을 쓰는 인구는 810만명에 달한다. 국민 6명당 1명꼴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지역난방 확대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잖아 1000만명 수준으로 늘어, 전체 국민 5명 중 1명이 지역난방을 쓸 전망이다.

실제 2015년말까지 공급허가를 받은 지역난방 공급세대수가 396만 가구에 달한다. 따라서 포화수요가 발생하는 2025년까지는 지역난방 공급세대수가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은 아니지만 재개발 및 재건축 아파트단지 중 상당수가 지역난방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난방 400만호 시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집단에너지 위상과 역할은 아직 초라
지역난방이 난방부문 2위로 뛰어 오를 정도로 성장한 것은 물론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을 통해 산업체에 안정적인 스팀 공급을 하고 있지만, 집단에너지 위상은 아직은 초라하다. 심지어 집단에너지 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에너지에 종속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집단에너지사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단 2명(사무관 1명, 주무관 1명)에 불과한데다 집단에너지 범주에 들어가는 산업단지 열병합, 구역전기, 소형(자가)열병합은 소속 자체가 모호할 정도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별도의 법까지 있지만 집단에너지 독자적으로 진흥책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이 전혀 받쳐주질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단에너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나 전문서적도 상대적으로 적다. 집단에너지와 열병합발전 분야에 대한 학술연구나 각종 정책용역을 하는 학계와 연구계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에너지원 발굴을 위해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확대를 위한 연구와 지원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대조된다.

업계 내부는 물론 상당수 전문가 집단에서는 집단에너지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지역난방 소비자보호를 위해선 제대로 된 행정조직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부처는 물론 심지어 부서별 칸막이가 여전한 역학구도를 볼 때 전담조직 없이는 전기와 가스에 치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에 집단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만큼, 다른 에너지 또는 관련법에 기대는 의존적 사고를 버리고 독자적인 진흥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단에너지 공급구역 지정제,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방법론으로는 집단에너지 공급을 통한 에너지효율개선 및 오염물질 배출분에 대한 보상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열병합발전을 신재생에너지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익부 빈익빈’ 등 시장개방 성장통 지속
집단에너지가 표면적으로는 꾸준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문제점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사업자와 사업장 수가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분명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멍들어 있는 사업자와 업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와 지역난방 간 차이가 크다. 아직 산업단지는 견실한 경영실적을 내고 있으나, 지역난방은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실제 수치로도 증명된다. 주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업체는 대다수가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지역난방부문은 편차가 엄청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등 빅2는 연간 1000억원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등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 하지만 여타 사업자 중 극히 일부만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으로 버티고 있고, 대다수 사업자는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백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한난과 GS파워 등 상위사업자 외에 다른 사업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원가경쟁력 차이가 원인이다. 초창기 사업자인 한난과 GS파워, 서울에너지공사 정도만 공급세대수나 열공급시설(열병합발전소, 소각열 확보 등) 모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을 뿐 후발주자들은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지역난방사업자별 연간 열판매량(열연계 판매량 및 냉방열 포함)을 보면 한난이 59% 수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GS파워가 14%로 2위를 차지하는 등 이들 두개 업체가 73% 가까운 점유율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영세사업자가 20곳이 넘는 등 빅3(한난·GS파워·서울에너지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흔히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이 공룡과 개미가 한 링에서 싸우는 ‘중량제한 없는 정글’로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의 한 형태인 구역전기사업(CES)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00년 이후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지금까지 단 한 곳도 흑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사업여건이 열악하다. 전기는 한전, 열은 한난이라는 두 마리 공룡 사이에 끼여 굶어죽기 일보직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심지어 적잖은 업체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은 물론 이자를 갚지 못해 빚이 점점 늘어나면서도 모기업 때문에 발을 빼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집단에너지사업 어려움을 시장개방에 따른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 사업구조를 무시하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 아래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정부가 허용하면서 사업이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진단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집단에너지사업이 아닌 LNG발전사업 우회참여나 건설공사 수주, 지역난방 경쟁차단 등 다른 목적을 가진 사업자 진입을 막지 못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구체적인 사업검토 없이 집단에너지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인식, 무차별적으로 뛰어든 사업자 책임 역시 적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사업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지원만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설사 정부지원이 대폭 강화되더라도 사업자의 대오각성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집단에너지 보급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목동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단지의 야경.

◆사라지는 택지지구, 닫히는 성장판
집단에너지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실질적으로 보면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새로운 도시개발(신도시)이었다. 실제 분당과 일산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가 지역난방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김포, 파주, 양주, 위례 등 2기 신도시와 지방의 혁신도시, 미니신도시 등이 지역난방의 전국화 및 2차 르네상스를 촉발시켰다. 대다수 사업자가 새로 개발된 택지지구(신도시)를 최초 사업지로 확보한 이후 인근 지역으로 시장을 점차 넓혀가는 전략을 썼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변화로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이 사라지고 있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제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개발예정지구 중 상당수가 축소되고 있으며, 심지어 광명시흥지구처럼 개발자체가 취소된 곳도 상당하다. 심지어 기존에 개발된 신도시들도 미분양이 늘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입주가 늦어져 텅 빈 아파트도 많다. 집단에너지 성장의 가장 큰 축이 무너진 셈이다.

국내 지역난방 공급가구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열판매량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건물단열 개선 등으로 단위세대당 열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지역난방 공급세대수는 97만호에서 241만호로 148% 증가했지만 주택용 열판매량은 55% 증가에 그쳐 세대수와 판매량 증가율이 현격한 차이가 난다.

단위세대당 열사용량의 경우 외기온도 차이 등으로 인해 연도별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명백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온수판매량의 경우 소폭 증가하거나 비슷한 양상이지만, 난방사용량 감소세는 심각하다. 2006년부터 시작된 공동주택의 단열기준 강화와 함께 전기장판, 온수매트, 난로 등 전기를 쓰는 보조난방기 사용도 매년 늘고 있어 난방사용량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날씨도 난방에너지 사용량 감소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집단에너지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인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지정·공고제(집단에너지 공급지역 고시)’ 역시 자꾸 흔들리고 있다. 외부에서 지역지정제가 소비자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폐지목소리가 여전한데다 정부 역시 슬금슬금 물러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역난방업계 내부에서조차 공급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등 집단에너지 지역고시를 스스로 위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난방을 보급확대를 이끌어 온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면서 지역냉난방부문의 성장판이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열부문 손해를 일부 전기판매에서 보충할 수 있는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가격경쟁력도 도시가스 개별난방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소비자 선호도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단 열병합도 완연한 성숙기 진입
그동안 숨어 있는 알짜배기로 여겨졌던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업계의 실적하향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주요업체들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감소하면서 이익규모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업체가 아직 적잖은 흑자를 올리고 있지만 2년 연속 매출 및 이익 모두 감소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내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업체의 작년 경영실적을 조사·분석한 결과 대다수 사업자의 매출과 이익규모가 동반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빅5 중 4개 업체의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었다. GS E&R과 한주, 씨텍, 한화에너지 모두 매출액과 이익규모가 동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군장에너지 등 발전소를 증설한 곳 등의 경우 성장세를 보인 곳도 있지만, 상당수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단 열병합 분야 경영실적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SMP(전력시장가격) 하락에 따른 전기부문 매출은 물론 이익규모가 줄었고, 경기악화에 따른 열부문 수요감소가 영향을 끼친 것이란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경기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2년 연속 실적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정책과 사업 여건 모두 올해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석탄을 발전연료로 주로 쓰는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사업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배출규제 등이 강화될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증설 등에 있어서도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신규 산업단지 조성 역시 택지개발지구와 마찬가지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임금 상승과 환경규제 등으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기존에 있던 산단 조차 분양이 안 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산단 열병합이 성숙기를 넘어 정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기후체제 출범…재도약의 기회 삼아야
집단에너지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CHP)이 원천적인 온실가스 저감시설이라는 인식이 점차 뿌리내리고 있는 등 사업을 보는 주변의 눈초리가 많이 부드러워지는 등 변화요인도 있다. 비록 배출권거래제에 그치는 얘기지만 정부가 집단에너지를 발전·에너지에서 분리, 별도 업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상당한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하기도 했다.

당초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서 열 공급의무에 따라 CHP 가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물론 집단에너지가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여 온실가스를 저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집단에너지 역시 발전에너지 업종에 포함시켜 동일한 조정계수(감축률)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인식개선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정부인식을 바꾸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업계는 환경부와 함께 집단에너지가 에너지효율 증가 및 환경개선, 온실가스 저감 등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편익을 제공한다는 것을 연구용역을 통해 입증했다. 또 EU와 미국 사례 등을 통해 선진국은 집단에너지 및 열병합발전 보급확대를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정부를 설득했다.

사실을 확인한 정부도 집단에너지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라는 점을 수용, 제도개선에 나섰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을 개정, 집단에너지에 추가할당 등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했고, 최근에는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을 통해 집단에너지를 발전에너지 업종에서 완전 분리했다. 같은 발전시설이지만 CHP만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실질적 행동에도 나서 2017년 배출권 재조정을 추진하면서 추가할당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집단에너지 분야에 몰아줬다. 심지어 여타 산업부문에서는 형평성을 들먹이며 반발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처럼 집단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앞으로 적극 부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집단에너지가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정부에서도 서서히 인정해주는 분위기로 바뀐 만큼 이 여세를 몰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신산업과의 접목도 필수
집단에너지는 대표적인 네트워크에너지다. 단순히 CHP(열병합발전)를 이용해 열을 생산·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열, 산업폐열, 발전배열 등 지역내 다양한 열원을 취합, 망을 통해 공급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열(하수열)시스템+지역난방’과 ‘연료전지+지역냉난방’ 등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집단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은 접목·융합할 경우 장점이 많다. 어떤 에너지를 망에 덧붙이더라도 종합에너지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열네트워크는 물론 독립적인 전력그리드까지 확보한 CES는 연료전지+태양광+ESS 등 최상의 사업조건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상당수 업체가 도시가스를 바탕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 사실상 열+전기+가스+신재생 등 완벽한 에너지융합이 가능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업계가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투자확대 등 선도적 역할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한다. 에너지이용효율 제고를 위한 정책에너지로 출발했지만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는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 및 신산업 분야에 적극 참여하는 등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일방적인 중앙집중형 열공급 방식으로부터 분산형 양방향 열거래 방식으로의 전환도 주목해야 한다. 중앙집중형 열원 설비를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설비 기반 사업모델의 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 태양열 및 풍력의 경우 에너지생산 밀도가 낮기 때문에 많은 면적의 부지가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 분산형 열원설비와 접목할 경우 다양한 측면에서 유효하다는 것이다. 신재생의 간헐적 생산특성도 결합 시 많은 장점이 있다.

집단에너지 네트워크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공유 플랫폼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모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 에너지체계는 에너지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담당하는 프로슈머 기반으로 넘어갈 것이며, 이 때 에너지공유 및 거래 모델을 빠르게 선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집단에너지 사업체계를 확립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수요개발과 구조조정 병행이 숙제
집단에너지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하절기 열수요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CHP의 전력부문 추가보상을 요구할 때 이를 반대하는 측이 항상 내세우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업체별로 차이가 크지만 지역냉방 수요가 동절기 피크수요의 5%를 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겨울철에 열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열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집단에너지 편익은 강조하기도, 이에 대한 보상책을 요구하기에도 그만큼 ‘말빨(?)’이 약해진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해법은 지역냉방이다. 여름철 남아도는 열을 이용해 냉방까지 담당할 경우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를 비롯해 지구온난화 방지, 폐열 등 미활용 에너지 활용, 효율적인 열병합발전설비 가동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제습냉방기가 개발되면서 중앙집중식 냉방만 가능했던 문제점도 일부 해소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역난방뿐 아니라 ‘지역난방+지역냉방’이 함께 공급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처럼 사업자 난립으로 인한 집단에너지 부실화 및 만성적자가 계속돼서는 지속가능발전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다수 사업자가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업체들의 동시다발적 부실로 공급안정성을 우려해야 될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사업을 방치하고 업계는 열요금 조정에만 매달리는 동안 최악의 상황으로 번졌다. 잠재 리스크 요인(사업자 부도로 인한 열공급 중단)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응(구조조정)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소규모 사업자가 난립한 현재의 집단에너지 사업구조, 특히 지역난방부문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거대 규모의 공기업과 초미니 민간사업자가 양립하는 현재의 사업구조에서는 사업 전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사업구조 재편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사업자의 3분의 2를 정리해야만 그나마 집단에너지가 살아날 가망이 있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구조조정과 함께 자본금 증자 및 리파이낸싱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저가열원 및 신규수요 개발, 인근 사업자와의 협력강화 등 원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하다는 주문도 많다. 높은 부채비율과 아일랜드형 사업구조 등이 현재 지역난방 분야가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정부 역시 사업자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병행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주도의 사업구조 개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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