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설비계획 조정 시 해 넘겨 3차 에기본과 겹칠수도
문재인 정부 결정 따라 원전·석탄 17GW 생사여탈 갈려

[이투뉴스] 올해부터 2031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장기 전력수급 방안과 정책을 담게 될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처 개편 및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의 대규모 설비계획 조정 등과 맞물려 사실상 해를 넘겨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8차 계획은 내년부터 시작될 상위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일정이 일부 중첩될 수 있다.

21일 전력업계와 8차 계획에 관여하는 위원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말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계획 수립작업을 본격화 한 이래 각 분과 및 하위분과별로 최대 두 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대선일 결정 이후 현재까지는 공식활동을 일체 중단한 상태다. 한 분과위원은 “2차 회의를 돌연 취소하더니 이후로는 전혀 소식이 없다. 언제 다시 회의를 재개한다는 말도 없다”고 말했다.

실무를 맡은 당국도 멋쩍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학계와 유관기관 위원 17명으로 구성된 총괄분과위원회와 동수(同數)의 수요계획·설비계획 실무소위를 구성, 원론적인 8차 계획 수립방향과 현안을 점검했다. 당시 정부는 수요전망-필요설비 도출-공청회 및 국회 상임위 보고-수급계획 확정 공고 등의 모든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애초 주형환 장관이 확약한 ‘7월 발표’ 준수는 어렵더라도 상반기에 주요 작업을 어느 정도 끝내놓고 대선 이후 최고결정권자의 결재를 받아 후속 절차를 밟는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전부터 에너지 주무부처 개편 논의가 부상해 내부가 어수선해졌고, 이런 가운데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산업부를 배제하고 노후 석탄화력 가동중단 지시를 내리면서 조직 자체가 진공상태가 됐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가)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 자체적으로 여러부분을 들여다 볼 것으로 생각되지만, 최근 들어 별도 협의한 내용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이전 정부의 정책과 새 정부 공약 사이에서 심각한 결정장애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여러 여건을 따져봤을 때 기존 일정보다 상당기간 수급계획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무부처가 허둥대자 산업계 역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 축소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에 생사여탈이 결정될 기존 계획 설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의 경우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부지 미확정 1,2호기 등 8기 1만1600MW에 달하고, 석탄화력도 미착공 6기 용량만 5160MW이다.

이중 일부 기착공 사업에 최종 사업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송사로 비화돼 정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할 수 있고, 대체 전원으로 분류되는 신재생과 LNG발전 비중을 재조정하거나 전체 전력믹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산업부가 지금 수급계획 작업을 재개해도 국회보고 등 후속절차를 감안하면 연내 계획확정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전력업계는 에너지전환이란 새 정부의 큰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한 수급계획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발전사 관계자는 "8차 수급계획은 현 정부가 아니라 차기나 차차기 정부 때 효력이 발휘되는 장기계획"이라면서 "폐쇄된 논의구조를 개방해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되 기술적인 부문은 전문가 의견도 충분히 존중해 계획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