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비용 없어 방치된 판매소를 '지위승계' 받아 불법 활개
일반판매업계 "우리도 피해자…구조조정 지원해 차단해야"

▲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최근 가짜경유 접수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직원이 제품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이투뉴스] "석유일반판매소가 10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도 가게를 '지위승계' 받아 판매소를 시작한 곳이 50여곳이나 된다. 불황속에서 이쪽으로 뛰어든 사람들은 왜일까.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90%를 가짜석유 유통업자로 본다" 강세진 일반석유판매소 사무총장의 분석이다.

겨울엔 석유를 여름엔 어름(얼음)을 파는 일반판매소. 일반판매소는 해마다 약 300곳이 문을 닫는다. 지난해 기준 휴업한 216곳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더 줄어든다. 이는 10년 사이 70%가 줄은 수치다. 현재 전국 일반판매소는 2800개 정도로 과거 비공식 집계로는 1만2000여개에 달했다 하니 업계가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일반판매소 전체 수는 감소함에도 새로운 사업자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석유수요(기름보일러용 등유)는 줄었지만, 탈법·불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판매소는 위험물 취급업소라 폐업하기 매우 까다롭다. 보통 주유소나 판매소를 폐업하려면 토양오염도 검사, 철거, 위험물 용도폐지 신고, 특정 토양오염관리대상 시설 폐쇄 신고의 4단계를 거친다. 통상 평균 폐업비용은 주유소 기준 1억5000만원, 일반판매소는 약 2500만원 정도다.

장사가 안 돼 폐업을 하는 주인이 이러한 별도의 돈을 쓰면서까지 가게를 철거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추가 비용이 아까워 방치하는 곳이 적잖은데, 강 사무총장은 바로 이런 곳에 가짜유통업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짜석유를 잡으러 주유소와 대리점을 압박하니 오히려 더 음지로 스며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새로이 불거져 나오는 현상)를 막기 위해선 결국 구조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는 것. 심지어 그는 "일반 소비자는 그렇지 않지만, 건설현장이나 화물업계의 경우 가짜석유를 알면서 쓰는 사람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현장에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회사에서 일을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지입차 형태'의 영업이 많다. 벌이가 시원찮은 운송업자들은 그나마 기름값이라도 줄일려고 발버둥 치다가 가짜기름을 접하는 사례가 많다고 그는 귀띔했다. 근래 들어 가짜석유 유통 중 가짜휘발유(일반차량이 사용)는 줄고, 가짜경유(건설업·화물업 등의 대형차량이 사용)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

강세진 일반판매소 사무총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화물운송 또는 물류업을 하는 사람들도 가짜경유를 사용하면 차에 무리가 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증상이 약 5년 후에 나타내기 때문에 가짜석유를 사용하다가 5년 후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설명했다. 즉,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다는 것이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