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ESS 정책자금 사업에 적기공급 불가 통보
“정책지원 현실화되자 사전예고도 없이 갑질” 분통

[이투뉴스] 글로벌 ESS(전력저장장치)시장 선점을 명분으로 줄기차게 내수시장 확대 정책을 요구해 온 국내 일부 배터리 업체가 정작 정부 금융지원(융자) 발전사업 프로젝트에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대규모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사업자들은 “정부청사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판(시장)을 키워 달라던 ESS기업이 각종 정책 지원이 현실화 되자 사전 예고도 없이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태양광연계 ESS사업과 관련해 정부 신산업정책금융자금을 받기로 한 사업자 측에 오는 10월까지 ESS를 공급할 수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5.0 우대 조건을 받기 위해 정부에 융자신청을 내고 배터리 납품 및 시공만 기다리던 다수 프로젝트들은 약정이행이 불가능한 사업으로 분류돼 금융지원이 취소된다. 또 향후 유사 융자지원사업 신청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애초 이들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완료되려면 내달말 이전에 전기사용전검사까지 마쳐야 한다. ESS업체 통보대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취소되면 후순위 융자신청업체로 자격이 넘어가 사업기회 박탈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태양광 연계 ESS사업의 경우 발전사업자는 시공업체와, 시공업체는 ESS업체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중이다. 만약 ESS업체가 납기를 지키지 않아 사업이 최종 취소되면 계약 단계별로 줄소송이 불가피하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발전사업자들은 시공사들과 연락을 취하며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전문업체(시공사)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문제가 생긴다면 ESS업체든 시공사든 반드시 법적책임을 물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료 특례할인에 REC까지 정부를 앞세워 판을 벌이더니 이제와 국내 고객에 갑질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ESS사는 함구하고 있다. LG화학은 ESS 양산능력이나 정상 가동여부, 가동률 등을 묻자 “케파나 가동률은 경쟁사들도 공개하지 않는 내용”이라며 “현장 정보는 대외공개가 어렵다. 점진적으로 이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것 정도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발전사들은 해당업체 ESS공장에 말 못할 중대 생산차질 사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연산 ESS 양산능력은 100MW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 ESS의 또 다른 한축인 삼성SDI는 공급이 달릴 정도는 아니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SDI 측은 “정책자금 영향을 받는 ESS는 연간단위로 책정된 예산을 소진해야 하는 하반기가 계절적 성수기”라면서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국내 대응을 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울산에 ESS생산거점을 둔 삼성SDI의 생산능력은 LG화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다만 삼성SDI는 ESS보다 전기차를 주력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정 ESS기업의 물량공급 차질이 정책 신뢰 훼손이나 대규모 송사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사태파악과 수습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 한 관계자는 "ESS업체가 관련 공고가 나갈 때 미리 제때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지껏 침묵했다면 시장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이라며 "대기 사업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사업연장은 불가능하다. 원칙대로 가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발전업체 관계자는 "배터리업체가 자초하고 정부가 벌인 일이니 책임질 쪽에서 수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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