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지진대비 안전설비 보강,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안 마련에 부산한 원자력업계가 신정부의 반원전 정책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재검토, 계속운전 반대, 영국 무어사이드원전 인수 검토 제동 등 전면적인 반원전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력한 환경단체는 2050년의 전력수요를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원자력은 위험하니 기존원전은 운영허가기간이 종료되면 폐지하고, 계획 중인 원전은 취소하자 즉, 탈핵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의 전형적인 모델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이 하니까 우리도 된다.’ 이 가설은 과연 성립하는가. 독일이 추진하는 탈원전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전력수요의 정체, 100% 넘게 확보되어 있는 예비력, 전력수출입이 가능한 전력망 연계, 갈탄이지만 풍부한 에너지 자원, 국제 가스망의 연계,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도리어 싼 세계 최고의 전기요금 등이다. 우리의 에너지 현실은 어떤가. 굳이 나열할 필요는 없다. 독일의 상황과 우리는 반대니까. 그럼에도 에너지정책은 독일을 따라가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다른 상황이 있다. 탈핵 이전부터 독일은 강력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탈핵 이후에도 독일의 전력수출은 감소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정가격제를 시행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도매전력 가격이 크게 낮아졌고 인접국들은 원가가 비싼 자국 발전기를 세우고 독일로부터 전기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독일 발전사업자들이 송전망사업자로부터 받아가는 도매전력가격이 (-)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전기소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고정가격제에 의한 보조금 증가 부담은 전부 전기소비자 몫이다. 미국 DOE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독일 주택용 전기요금은 78%가 올랐다. ‘독일 따라하기’에서 외면되는 사실이다. 

세 가지 명제가 서로 상충되어 정책선택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트릴레마, 삼중딜레마는 에너지부문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경제, 공급안정, 환경의 삼각관계가 그것이다. WEC가 2014년 발표한 우리의 에너지 트릴레마 인덱스는 대상국 127개국 중 103위이다. 전력의 수급과 믹스를 담당하는 의사결정자는 이 세 가지 명제에 대한 가중치 선택을 놓고 늘상 고민에 빠진다. 환경을 우선하면 공급안정과 경제가, 경제를 우선하면 환경이 걱정된다.  

최근 전력에너지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건과 그 대책은 전원믹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큰 고민에 빠뜨렸다. 원전이 입지하고 있는 경주일원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시민의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석탄발전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이 석탄과 원전을 조기폐지하고 신규 전원에서 배제하는 것이면 쉽다. 그렇게 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고 전기요금이 안정될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과연 그런가. 대안으로 남아있는 전원이 신재생과 가스뿐인데. 전원믹스 결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경제, 환경, 공급안정 외에도 전기특유의 부하행태, 발전기의 기술적 특성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그래서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많은 전문가가 동원되고 2년 주기로 재검토한다. 탈원전정책이 추진 중인 독일도 전력수급을 고려하여 기존 석탄화력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니 독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추진하여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증거 중 하나다. 

에너지정책, 전력정책은 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측면의 고려는 물론이고, 많은 분야의 의견 청취가 필수다. 그것이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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