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첫 부부관계

올 해 아이를 낳은 부부들에게 ‘한 해 있었던 일 중 가장 의미있고 보람된 일이 무엇이었는가’ 를 묻는다면 물으나마나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임신과 출산은 한 생명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과정이다.


하지만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남편의 마음 한구석에는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의 금욕생활을 청산하고, 하루 빨리 아내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크다. 그 마음은 첫날밤을 기다리는 마음만큼이나 기다려지고 설레일 것이다. 그러나 아기만 낳고 나면 그동안의 금욕생활이 끝나리라 기대했던 마음도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신비로운 탄생 뒤에는 그만큼의 아내의 고통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를 낳은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남편은 섣불리 아내에게 다가서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아내와 오붓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일까.


의학적으로는 출산 후 약 4주간 나오는 오로(오로. 피가 섞인 분비물)가 끝나면 성관계를 해도 안전하다. 자연 분만이든, 제왕절개 분만이든 회음부나 복부 수술부위의 상처가 아물려면 2~3주 정도 걸리지만 출산 때 생긴 질과 회음부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된 이후에 하는 것이 좋으므로 가능한 한 6주 정도에 정기 검진을 받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난산으로 회음 절개 감염이나 혈종이 있었을 경우에는 6주 후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분만 후 월경이 없는 상태에서 호르몬 분비가 적어 불쾌감을 느끼거나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즉 꼭 어느 시기부터라고 정해졌다기보다 몸이 회복되는 데 드는 시간이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을 감안하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첫 성관계를 보낼 준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성관계를 잘못 보내면 훗날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대화를 나누듯 서서히 관계를 진행시키지 않고, 남편의 일방적인 욕구만으로 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아내는 성관계를 부담스럽고 피곤한 행위로 느끼게 되고 심한 경우, 아내에게 불감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새로 태어난 아기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성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모유를 먹이는 여성은 젖 분비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성욕의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은 직장일까지 겹쳐 아내는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게 된다. 때문에 출산 후 첫 부부관계는 부부가 처음 관계를 맺을 때만큼이나 조심스럽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남편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몸의 변화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을 아내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다가간다. 그리고 6주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질 점막이 약하므로 격렬한 관계는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부드럽고 따뜻한 자세로 처음 관계를 가질 때처럼 아내를 감싸주어야 한다. 체위는 정상위나 신장위, 배에 부담이 되지 않는 형태가 좋다. 또한 남편들에게는 출산 이후 첫 성관계를 갖게 될 때 질이 늘어나서 만족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내 역시 그러한 문제로 우려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섣불리 그러한 불만을 내비추어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단 아내만 심리적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다. 남편도 심리적, 감정적 문제를 겪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만 신경을 쓰는 아내로 인해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느끼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비로소 진정한 가장이 됨으로 인한 의무감으로 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출산 후 성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다. 이러한 배려와 이해 없이 첫 성관계를 가진다면 관계에 대한 불만족스러움과 실망감, 그리고 그에 대한 상처로 앞으로의 부부관계가 힘들어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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