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불구 LH만 주택법 앞세우며 분쟁 야기
수익자부담 원칙, 요금 형평성 위배…법령개정 시급

[이투뉴스] 택지개발지구 도시가스 간선시설의 비용부담 주체를 놓고 개발사업자와 도시가스사 간 분쟁이 여전하다. 특히 LH가 법정소송으로 끌고 간 게 한 두건이 아니다. 30여년을 이어온 간선시설 비용부담 갈등은 주택법과 도시가스사업법 간 서로 다른 기준이 발단이다. 사업자마다 각각의 법령을 앞세워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간선시설(幹線施設)이란 도로·상하수도·전기시설·가스시설·통신시설 및 지역난방시설 등 주택단지 안의 기간시설을 그 주택단지 밖에 있는 같은 종류의 기간시설에 연결시키는 시설을 말한다. 가스 부문의 경우 기간시설부터 단지 내 정압조정실, 지역난방은 기간시설부터 단지 내 기계실 입구까지다.

간선시설 비용분담에 이견이 빚어지는 것은 택지개발사업자와 도시가스사업자가 각각 주택법과 도시가스사업법을 적용해서다. 주택법 제28조는 주택공급, 대지조성 사업 시 가스사업자가 가스공급시설 설치의무를 갖고, 설치비용도 부담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사업법은 경제성이 미달하는 지역에 대해 가스사업자가 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도시가스의 공급을 요청하는 자’ 에게 분담시킬 수 있도록 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모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권익위원회가 2013년 7월 택지개발사업 도시가스 간선시설 설치 실효성 제고방안을 의결해 산업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하고, 당시 국무조정실이 간선시설 설치비용은 원칙적으로 택지개발사업자와 도시가스사업자 간 분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국토교통부와 LH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조율이 이뤄지지 못했다.

법정다툼도 다르지 않다. 오랜 송사 끝에 2015년 대법원이 ‘LH도 도시가스공급 요청자에 해당해 시설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이후에도 여전히 LH는 이를 따르지 않고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LH는 인천청라지구를 개발하면서 인천도시가스에 단독주택지역에 대한 가스간선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양측은 설치비용 분담협약을 맺고, LH가 수요가부담시설분담금을 납부한데 이어 인천도시가스가 공급시설을 설치했다.

◆대법원 “택지개발사업자 시설분담금 타당”

하지만 LH는 공사가 완료되자 분담금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5월 인천지방법원과 그해 10월 서울고등법원 등 1심과 2심 모두 인천도시가스가 승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응한 LH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2015년 6월 인천도시가스의 손을 들어줬다. 시설분담금 부과는 도시가스사업법에 의한 것으로 주택법 위반이 아니며, LH도 가스 공급요청자로서 시설분담금 납부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특히 도법과 주택법은 규율대상과 입법취지가 다르고, 수요가부담 시설분담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산정해 분담하는 선(先) 부과요금이며, 가스시설 설치비용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도법과 주택법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 이후 대부분 택지개발사업자는 시설분담금을 납부해 분쟁의 불씨가 번지지 않았다. 경북 진량선화지구 및 임당역세권 개발과 경산중산지구, 대구 수성의료지구 모두 택지개발사업자가 시설분담금을 납부하면서 공사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LH만은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여전히 시설분담금 납부를 거부해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 사업시행자인 LH와 대구도시공사가 각각 다른 조치를 취한 대구국가산업단지 개발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동일한 택지 내에서 대구도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하는 택지는 정상적인 시설분담금 납부로 배관공사가 진행된 반면 LH는 납부를 거부해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해당지역 도시가스공급사인 대성에너지가 국민권익위에 중재를 신청하고 현장실사를 통한 권익위 중재로 LH가 비용을 냈으나, 이것도 시설분담금이 아닌 공사비라는 명목을 달아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택지개발사업자 비용분담

해외의 경우 미국, 영국, EU,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는 가스공급시설을 택지개발지구에 설치되는 간선시설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시설 설치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택지개발에 가스공급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규정한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설치의무와 비용부담을 택지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우선 시대에 맞지 않는 법령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공학박사인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은 “택지지구 내 도시가스시설 설치의무 및 비용을 민간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주택법은 70년대 초 제정돼 40년이 넘었다. 주택이 부족한 시절에 저렴하게 주택보급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는데, 2015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02%인 현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또 “택지개발지구의 특수성 및 공익성으로 전권을 LH 등 개발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고, 택지개발로 인한 실질적 수혜는 LH 등 개발사업자에게 귀속된다”면서 “수익을 향유하는 주체와 비용부담 주체가 다른 왜곡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간선시설 비용부담의 형평성도 지적된다. 같은 간선시설인 상수도의 경우 신·증설 비용 및 부대비용을 합산한 금액을 원인자 부담금으로 부과하고, 하수도의 경우 건설에 소요된 모든 비용을 원인자 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아울러 택지개발 관계법령에 도시가스 간선시설 비용분담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요구된다. 택지개발 관계법령이 13개에 달해 현실적으로 각각의 법 개정을 통한 비용분담 조항 마련은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관계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례를 비롯해 해외사례, 수익자부담 원칙 등 모든 관점에서 택지개발사업자의 시설분담금 부과는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택법에 따라 설치비용은 가스사업자가 부담하고,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개발사업자는 도시가스 공급을 요청하는 자에 해당돼 수요가 시설분담금 적용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권익위원회의 권고사항과 국무조정실이 주재한 관계 장관회의에서 제시된 제도개선 이행을 비롯해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의 위상에 걸맞는 대법원 판결 존중의 조치와 관계법령의 시급한 정비가 요구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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