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포럼서 강조
중국 시장진입 따른 치킨게임은 중대 변수

▲ 포럼 시작에 앞서 김연규 한양대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투뉴스] "자율주행 차량이 100% 보급화 된 미래에는 로봇이 운전하기에 사고율이 0%가 될지 모른다. 그럼 그때는 차를 굳이 철판으로 만들 필요가 있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이 석유화학의 장밋빛 미래를 논하면서 건넨 농담이다. 지난 13일 서울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17 에너지시장 전략포럼'에서다. 

이날 박 팀장은 '저유가 시기 한국 정유업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앞으로 국내 정유사는 정유부문보다는 석유화학부문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래깅 이펙트(Lagging effect, 지연효과)'에 대해 중점 설명했다. 미국 정유사 발레로(Valero)와 SK이노베이션의 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서, 양사는 같은 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른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만 포모사 페트로(Formosa Petro)와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방향성은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유사의 정제 마진은 거의 이익으로 직결되지만, 아시아기업은 한달 시차 때문에 차이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한, 일, 대만 정유사는 같은 방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팀장은 이같은 지연 탓에 국내 정유부문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유산업은 사양길을, 석유화학산업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사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호황이라 당분간 이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유사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기업이 석유화학산업을 매우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임 연구원에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영업이익율은 15%, 롯데케미칼은 13%, 대한유화는 20%로 각각 사상 최고실적을 올렸다.

그는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1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0%대다. 다른 산업에 비해 굉장히 높은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업스트림 석유화학기업들만의 잔치일뿐 화섬연료, 고무 등 다른 다운스트림 기업들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양분화된 석유화학산업을 혼동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도 이 같은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기업 바스프(Basf)의 최근 연간 영업이익률은 최소 6.8%, 최대 13.1% 사이를 움직였으며, 일본의 대표 석유화학기업 미스비시화학홀딩스도 지난해 7%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국이 이같은 장기호황을 깰 수 있는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2015년 2월 중국 정부가 석유수입 자율화를 실행하면서 결국에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스트림 석유화학업계는 자본이 엄청나게 필요한 산업이지만, 반대로 투자비 외에는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도 석유화학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결정적 근거라고 덧붙였다.

특히 철강산업의 지난 10년을 예로 들면서 중국기업이 철강 세계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포스코 영업이익률은 한때 23%에서 최근 한자리로 떨어졌는데, 과연 석유화학은 중국의 영향에서 안전할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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