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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유는 불이 붙지 않는다
[459호] 2017년 06월 19일 (월) 08:00:24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이투뉴스] 1990년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2>의 한 장면. 맥클레인 형사(브루스 월리스)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려는 악당을 뒤쫓고 있다. 비행기 날개 위에서 악당과 싸우다 땅바닥에 떨어지고만 맥클레인. 악당은 그를 비웃으며 비행기를 출발시킨다. 이렇게 놓치는 것인가.

그런데 맥클레인은 떨어지면서 비행기 연료 주유캡을 열어놓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쏟아진 항공유 위로 지포라이터를 던진다. '쏴아아아'. 불길은 비행기를 맹렬히 추격해, 비행기는 이륙 바로 직전에 폭발된다. 맥클레인 형사는 멋있게 악당을 소탕했고 영화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사실 이 장면은 철저한 영화적 허구다. 결론부터 말하면 휘발유와 달리 항공유는 불이 거의 붙지 않는다. 원유의 분리방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땅속에서 추출한 초기 원유는 여러 불순물이 섞여있는 혼합물이다. 따라서 원유를 350℃ 이상 고온에서 가열해 분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끓는점이 낮은 물질부터 기화되면서 석유제품이 하나씩 뽑혀 나오는데, LPG(25℃)-가솔린(40∼75℃)-나프타(75~150℃)-등유(150~240℃)-경유(220-250℃)-윤활유(250~350℃)-중유(350℃)의 순을 따른다.

원유의 정제과정 중 가장 먼저 추출되는 제품은 LPG(액화석유가스)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판가스, 부탄 가스가 여기에 속한다. 끓는점이 25℃ 정도로 제일 낮아 쉽게 불이 붙지만 반대로 가장 위험한 석유제품이다. '부탄가스 토치', '프로판 가스 폭발 사고'란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

그 다음은 가솔린, 즉 휘발유다. 역시 인화성이 커 폭발의 위험이 있지만, 연비가 높아 자동차의 주 연료로 사용된다. 다음 나오는 나프타는 보통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연료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납사라고 부르곤 했다.

그 다음 순서가 등유다. 등유는 끓는점이 150~240℃로 주로 가정용 난방연료로 사용되며, 석유제품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등유로 비행기 연료, 즉 항공유를 만든다는 것.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더 좋은 품질의 기름을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오해가 있지만 등유와 항공유는 성분상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항공유가 등유처럼 끓는 점이 높으니,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더욱이 비행기 특성상 항공유는 불에 잘 붙지도, 반대로 쉽게 얼지도 않게 만들어진다. 다이하드 팬으로서 미안한 말이지만, 이날 맥클레인 형사는 악당을 놓쳤어야 맞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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