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천명했다. 문대통령은 또한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도 전면 중단하며 임기 안에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도 문을 닫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선언은 큰 틀에서 볼 때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획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탈 원전이 대세이며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새로운 정부의 탈핵 정책은 앞으로 수십년간에 걸쳐 추진되는 사안이다. 하루아침에 원자력발전소를 전부 없애는 것이 아니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폐지원전을 대체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탈핵으로 인해 금방 전력대란이 일어나고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는 등 엄청난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사실상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그동안 관성과 타성으로 유지돼왔다고 혹평하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많다. 새로이 정책을 바꾸려 해도 과거에 세워놓은 계획 때문에 발목이 잡혀 바람직한 정책 전환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에너지 다소비업종을 줄이겠다고 수십년간 당국은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통하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좋은 예.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탈핵 선언 후 내놓은 ‘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도 탈핵 및 화력발전소 감축 등으로 작년에 비교해 발전비용이 21%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 정산단가가 떨어지고 신재생에너지 원가가 떨어지면서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이더라도 갑자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설명했다.

탈핵은 지금까지 숨은 비용으로 원자력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폐로 비용은 물론 원전 건설에 따른 지역사회 지원액 등이 단가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탄화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뿜어내는 공해물질로 인한 환경피해 금액 역시 원가에 들어있지 않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이웃 중국만해도 신재생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말로는 신재생에너지를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나섰지만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중시하는 관성과 타성에 밀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선언은 패러다임을 새로 바꾸는 획기적인 것이다. 에너지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같은 큰 정책의 이행이 담보될 수 있는 방안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많은 국민이 탈원전에 공감하고 있지만 탈핵이 에너지 가격체계에 미칠 영향을 정밀히 분석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