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싸움에 널뛰는 신재생정책

2025-04-19     최인영 기자

[이투뉴스] “중국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이라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예요. 신재생에너지산업에서도 빠른 속도로 전문성을 쌓고 있어요. 제조업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은 탈탄소 흐름에 민첩하고 깊이있게 대응해야 하는데 현실은 암담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이 과도하게 정치에 흔들린 결과라고 봅니다.”

한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입을 모아 호소하는 공통된 애로사항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왜 정치진영의 도구로 쓰여야 하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2% 안팎으로 세계 평균 32%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도 평균 10% 대에 머물고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세계 최고의 수소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을 수립했다. 또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면서 생태계 조성에 속도감을 높였다. 같은해 7월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2020년 21.3GW에서 2034년 82.2GW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국판 뉴딜 전략을 발표했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기조를 강조한 문 정부 취지에 따라 국내 태양광·풍력 및 수소에너지 보급도 빠른 속도로 확대돼 왔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생태계 복원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고,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R&D(연구개발) 예산마저 대폭 삭감되면서 기술개발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는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속도조절에 나서야 했다. 

아울러 보조금을 비롯해 각종 융자지원과 세제혜택 등도 줄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정치 지향적 에너지정책’ 탓으로 돌렸다.

2050년 넷제로 달성에는 보수와 진보 모두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지지기반에 따라 에너지정책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것은 물론 이전 정권 흔적지우기에 나서면서 반대세력을 궁지로 몰아넣기까지 하는 일이 다반사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점에서, 아직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정권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여정에 주요 정당이 그리는 밑그림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최종 목표치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전략도 미흡하다. 한국은 그동안 다양한 산업군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중국의 맹추격에 선두자리를 차츰 내어주는 처지다.

때늦은 후회는 애꿎은 국민만 고통받게 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치적 갈등을 멈추고, 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최인영 기자 dodam@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