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쪽난 에너지 정부조직
[이투뉴스] “결국 부처이기주의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본인들은 보기 좋게 기능조정을 했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철저하게 산업부와 환경부 간 나눠먹기에 불과하다. 산업부가 다 줄 수 없다고 떼를 쓰자, 2개 국을 남겨뒀다. 이번에도 기후에너지 통합 컨트롤 타워 구축은 사실상 실패다.”
정부가 기후에너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누구는 남고, 누구는 넘어가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자원과 원전수출만 남고 다 넘어가는 것처럼 얘기됐지만 석유·가스도 자원에 속한다는 명목으로 산업부에 잔류했다.
원자력이 가장 심각하다. 원전 진흥을 외친 산업부와 달리 사실상 감원전이 불가피하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정책이 모두 넘어갔다. 원전수출만 덩그러니 남아선 과연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전업계가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에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석유·가스 분야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막바지까지 시끄러웠지만 석유·가스도 자원분야인 만큼 잔류해야 한다고 결론났기 때문이다. 사실 자원산업정책국(자원안보정책과, 석유산업과, 가스산업과, 석탄산업과, 광물자원팀)이 그대로 눌러 앉은 셈이다. 에너지가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자원만 나홀로 남아서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당장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전력산업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 등을 짤 때부터 문제다. 전력-가스-석유-재생에너지-원전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원 단독으로 결론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산업부와 기후환경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에너지위원회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구성과 운영은 기후환경부가 맡고, 위원장도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다. 하지만 위원구성은 산업통상부와 상의해야 한다. 지역에너지계획 및 비상시 에너지수급계획 수립도 두 부처가 동시에 걸려 있다. 에너지바우처 등 복지사업 역시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공동부령’으로 해야 한다.
에너지·자원 산업의 돈줄인 ‘에너지 및 자원산업 특별회계(에특회계)’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운용·관리하도록 했다. 따라서 산업부 관할인 석유·가스·자원·광물 모두 앞으로 돈을 빌리려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와 예산을 짜는 기후환경부 양부처에 사정해야 한다.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불가피한 셈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기후·환경과 에너지 부문이 서로 떨어져 아무 상관도 하지 않도록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서로 협의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1차 에너지의 양대 축인 석유·가스는 산업부에, 2차 에너지의 핵심인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대부분 전기 생산)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두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기후에너지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당초 구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설마 “다음 정권에 산업부와 에너지를 다시 합치도록 명분을 만들려고 이렇게 나눈건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속담이 갑자기 더 두려워진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