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연발전 보상과 전기료 개편으로 전력계통 유연성 제고해야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박종배] 올해 4월 기준으로 원전, 석탄, LNG 등 전통 중앙급전 발전기의 용량은 119GW에 달하지만, 댓수는 429기에 불과하다. 반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비중앙급전 발전기의 용량은 35GW이지만, 댓수는 무려 15만7702기에 이르고 있다. 용량 기준으로 비중앙 급전의 비중은 23%, 댓수는 전체의 99.7%나 차지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비중앙 급전 발전기는 18GW로 14%에 불과하였다. 5년 만에 비중이 무려 9%p나 증가하여, 분산형 전원의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30년 재생에너지는 78GW로 목표하고 있어 분산형 전원의 보급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중앙급전 발전기로 분류되지만, 실시간 부하추종 운전에는 한계가 있는 원자력 발전은 26기, 26.1GW 수준이다. 평상 시 혹은 전력망에서 중요 사고가 발생할 때, 출력을 조정하여 주파수를 안정적인 범위 내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발전기는 실질적으로 92.9GW, 403기가 된다. 즉, 원전, 비중앙급전 등의 경직성 전원의 비중이 현재 40%에 이르고 있다. 4GW에 이르는 소규모 자가용 발전기까지 고려할 경우, 경직성 전원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특히, 전력수요가 낮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지는 봄‧가을철의 경직성 전원의 비중은 80%를 상회하는 시간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봄‧가을철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출력 제어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운전 중인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없으므로 단기 한계비용은 영(零)이며, 원자력 발전기는 kWh당 6원 정도로 100원을 상회하는 화력발전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경제급전의 관점이나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이들은 우선 급전되고 최대한 활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하는 발전량은 우선 출력제한이 된다. 양수발전과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용량이 부족하고 가격 또한 비싸다. 다음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대규모 발전기의 탈락이나, 송전망 사고로 재생에너지 인버터가 일시에 탈락하거나, 급격한 기상 변화로 재생에너지의 출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나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하기 위하여 관성을 제공하며 출력 조정이 가능한 LNG 등 화력발전기가 가동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의무가동 화력발전기의 발전량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나 원전의 출력이 감소하게 된다.
전력계통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한계비용이 매우 낮은 발전기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대책은 많이 있다. 신규 양수발전소의 건설, 원전의 출력조정 기술개발, 그리드포밍과 같은 주파수 조정 능력을 보유한 재생에너지 보급, 기보급된 재생에너지 인버터의 성능 개선,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와 같이 지역을 연계하는 대규모 송전망의 건설, 전기차의 계통연계형 충방전(V2G), 잉여 전기의 수소전환(P2H) 및 열전환(P2H), 스마트가전 및 빌딩의 계통응동형 수요반응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안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비용이 높거나, 기술 개발과 표준화 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 지금 당장 활용하기에는 어렵다.
현재나 수 년내 활용할 수 있는 저장, 수요, 공급 대안으로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의 보급, 플러스 수요반응(DR) 인센티브의 인상, 봄·가을철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출력제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낮 시간대에 초경부하 전기요금의 신설, 가스터빈 단독 운전 기능을 가진 LNG 복합화력 추가 확보, 최저 출력을 낮추어 전력계통 유연성을 높이는 화력발전기의 확보와 이에 대한 우선 급전 및 전력시장에서의 추가 보상 등으로 한정된다. 현재 일반용, 산업용 전기 소비자의 전기요금 시간 구분은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로 한정된다. 또한, 경부하 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8시로 설정되어 재생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출력제어되는 시간대와는 괴리를 가진다. 봄·가을철 전력수요가 매우 낮거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많급이 부족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를 대상으로 초경부하 전기요금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력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매우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첨두부하요금(CPP: Critical Peak Price)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또한, 최저 출력을 낮추거나 발전기 기동정지 특성을 향상하여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를 감소시키는 LNG, 석탄화력에 대해서는 현재의 정산과는 별도로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만 한다. 추가 인센티브 수준은 성능개선에 필요한 투자비 회수, 저출력 운전에 따른 설비의 성능저하, 운전유지비용의 증가 등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직간접으로 총괄원가 규제를 받는 공기업과 민간의 화력발전기에 대해서는 총괄원가와는 분리된 별도의 전력계통 유연성 제고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인센티브만 충분히 제공되면 단 기간에 기술의 확보는 가능할 수 있다.
봄·가을철 전기요금 제도 개선과 발전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