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대기오염물질 잡고 비상발전기는 분산전원으로 활용
[이기업, 이사람] 씨에이테크(CATech) 임인권 대표(명지대 교수) 까다로운 스웨덴·독일에 국산기술로 DPF+SCR 시스템 수출 "소형가스열병합·비상발전기 규제 충족 2~3년 내 투자비 회수"
[이투뉴스] 섬 선착장에서 배를 타 본 사람은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시동을 거는 배 엔진 배기구로 시커멓게 솟아오르는 매연 기둥을. 바다나 강, 항만 등에서 몇 달이고 24시간 자갈이나 모래를 퍼 올리는 준설선이나 자기 몸집보다 수백 배는 큰 배를 밀고 끄는 예인선, 시동을 켠 채 부두에 정박해 짐을 싣거나 부리는 배들도 마찬가지다. 여행자들에게는 낭만적인 풍경일 수 있지만, 이런 매연은 건강과 환경에 치명적이다. 다량의 질소산화물(NOx)이나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가 포함돼 있어서다. 더욱이 선박은 일반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엔진을 가동하고 연료소모량도 적지 않다. 국내 선박 기준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은 2020년 기준 NOx 15만4400여톤, SOx 1만5400여톤, PM10 8600여톤, PM 2.5(초미세먼지) 8000여톤에 달한다.
하지만 관리나 규제는 허술하다. 운항시간과 항만 체류시간이 제각각이고, 공해상을 오가는 선박도 수가 적지 않은 데다 일부 준설선은 건설장비로 분류된다. 2023년말 기준 국적 상선은 외항선 1195척, 내항선 2209척 등 모두 3404척이다.(해외취업선 855척, 어선 2338척 별도) 국적 상선 가운데 선령(Ship's Age)이 25년을 넘긴 노후선박도 1152척에 달한다. LNG처럼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선박이 경유나 중질유, 벙커C 등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들이 운용될 예정이다.
디젤차에는 수조원 쏟아붓고 대형엔진 선박은 모르쇠
씨에이테크(CATech)는 이런 선박들이나 디젤·가스비상발전기, 디젤엔진모터카 등에 적용하는 PM·NOx 저감장치(DPF)와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를 공급하는 업력 25년차 전문기업이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연소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임인권 대표(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2000년 창업했다. 2004년 일본 정부로부터 DPF 인증을 획득해 수출을 시작했고, 2009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 인증을 받아 중국과 미국에 각각 500여대의 DPF를 수출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스웨덴과 독일에 철도차량용과 선박용 DPF+SCR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전시회에서 한눈에 기술력을 알아본 현지 선도기업들이 자청해 단골이 됐다. 자체 설계로 제품을 제작·공급하고 사후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국내기업은 씨에이테크가 유일하다.
반면 국내시장에선 고전을 거듭했다. 투자로 접근한 국내기업들은 기술만 빼내 자체 사업을 벌이기 바빴고, 정부 퇴직 관료들은 모양만 정상인 DPF로 돈을 끌어모으는 데 급급했다. 수조 원의 보조금만 축낸 기기들이 제구실을 못하자 시장 전반에 불신만 커졌다. DPF 필터에 포집된 매연입자는 주기적으로 산화·연소시켜야 필터가 재생되고 차압이 해소돼 엔진도 정상 출력을 낸다. 다만 저부하 엔진으로 500~600℃의 고온조건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업계 일부는 350~400℃ 저온에서 일산화질소(NO)를 이산화질소(NO₂)로 다량 산화시키는 방법으로 눈 가리고 아웅식 DPF 사업을 이어갔다. 산화력이 좋아 필터는 항상 깨끗했지만, 독성이 강한 오염물질인 NO₂를 무방비로 배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NO₂ 증가율 규제를 하는 미국과 유럽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DPF를 깔았다는 한국에서는 이미 카르텔이 형성돼 정부조차 나서지 않았다. 씨에이테크처럼 문제 삼는 기업이 되레 불이익을 당했다.
임인권 대표는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NOx로 사기행각을 벌이며 기천억원대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기업들이 있다”면서 “하수처리장 소화가스나 CH₄ 발전기의 경우도 미국 NOx 배출기준은 10ppm인데 한국은 90ppm이다. 선진국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우리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보면 예외조항 투성이고, 규제가 전혀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30년 이상 가동해 수명을 다한 엔진을 하루 종일 가동하며 매일 수만리터의 연료를 쓰는 준설선도 건설장비라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그런 준선설 한 대가 일대 모든 차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부하를 많이 받는 예인선, 전국 산업 생산시설의 미신고 동력용 발전기, 건물용 비상발전기들도 오염저감시설 적용 등의 적정 규제와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지목했다.
국내시장 카르텔 형성 ‘악화가 양화 구축’
씨에이테크가 그나마 국내에서 숨통을 튼 건 2006년부터 서울교통공사에 디젤엔진모터카용 DPF를 공급하면서다. 1980년대부터 수입한 고가의 철도보수차량들인데, 저속으로 운행하다보니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 기존 수입·국산 DPF가 1~2년 만에 망가졌다. 씨에이테크는 일정주기로 자동가동되는 버너(Burner)를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모든 엔진 운전영역에서 화염을 만들어 내는 FTFF(Full-Time Full-Flow) 버너로 DPF를 균일하게 가열해 필터 셀을 막는 탄소입자(Soot-Cake)를 제거했다. 매연과 미세먼지를 90% 이상 저감하면서 디젤엔진모터카 운영 정상화에 기여했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교통공사, 광주도시철도, 메트로9호선, 코레일, 공항철도, 국가철도공단 등 거의 대부분의 국내 디젤엔진모터카에 이 시스템을 독점 공급했다. 내구성과 완성도가 좋아 수명 자체가 길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해 AS를 제공한 것이 신뢰의 기반이 됐다.
임인권 대표는 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가 시행되고 있는 대형선박 정박지 배기가스 규제CAECS(CARB Approved Emission Control Strategy)에 대응해 STAX엔지니어링사 등이 바지선을 활용해 선박 배기가스 포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성능이 검증된 자사 PM·NOx 저감장치를 선미(船尾) 배기관 주변에 설치하면, 입항 때마다 굳이 값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간이나 풍속제한 없이 규제를 충족할 수 있어서다. 이미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 과제로 2023년 해양환경공단 예인선에 일체형 PM·NOx 저감장치를 적용해 실효성을 입증했다. 또 2022년부터 군포 SK벤티움 지식산업센터와 구로 현대지식산업센터 비상발전기에 수요감축(DR)과 피크부하저감 대응용 일체형 저감장치(CDPF+SCR)를 설치했고, 이듬해 대전 대덕 Biz 빌딩 비상발전기에 버너방식을 적용한 저감장치를 공급했다.
임 대표는 “2017년 기준 전국 246개 건물에 소형가스열병합발전기 491대가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이 NOx 배출기준치를 초과해 정상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일부는 불법으로 NOx 배출 규제를 무시하고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설비와 30GW에 달하는 비상용디젤발전기에 저감장치를 설치해 환경규제를 충족하면 피크부하 전기료 절감효과로 2~3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분산전원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장비를 수입해 그대로 공급하는 타사와 달리 자체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해 완성도가 높고, 기존보다 40~50% 작게 제작이 가능해 협소한 지하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며 “우리보다 먼저 DPF와 SCR 등 저감설비를 적용한 독일과 스웨덴 등에 15년 이상 제품을 수출한 기업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선박과 비상발전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