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의미와 나아갈 길
기후에너지 정책기능 통합은 불가피, 산업부문 탄소저감 유도가 핵심 석유·자원 vs 전력·에너지 2곳으로 갈라져 ‘에너지정책 이원화’ 우려도
32년만 산업·에너지 분리…기후에너지 컨트롤타워 가능할까
[이투뉴스] 동력자원부가 1993년 상공자원부와 통합한 이후 32년 만에 산업과 에너지가 분리됐다. 이름은 상공자원부, 지식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으로 바뀌었지만 산업과 에너지는 동반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업과 떨어지고 환경과 합쳤다. 기후위기에 능동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기후에너지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후에너지만 묶어 새로운 부처가 생기는 듯 했으나 환경부에 넣어 기후에너지환경부(약칭 기후부)로 개편한 것이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에너지·기후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성환 장관은 기후부 출범사에서 “그동안 기후정책 총괄 기능은 환경부에, 감축수단은 산업부에 있다 보니 실질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기획과 실행을 하나의 부처에서 하게 된 만큼 전력, 산업, 수송, 건물, 생활 전 분야에서 탈탄소 녹색 대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다수를 점하는 석유·가스·석탄 등 전통에너지 분야는 산업통상부에 남겨뒀다. 1차에너지 사용량만 보면 여전히 에너지 주무부처는 산업통상부다. 원자력도 정책 및 육성은 기후부로, 수출은 산업부로 갈라졌다. 두 곳으로 갈라진 뚜렷한 이유는 대지 못하고 있다. 자원산업을 남겨두기로 했고, 이들 분야가 자원에 포함된다는 이상한 논리만 내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 경제축의 중심이다. 지금까지 산업과 에너지가 붙어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에너지 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기후에너지가 따로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대도 많고 우려도 많다. 하지만 결론은 내려졌고, 이제 어떤 시스템이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후부가 총괄하지만 산업부도 여전, 에너지공기업도 갈라져
기후정책을 총괄하고 에너지 기능은 산업통상부에서 가져와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을 선도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출범했다. 정부가 조직개편안을 마련한 후 한 달도 안돼 국회 통과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개편된 기후부는 1장관-2차관-4실-4국·14관-63과, 829명으로 첫발을 뎄다. 200명 수준의 산업부 에너지 담당 공무원들이 환경부로 넘어 왔다. 전체적으로 1차관이 기존 환경 분야를, 2차관이 기후 및 에너지 분야를 맡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성환 장관 아래 2차관, 4실, 4국·14관, 63과로 편제하는 내용의 조직 구성을 최종 확정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질 개선, 기후재난 대응 등 기후·에너지·환경정책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조직체계로 구성됐다.
먼저 1차관 산하에 2개실(기획조정실, 물관리정책실)과 4개국(자연보전국, 대기환경국, 자원순환국, 환경보건국)을 편재했다. 아울러 기획조정실장 산하에 정책기획관을, 물관리정책실장 밑에 수자원정책관, 물환경정책관, 물이용정책관을 뒀다. 기후실이 2차관 산하로 넘어간 것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기존 조직체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통해 기존 환경부 고유업무인 하천 자연성 및 생태계 회복, 미세먼지 저감, 순환경제 구축, 화학물질 안전 등 핵심 환경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과 국민 체감형 환경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추후 기후기금이 재정경제부에서 넘어오면 기후에너지정책관 아래 기후에너지재정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2차관 소속으로는 기후에너지정책실과 에너지전환정책실을 편제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탄소중립 산업 육성 등의 이행을 가속화한다는 방침 아래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세부적으로 기후에너지정책실에 기후에너지정책관과 녹색전환정책관, 수소열산업정책관, 국제협력관을 둬 기후정책 및 녹색전환, 수소+열+집단에너지, 에너지효율 등을 관장한다. 녹색수송 및 녹색산업 혁신과와 함께 열산업혁신과, 기후에너지신산업과, 에너지안전효율과 등이 신설됐다. 수송 및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담부서와 함께 기후에너지 분야 미래성장동력을 살릴 신산업과도 생겼다. 다만 제1의 에너지원이라 일컫는 에너지효율은 안전까지 붙여 후순위로 밀린 느낌이다.
에너지전환정책실에는 전력산업정책관과 전력망정책관, 재생에너지정책관, 원전산업정책관을 편제해 전기+신재생+원자력을 총괄하도록 했다. 전력망정책관을 별도로 만들어 전력망정책과, 계통운영혁신과, 분산에너지과를 배치한 것도 이전과 달라졌다. 전력산업정책관 산하에는 전력산업 및 전력시장, 청정전력과를 배치했고, 원전산업정책관에는 원전정책-원전환경-지역협력과를 뒀다.
에너지 분야 기능 이관으로 산업통상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200명 가까운 공무원이 이동했다. 부처 이동을 희망하는 인력에 대해 지원도 받았지만 기후부로 넘어가는 에너지부서는 함께 이동한다는 원칙을 세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력-신재생-효율-분산 및 집단에너지 사업부서 인력도 대부분 기후부로 옮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에너지 사무 중 원자력발전의 수출 및 석유·석탄·가스·광물을 제외한 사무를 기후부로 이관함에 따라 ‘자원’을 뗀 산업통상부로 개편됐다. ‘산업통상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개정, 에너지 관련 조직도 정비했다. 하지만 1000명이 넘었던 정원도 본부 기준 800명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먼저 차관 직속으로 자원산업정책국을 두고 하부에 자원안보정책과, 석유산업과, 가스산업과, 석탄산업과 및 광물자원팀을 편재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자원 개발 ▶국가자원안보 ▶석유 정책 및 산업 ▶가스(LNG, LPG, 도시가스) 정책 및 산업 ▶석탄 산업 ▶광물자원 개발 및 비축 등을 관장한다. 아울러 석유·가스·자원 관련 공공기관인 한국석유공사, 대한송유관공사, 석유관리원, 가스공사,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등도 담당한다.
원전전략기획관도 신설했다. 장관 직속의 원전전략기획관 밑에는 원전수출진흥담당관 및 원전수출협력담당관까지 2개의 과를 배치해 원자력 발전 플랜트·설비 및 원전기술의 수출 진흥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맡겼다. 원전 산업과 수출이 완전 분리된 셈이다.
◆부처간 관계 설정 및 주도권 등 넘어야 할 과제 수두룩
우여곡절 끝에 기후에너지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됐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부처별 나눠먹기로 에너지 분야가 두 개로 갈라져 오히려 기후에너지 정책이 더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비대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특히 산업부의 불만이 크다. 산업통상부에 남은 한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처럼 산업부와 환경부에서 에너지와 기후 기능을 떼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며 “2개로 갈라지는 것은 물론 전혀 딴 식구가 돼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막막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산업과 에너지의 분리와 함께 에너지 정책도 이원화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전력산업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부터가 문제다. 전력-가스-석유-재생에너지-원전-집단에너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별 에너지원 단독으로 결론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기후위기대응위원회(탄소중립녹색성장委)와 에너지위원회를 어찌 운영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기후부가 주도해야 하지만 산업부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또 지역에너지계획이나 비상시 에너지수급계획 수립, 에너지바우처 등 복지제도 역시 기후부와 산업부가 중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너지·자원 산업의 돈줄인 ‘에너지 및 자원산업 특별회계(에특회계)’ 위치도 어정쩡하다. 부처간 협의가 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개악(改惡)'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산업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중 한전과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공기업, 에너지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기후부로 넘어가지만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은 산업부 소관으로, 에너지공기업 지휘체계가 이원화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력산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가스 분야가 산업부에 남은 것도 이상하다. 가스공사 역시 수소산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부처를 다 모셔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즉각 반발했다. 국민적 공감대도, 전문가와의 충분한 검토도 없이, 오만과 독선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에너지 정책의 심장을 산업부에서 떼어내 규제 부처인 환경부로 이식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시도”라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좀 먹고, 에너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두 부처의 협업과 원활한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원별 정책에 휘두르지 못하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주무부처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험난한 여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한 교수는 “에너지산업을 쪼개 기후부와 산업부에 분산시킨 것은 컨트롤타워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당분간은 리더가 힘이 센 기후부가 기후에너지 정책을 주도해 나가겠지만 산업부가 마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