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뒷방신세 여전한 에너지효율
[이투뉴스] 정부가 최근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최근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 집기본(집단에너지기본계획)처럼 축약하는 것이 유행인지, 일부에선 합기본이라 부르기도 한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제4조에 따라 5년 주기로 수립,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합리화법은 1979년에 제정된 초창기 에너지 관련법 중 하나다. 제1조(목적) “에너지 수급안정, 합리·효율적인 이용, 환경피해·지구온난화 최소화,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상 에너지 분야 모법 역할을 했었다. 이후 에너지기본법, 녹색성장기본법이 등장하면서 밀려났지만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합리화기본계획 역시 에너지효율 향상 및 수요관리를 위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기 및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회오리에 밀려 공청회 한 번 없이 슬그머니 7차 계획을 내놨다. 심지어 관심이 높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과 묶어 보도자료 9줄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과거에는 정권마다 한번쯤 ‘에너지효율을 제1의 에너지원’이라든가 ‘에너지효율혁신이 에너지 분야 최우선 과제’와 같은 립서비스라도 동반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것도 없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에너지시스템을 전환·혁신하고,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퉁쳤다.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가장 중요한 산업부문 에너지 절감방안으로 자발적 협약 확대나 진단 고도화, 스마트 그린산단 효율화를 제시해 실효성있는 대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문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목표 역시 5년간 407만toe에 불과하다. 건물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목표 에너지원단위제도 도입, EMS 확대가 메인이고 수송부문은 전기·수소차 전환 확대 및 고효율 타이어 확산으로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ESCO 등록기준 세분화 및 성과검증 강화, 금융부담 완화를 비롯해 미활용열 활용기반 마련, 데이터센터 효율 관리, 효율관리 시장기능 강화 등은 일부 의미가 있다는 평이지만 효과를 확신하기엔 미흡하다. 이밖에 효율혁신·절약참여 유인이나 홍보·교육 강화 등 ‘스마트 에너지 소비문화’ 확산은 그럴싸한 단어의 조합에 불과할 정도다.
에너지효율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 다툼이 끝나지 않은 히트펌프가 에너지합리화계획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히트펌프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아직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들어가지 않은 지역에 대한 난방시스템 시범전환 의미가 큰데도 기본계획에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7차 에너지합리화계획 맨 앞에는 ‘국가 에너지안보 확립 및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다음 장에서 이같은 분석은 스스로 무너진다. 6차(2020∼2024년)에서 정한 최종에너지 소비목표는 초과했고, 에너지원단위 모두 단 한해도 달성하지 못했다. ‘뒷방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효율의 민낯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