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원자력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이나 철학은 늘 국가에너지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원자력에 대해 아버지 못지않게 우호적이었다. 재임시절 수립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원전비중 29%(설비용량 기준)를 놓고 ‘왜 비중이 이렇게 적냐’는 취지로 당시 산업부 장관을 직접 추궁했다는 일화가 회자된다.(그뜻을 충실히 따랐던 그 장관은 7차 전력수급계획에 신규원전 2기 건설안을 반영시켰고, 다른 원전은 돌연 영구정지 결정을 내려 그 지역구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원전을 향한 애착은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진배없다. UAE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여겼다. 그가 주창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한 축도 원자력이었다. 4대강 공사처럼 대규모 건설사업이 경제를 살린다고 믿는이에게 기당 수조원이 드는 원전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쳤을 터다. 송전선로 건설과 신규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잇따른 원전 부품비리 사건 등에도 두 정부를 거치는 동안 매년 1기꼴로 원전이 늘어난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은 이전 대통령들과 크게 다른 듯하다. 그에게 원전은 상당히 위험하며, 그다지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발전원이다. 아직 짓지 않은 계획원전을 백지화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하나씩 줄여나가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지금까지 원전 산업계의 불문율은 국내든, 해외든 한 해 최소 원전 1기를 새로 건설해야 산업 외형이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에너지정책의 최상위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그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진영이 사즉생의 자세로 반발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실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국민의 80% 이상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노후 원전 폐로를 지지한다는 응답(74%)이나 전기료 인상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65%)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정책이 훗날 포퓰리즘으로 공격당하지 않으려면 탈원전의 명분과 근거를 분명히 하고 디테일한 이행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나 반대의견도 경청해 필요하다면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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