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TF 이어 국회 법안심사소위 액법 개정안 통과
에너지세제개편 작용 안하는 최소범위…2년마다 재논의

[이투뉴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LPG차 규제완화 범위가 결국 5인승 이하 RV(다목적승용차)로 한정됐다. 그동안 LPG차는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만 구매할 수 있으며, 일반인은 7인승 이상 RV와 배기량 1000cc 미만 경차만 구매할 수 있었다.

35년 동안 묶였던 LPG연료 사용제한 규제 폐지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실제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돼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RV는 모두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5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를 거쳐 8월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8월말 경 공포·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개정안 통과를 두고 산업부와 국회의원 간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5인승 이하 RV에 대해서만 규제를 풀겠다는 산업부와 미세먼지 저감의 실효적 측면에서 2000cc 미만 승용차, 또는 적어도 1600cc 미만 승용차에 대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법안 발의 의원 측 주장이 맞선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해당 법안을 또 다시 계류시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일단 RV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이후 수급상황을 살펴보며 논의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액법 신설조항으로 ‘2년마다 수급상황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다시 논의한다’는 규정이 포함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RV에 대한 LPG연료사용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찬열 의원의 법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2000cc 이하 승용차에 대한 규제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곽대훈 의원과 윤한홍 의원의 법안은 계류된 셈이다. 최근 발의된 정재호 의원의 법안이 심사소위에 올라오면 다시 병합심사에 들어갈 수 있으나, ‘2년 마다 재논의한다’는 규정으로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5인승 이하 RV에 국한해 LPG연료 사용제한을 풀겠다는 산업부의 정책적 의지는 이미 지난 20일 국회에 이런 내용을 보고하면서 확인됐다. 24일 열리는 제4차 TF회의에 앞선 조치로 TF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산업부 ‘경제적 수급 100만톤’ 논란

산업부는 20일 국회 보고, 24일 진행된 제4차 TF에서 갑작스럽게 ‘경제적 수급 100만톤’을 내세웠다.

2040년까지 셰일가스 생산 증가에 따른 잉여공급이 500만톤 정도인데, 국내 LPG수요 증가분이 100만톤 정도일 때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수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즉 국내 수송용 LPG수요가 100만톤 이상 늘어나면 도입가격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LPG연료 사용제한 규제를 RV 이상으로 풀 경우 이보다 수요가 크게 늘어 도입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완화범위를 RV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3차 TF에서는 LPG규제를 일반 승용차까지 전면 폐지해도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2015년 현재 세계 LPG수급은 744만톤이 초과 공급되는 상황이며,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로 매년 LPG공급량이 늘어나 앞으로 LPG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LPG수입사의 수송용 공급능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LPG수입사 공급능력은 연간 약 636만 톤으로 지난해 수송용 수요가 351만톤인 점을 고려하면, 285만톤의 여유가 있어 최대 250만톤으로 예측되는 LPG차 규제 전면폐지 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2015년 5인승 RV 신차 판매는 약 35만대로 TF에서 예측한 최대 LPG차 판매율 17%를 적용할 경우 연간 5만9000대가 늘어난다. LPG수요가 100만톤 증가하려면 2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2000cc급 LPG차의 대당 연간 LPG소비량은 0.8톤으로, 수요 100만톤이 증가하려면 신차 125만대가 늘어나야 한다.

LPG차 규제완화 법안을 발의한 곽대훈 의원은 “경제적 수급량 100만톤이 어떻게 해서 나온 데이터이냐,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국내 수송용 LPG수요가 100만톤 이상 증가하면 LPG도입가격이 올라간다는 논리는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의원은 또 “LPG도입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하는 사우디 통보가격(CP)으로 결정되며, 국내 수요와 상관없이 결정된다”면서 “지난해 석유화학용 LPG수요 증가로 국내 LPG수요가 약 157만톤 증가했으나 LPG도입가격은 오히려 전년대비 22% 급락했다”며 “경제적 수급을 얘기하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산업부, LPG수입사, 정유사 윈-윈 조율

이번 RV에 한정한 LPG연료 사용제한 규제폐지의 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하나로 제시된 방안인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데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린다.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5인승 LPG연료 RV가 허용됐으나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차종이 없으며, 자동차사의 생산 여부도 불투명하다. 자동차사가 개발한다 해도 LPG연료 RV가 출시될 때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되고, 전용엔진을 개발할 경우에는 4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LPG차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즉각적인 효과는 없다.

세단형 경유승용차 대체효과, 경유 RV 대체효과, 수송용 연료 간 비정상적 쏠림현상 완화를 기대하며 2000cc 승용차에 대한 LPG연료 사용 허용을 촉구했던 것도 이런 점에서다.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5인승 RV 신차 판매대수는 2015년 35만대에 달한다. 지금 당장은 판매하는 LPG연료 RV차종이 없으나 갈수록 RV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동차사가 이를 그대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LPG차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빠른 시간에 QM6를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인 만큼 신차 출시와 개발이 한층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배경이다.

정책적으로 산업부, LPG수입사, 정유사 모두가 크게 다치지 않는 범위로 조율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와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으면서 마이동풍 식의 정책을 폈던 산업부는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LPG차 규제완화를 어쨌든 시행했다는 명분을 얻게 됐다. 아울러 정유사는 RV만으로 완화범위를 한정시킴으로써 수송용 연료시장이 재편될 만큼의 태풍급 피해를 빗겨나가는 실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LPG수입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고객인 LPG충전업계가 기대한대로 규제완화 범위가 이뤄지지 않아 표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었다는 셈법이다. 산업부와 갈등이 계속될 경우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체제를 다지려는 산업부의 정책적 의지가 큰 상황에서 자칫 제3 LPG수입사 사안이 또 다시 거론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세제 개편은 수면 밑에 잠긴 핵이다. 경유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면서 경유세를 올리는 쪽에 무게추가 쏠리는 상황에서 자칫 LPG수요가 크게 늘어날 경우 부메랑 효과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에너지세제 개편 연구용역 과정에서 제시된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지수 100:100:65 시나리오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연비를 고려할 때 휘발유와 비교하면 100:80이며, 경유와 비교하면 100:105에 달한다. 경쟁력을 높일 호재가 오히려 악재로 바뀔 수 있다는 걱정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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