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지금이 신재생 돛을 올릴 적기, 선제적 대응 필요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 계통기술팀 운영기준부장

▲ 최홍석 전력거래소 부장

[이투뉴스 / KPX 최홍석] 대한한국은 신재생이라는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이 태풍이 몰고올 변화와 도전들이 어느 정도인지 다들 가늠하기 어려워한다. 불과 수년전까지 신재생은 멋진 구호로 느껴지는 산들바람이었지 전력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태풍과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분명 바람이 바뀌었다. 바뀐 바람에 신재생의 돛을 서서히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바야흐로 항해를 준비할 때다. 

유럽과 미국 등 신재생 비중이 20%를 훌쩍 넘긴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는 계통운영자들은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논의와 고민을 반복해 왔다. 지금도 유럽 CIGRE(국제대전력망회의)나 북미 IEEE(미국전기전자학회)에서 많은 기술협의체가 활동 중이다. 필자가 속한 GO15(세계 대전력망계통운영자국제협의체)에서도 관련 도전과제에 대한 경험과 운영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높아지는 신재생 파고에도 순조로운 항해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 현주소와 미래 3020준비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 봤다. 손자병법 모공편의 경구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새삼 떠올리는 요즘이다. 

[글 실는 순서]
(上) 준비된 에너지전환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돛을 올릴 적기, 선제적 대응 필요" 

(下) 한국형 시스템을 만들자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는다, 생각과 태도를 바꾸자" 

체계적인 친환경 전기농법으로의 전환, 지금이 적기 
계통운영기관은 발전소나 송전선로, 변전소 및 배전선로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으나 이들을 복잡하게 연결시킨 전기회로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사명을 부여 받았다. 전력계통망에 연결된 수많은 사용자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예측불허로 전력을 소비해도 현대 기술은 이런 변동성에 대응하도록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발전기에 적용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신재생발전기는 새로운 영역의 도전이다. 예측불허의 전력수요와 더불어 전력생산 설비에도 ‘자유로운 영혼’이 진입한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전체 설비용량 114GW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은 약 5.6GW이다. 비유하자면 백마리의 조련된 말 대열 속에 다섯 마리의 조랑말이 들어온 셈이다. 아직은 짐을 실은 마차 운영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조랑말이 스무 마리로 늘어 자유롭게 날뛴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국내 신재생 발전기 보급실태를 바라보는 필자의 느낌은 마치 재작년 여름 소일거리로 시작한 주말농장 텃밭을 떠올리게 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가족에게 제공할 요량으로 처음에는 상추, 고추, 가지 등 많은 작물을 욕심내어 심었다. 하지만 텃밭은 게으른 농부의 부족한 경험과 지식, 무관심으로 잡초로 뒤덮여가기 시작했고 결국 작물보다 잡초가 더 많아졌다.

공을 들인 것 대비 수확도 변변치 못했다. 하늘만 바라보며 짓는 유기농 텃밭 농법이라 비바람이 한번 쓸고 간 뒤 순식간에 농사를 망친 일도 있었다. 국내 신재생 현주소도 마치 필자의 재작년 텃밭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며 그간 심기(보급)에만 열중했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리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소홀했다.

현장에서 얼마나 발전이 되는지 실시간 계량도 안되고, 예측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현재 20MW를 초과하는 대규모 신재생발전기에 대해서는 수초단위 현장 출력 값을 한곳으로 전송해 관제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의 신재생은 규모가 그 이하라 현장에서는 실시간 출력값을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수많은 전체 발전기 출력량은 깜깜이다. 

단지 정산을 위한 누적 계량기만 설치돼 있을 뿐 현장 출력값 전송 규정이나 장치는 없다. 또 수분 뒤 전체 출력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있지 않다. 하지만 예측기술은 신재생 수용성 확대와 관리의 가장 핵심기술로 매우 중요하며, 장기적인 기술전략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 현재(왼쪽)의 신재생 계통운영과 미래(오른쪽) 관제시스템 개념도

미국과 유럽의 선진 예측기술로는 6시간 이내의 단기 풍력예측의 경우 약 10% 이내의 오차로 예측이 가능하다. 국내의 경우 전력거래소가 2012년 제주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당시 구좌읍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처음 개발해 실증에 적용했으며, 현재 제주 전체를 대상으로 오차율 10% 이내로의 성능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제 육지계통, 그리고 일반 가정에 설치된 태양광 등 소용량 신재생발전기에 대한 예측기술도 시작해야 할 때다. 그간은 보급량이 적고 발전량도 미미해 전력계통에 부담을 주지 않고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다르다. 전기차의 점진적인 확산도 유사한 상황전개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전기차 약 1만5000대는 전체 차량댓수에 비하면 무의미한 수치이나 정부 목표대로 앞으로 1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관련 영향과 관리방안을 미리 짚어보고,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최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로 유기농 전문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대형생산 체제와 공생하는 유기능 매장의 확산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이 바로 후대에 유의미한것을 물려줄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란 생각이 든다.

◆급변하는 신재생발전, 이를 극복하는 선진국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하늘을 바라보며 짓는 전기농법이라 향후 계통운영은 기상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ESS와 연계해 전기저장창고를 두어 일시적인 변동성을 완화할 수는 있더라도 수확량을 근본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지난달 21일로 되돌아가보자. 북미는 99년만의 최대의 우주쇼라는 개기일식에 모두가 들떠 있었다. 그러나 안정적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전력당국의 속내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북미전력계통신뢰도위원회(NERC)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일식으로 태양광 전력생산의 영향을 받는 지역과 감소량을 공개하고 전력급감발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사전 대응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 미국 개기일식 예상 경로도

일식 경로에 따라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북미 최대 태양광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CAISO는 이미 1년 전부터 일식에 의한 영향검토 조사에 착수했으며, 사전대응 조치로 순동예비력 확보량 확대와 인근 지역간 연계용량 확대, 발전기 정비 일정 조정, 발전사와의 사전 협조요청 등을 취해 놓았다.

또한 일식 특수경기로 인한 수요증가를 감안해 모든 정보를 캘리포니아주 전력소비자들에게 공개, 자발적인 전기사용 절체를 요청하기도 했다. CAISO 사전검토에 의하면, 일식이 최대에 이르는 10시 22분경 태양광 감소량은 평균 분당 51MW의 감소폭으로 최대 5611MW나 줄고, 약 2시간 후인 일식 종료 후에는 분당 평균 630MW의 증가폭으로 다시 발전량이 늘어난다. 

▲ 일식에 따른 태양광 출력 감소 및 증가 예측량


실제 CAISO는 일식이 다가올수록 기상예보와 수요예측을 최신 값으로 갱신했으며, 당일 분당 48MW의 감소폭으로 3547MW의 태양광발전량 감소에 대응했다. 예상보다 구름이 낀 기상상황으로 실제 감소량이 줄었고, 이는 사전에 준비한 1.5배 이상 순동예비력과 인근지역과의 전력융통을 통해 원만하게 급감발 상황을 극복했다.

캘리포니아주 신재생 전원은 하루전 전력시장에 증발 및 감발가격을 입찰하고 시장에서 대상발전기에게 유도하는 제도도 함께 갖고 있는데, 당일 시장가격은 일식전 16~17달러에서 최대일식 시 22.3달러를 거쳐 다시 16.5달러로 변동했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 24일 독일로 건너 가보자.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독일의 당시 풍력 및 태양광 비중은 46.9%였다. 지난해 발전량에서 신재생은 21.2%를 차지했고 인근 9개국과 계통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약 8일간 무풍상태의 기상이 예측되었고, 풍력발전 출력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됐다.

이런 가운데 같은달 24일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도 출력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전 일주일간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최대 5~10GW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그 이전 일주일의 최대 30GW에 비하면 큰폭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당시 기상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닌 인접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평소보다 낮은 기온으로 전력수요는 증가하고, 인접국가들로부터의 전력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었다.

이에 독일 전력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4개 계통운영자는 사전 예측에 의한 대응방안으로 인접국가와 최대한의 전력융통을 협의하고, 자국내 가용가능한 모든 발전기를 활용하게 된다. 인접국가인 폴란드의 경우 전력 생산량의 85%가 석탄화력인데, 그날은 자체 수요증가분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해 독일로 전력을 수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독일은 수급비상 준비 단계까지 갔으나 사전예측과 준비, 지역간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독일에서는 일반 화력설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례적인 이상기후를 잘 극복했으니 신재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올해 1월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현황

이들 두 사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미국과 독일 모두 독립계통이 아닌 지역간 연계가 가능했으며 전력시장이 선진화돼 있어 자발적 조정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관점은 바로 기술로 사전에 예측하고 준비했으며, 이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즉 관리되고 있었고, 상대를 알고 있었고, 나의 상황도 잘 알고 있었기에 위태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국 계통운영자에게 주어진 카드는 비록 달랐지만, 상대의 패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관리할 능력과 시간이 있다면 대자연의 변덕에도 부드럽게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현재 보유한 카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관리할 수 있는 히든카드들을 하나씩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이것이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경구를 실천하는 길이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 부장 hongseok1@kpx.or.kr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