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9월 대비 6200만톤 늘어
전문가들 "장기하락세는 불가피"

[이투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권자들에게 에너지정책에 대한 큰 공약 하나를 내걸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환경규제를 제거해 석탄산업 일자리를 만들고, 쇠락한 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에 대해 에너지 및 환경 정책 전문가들은 석탄산업은 환경 정책 때문이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석탄발전은 값싼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활약으로 지난 10년에 걸쳐 쇠락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1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새 통계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9개월간 미국내 석탄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했다. 작년 5억2900만톤에서 6200만톤이 늘어나 5억9100만톤이 생산됐다는 집계가 나왔다. 

발전 산업에서 석탄이 퇴출될 예정이라면 어떻게 석탄 생산량이 늘어난 것일까.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내외의 경제적인 요소들이 트럼프 대통령 보다 석탄 증산에 더 많은 역할을 했다. 특히 중국의 수요 증가가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파산했던 미국내 석탄 회사들의 부활도 생산량 확대에 일조했다. 미국 석탄생산의 40%를 담당했던 피바디에너지와 알파 네추럴 리소시스, 아크 코얼사 등은 2015년과 2016년 사이 파산했었다. 

이 회사들의 부재로 2016년 석탄 산업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이 회생해 정상 운영을 재개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랐고, 이는 석탄산업의 부활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당시 스탠다드 앤 푸어의 치자 비타 에너지 담당 애널은 “석탄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앞서 석탄 산업에 찾아온 위기는 셰가스 붐과 함께 시작됐다. 

프랙킹 기술(수평파쇄) 도입 이후 가스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격도 급락했다. 석탄은 가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에탄 진들러는 “가스 가격은 2016년 최저점을 찍었다가 올해부터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 산업이 무대 위로 다시 돌아왔지만 ‘미니 컴백’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공급 실패, 중국이 신공급처 찾아 

올 4월 사이클론 데비가 호주을 강타하면서 석탄의 국제 수송라인이었던 철길이 망가졌다. 이로인해 중국은 야금용 석탄의 주수입길이 끊겼다. 중국은 석탄발전 보다 철강 제조에 주요 이용했던 야금용 석탄 공급처를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은 이런 종류의 석탄에 관해 대형 수출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개장한 석탄 탄광도 야금용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EIA는 중국측 수요 증가로 작년 1~9월 미국 석탄 수출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석탄 친화적 정책들과 청정 발전 계획의 폐지 등은 석탄 산업에 자신감을 줬지만 그 영향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진들러는 “최근 (친석탄)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석탄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체 석탄 채굴량은 2008년 137억톤에서 2015년 116억톤으로 줄었다고 EIA는 설명했다. 또 2010년 이후 미국내 523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259곳이 폐쇄됐거나 준비중이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 연구소의 최근 한 보고서는 "트럼프 환경 규제 철회 노력은 미국 석탄 산업의 경제적 상태를 바꿔놓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취임 직후 반짝 효과가 있었으나, 천연가스 가격과 국제시장 수요로 인한 영향에 비하면 변화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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