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20세기와 21세기의 에너지정책을 연구하고 또 가르치면서 가장 크게 얻는 교훈은 에너지 가격의 중요성이다. 1·2차 오일쇼크는 세계적인 에너지 다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73년말 발생한 1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산유국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탄생하였다. 1차 에너지가 이 때부터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석유일색이었던 발전원이 원자력, 천연가스, 석탄 등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발전원의 60% 이상을 중유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오르자 유연탄, 무연탄, 복합화력, 원자력, 양수, 수력 등으로 발전소 유형이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냉전을 끝내고 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것은 1·2차 오일쇼크를 끝낸 레이건의 저유가정책이다. 케이시 CIA국장이 시아파 회교혁명이 발생한 이란의 위협에 떨던 수니파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전용기를 타고 날아갔다. 미국이 중부군을 주둔시키고 우방국에도 절대 팔지 않는 최신예 F-15 C/D 기종의 전투기를 공급하면서까지 얻어낸 카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생산을 최대한 늘린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40달러 가깝던 국제유가는 1980년대 중반 18달러까지 기적처럼 떨어졌다. 이 같은 저유가정책은 그전까지 1·2차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던 최대의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인 소련의 돈줄을 말려버렸다. 소련은 결국 서방세계에 항복한 셈이다. 소련연방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해방되고 독일은 통일을 맞았다.

2004년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하자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에는 아랑곳 없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석탄소비량이 급증하였다. 그 추세를 미국발 셰일오일과 셰일가스의 급증에 따른 국제유가의 하락과 중국의 미세먼지 급증이 다시 주춤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 탈석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요약된다. 그런 방향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그리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와 같은 정책목표를 이루냐다. 이 그림에서 숨겨진 결정적 역할은 가스가 맡을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발전량 기준 20%로 늘린다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 줄어드는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을 메울 수 있는 연료는 가스밖에 없다. 

또 다시 넘어야 할 산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문제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다. 때문에 항상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야 하는 전력계통 운영측면에서 빠른 시간 내에 계통에 편입할 수 있는 수력과 가스발전소가 충분히 확충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력발전소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남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옵션은 가스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가스발전량을 늘리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발전용 가스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 때문에 가스발전은 급전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가스발전사업의 수익성도 최저다. 민간사업자들이 최근 석탄발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난번 전력수급계획에서 석탄발전소로 허가받은 것을 억지로 가스발전소르 바꾸라고 하지만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는 입지여건이 다르고, 급전 타이밍과 공급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석탄과 원전의 건설 대신 추가로 상당한 가스발전설비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는 가스발전사업자에게 높은 용량요금(CP)과 낮은 발전용 가스요금을 통한 충분한 가동률을 보장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가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가격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교차보조를 통해 가스 요금체계를 왜곡시켜 왔다. 어찌 보면 이를 정상화시킬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발전용 가스요금의 인하는 탈석탄·탈원전 그리고 신재생 확대로 우려되는 전기요금의 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가스 값이 SMP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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