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배출기준 및 주민동의 요건 강화부터 선행돼야
신재생에너지 아닌 자원순환 활성화 차원에서 지원 필요


"폐기물에너지 빙자한 쓰레기소각장 오명 벗어야"

[이투뉴스] “시험가동이라는 미명 아래 500여톤의 쓰레기를 매일 불법소각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에서도 훤히 굴뚝이 보여요. 매케한 냄새와 연기로 사람이 사는 게 아닙니다. 사람답게 먹고, 자고, 숨쉬고, 그거 해달라는 겁니다. 솔직히 전국의 SRF시설, 모두 그냥 쓰레기 태워서 쓰는 건데 업자만 돈 벌고 그 지역은 완전히 죽이는 거잖아요”

전국 곳곳에서 SRF(폐기물 고형연료) 발전시설을 짓거나 가동하는 문제로 난리다. 주민들은 SRF발전은 오염물질을 과다 배출해 건강권과 생명권을 해치는 만큼 즉시 중단되거나 LNG로 연료를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폐기물에너지라는 미명아래 쓰레기를 태워 사업자 배만 불린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허술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SRF발전 허가를 남발한 정부는 정작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뒷짐 진 채 한 발짝 물러섰다. 쓰레기를 태워서 날려버리기 보다 이를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는 발상까지는 좋았으나 후속대처가 턱없이 미흡했다는 지적에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뒤늦게 국회와 환경부 등이 나서 SRF 신설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SRF발전시설은 쓰레기 매립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최선 또는 차선의 방안이라고 말한다. 물론 근원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해야 겠지만, 지금까지 매립하거나 단순 소각하던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내는 것은 지구 전체를 생각하더라도 유익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이를 신재생에너지인 것처럼 눈속임으로 민간이나 주민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REC 부여로 너도나도 SRF발전 러시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2015년 이후 매년 10곳 이상 발전허가를 받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집단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도 SRF발전 신규허가가 10건에 달하는 등 정부가 대책 없이 허가만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전기위원회가 공개한 발전사업 허가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새로 허가를 받은 SRF(폐기물 소각열 발전, 연료 중 일부만 SRF발전 포함) 발전소는 10곳에 달한다. 사업준비기간 연장이나 발전용량 확대 등의 변경허가는 제외하고, 모두 신규 발전허가를 얻어낸 곳으로 바이오-SRF는 별개다.

지역별로는 파주를 비롯해 연천, 이천, 여주 등 경기지역이 가장 많고, 경남 창녕, 충남 홍성, 충북 청주, 경북 안동, 경남 함안, 전북 군산 등 전국 곳곳에서 허가를 받았다. 발전규모는 9.9MW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경북 안동의 경북그린에너지센터가 15.4MW로 용량이 가장 컸다.

과거 SRF 발전허가는 열병합발전소나 소각장, 산업단지 등에서 연간 수 건을 신청하는데 불과했으나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와 자원순환이 부각된 2010년 이후 연간 5건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2015년 10곳, 2016년 12곳이 신규허가를 받아 피크를 기록했다. 열병합발전(집단에너지사업)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연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기물로 사용하는 곳을 합하면 더 늘어난다.

생활쓰레기를 비롯한 폐기물은 과거에는 주로 매립을 통해 처리했다. 하지만 주민 민원으로 인해 매립장 증설은 물론 새 매립장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면서 정부는 가연성 쓰레기의 경우 소각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특히 1기 신도시부터 소각장 건설을 의무화, 여기서 나오는 열을 지역난방용으로 공급하면서 자원화에 첫 걸음을 뗐다.

이후 RPS 도입에 따라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확보가 필요해지자, 페기물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민간사업자가 SRF발전소를 짓도록 유도하면서 SRF를 연료로 쓰는 발전시설 허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담당하던 쓰레기 소각이 어느 순간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이를 둘러싼 민원으로 확대된 셈이다. 

◆ 허술한 허가조건으로 민원유발 책임
2010년 이후 허가받은 SRF발전소는 무려 50여 개소에 달하지만 현재 가동 중이거나 사업추진이 순조로운 곳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이나 산업단지에 있는 소규모 SRF발전시설 등 손에 꼽는다. 나머지 SRF발전소의 경우 허가는 득했지만 집단민원으로 사업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곳이 대다수다. 건설에 착수했으나 중단된 사업장도 적잖다.

특히 내포그린에너지나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나주 SRF, 원주 SRF처럼 공동주택이나 기업 등에 열에너지를 함께 공급하는 SRF 열병합발전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산업단지 또는 기업체 내부에 있어 민원이 덜한 다른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기오염 우려가 덜한 우드펠릿이나 우드칩처럼 목질계 바이오-SRF 발전소까지 민원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RF발전사업이 암초를 만난 것은 미세먼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훨씬 많을 것이란 지역주민의 우려 때문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SRF발전소가 ‘폐기물 에너지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각장’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과거 소각장서 나오던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거론하면서 너도나도 머리띠를 둘러매고 있다.

SRF발전시설에 대한 허가요건 등을 볼 때 정부가 민원을 유발한 측면도 많다. 민원발생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허술한 주민동의 요건은 물론 이격거리 제한 등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는 수준의 오염물질 배추규제도 민원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내 집 앞에 혐오시설은 안된다"는 님비현상 역시 한 몫 단단히 했다.
 
◆ 신재생에너지 아닌 자원순환 관점서 풀어야
 지난해 환경부는 발전소 등에서 사용되는 고형연료제품의 시설입지 문제 해결과 환경위해를 예방하기 위해 SRF 자체는 물론 이를 제조·사용하는 모든 시설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의 경우 SRF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되도록 산업단지나 광역매립장 등에서 사용되도록 수요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수도권과 대도시지역 사용제한은 석탄, 코크스 등 사용이 불가한 고체연료 종류에 고형연료제품을 추가하는 형태다. 현재 석탄, 코크스, 땔나무 등의 고체연료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 13개시)과 대도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반면 산업단지, 광역매립장, 하수처리장 등 상대적으로 주거지와 이격거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 SRF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 계획이다.

특히 지자체의 허가 검토과정에서 고형연료제품 사용에 따른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소수만 모아 놓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허술한 주민동의로는 입지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 된다. 또 주거지역 인근에 입지가 가능한 SRF 열병합발전설비에 대한 대기배출허용기준도 강화하고, 폐기물 원료 및 제품의 실내 보관과 악취방지설비 의무설치 등도 추진키로 했다.

환경부의 이같은 방침은 SRF발전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SRF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가 부실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만 내놨을 뿐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야 전기위 등에서 지자체나 지역주민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허가를 반려하는 상황만 늘어났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폐기물 에너지화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원순환시대를 맞아 매립이나 단순 소각이 아닌 ‘재사용→재활용→에너지화’라는 선순환을 꾀하기 위해서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비재생 폐기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등 현 체계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생에너지에서는 제외하고, 자원순환과 재활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국제기준은 물론 국내 상황을 감안해서도 폐기물을 재생에너지로 인정, 지원하는 형태는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쓰레기 처리는 중앙-지방 정부의 의무”라면서 “자원순환 측면에서 폐기물 에너지화가 불가피하다면 주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오염물질 배출규제를 강화하고, 그에 응당한 지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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