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원자재가격 및 부품단가 상승으로 인상 불가피
린나이 첫 신호탄…4사는 입장 달라 눈치 보며 고심

[이투뉴스] “가스보일러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주요 원자재가격이 20% 가까이 오른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가격으로는 견디기 어렵다.”

“다들 사정이 같을 것이다. 가뜩이나 과열경쟁으로 어려운 마당에 원가 인상요인 압박이 심하다. 그렇지만 각사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시행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린나이코리아가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뒤를 이어 조정에 들어가느냐는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가스보일러 가격을 인상한 린나이코리아의 움직임을 두고 오가는 보일러제조사 실무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1월 1일자로 각 대리점에 가스보일러 공급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일반보일러는 기존 출하가에 2만원 안팎을 올렸으며, 콘덴싱보일러는 제품에 따라 출하가에 2만~3만원을 올렸다. 룸콘인 와이파이의 경우 출하가에 2만~3만원을 더해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높다. 일반시장과는 특화된 전문모델인 연료전환의 경우 제품에 따라 출하가에 2만원에서 3만원까지 인상됐다.

이번 공급가격 인상은 주요 원자재가격 급등 및 주요부품의 단가 상승 등 비용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린나이 측의 설명이다. 지속적인 원자재가격 인상과 직·간접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가절감 및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안정화에 적극 나섰으나 경영 측면의 압박이 거세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선현장에서 일반보일러 한 대당 2만~3만원 정도의 마진을 보는 상황에서 20% 이상 오른 원자재가격은 자체적으로 흡수하기에 한계점을 지났다는 평가다. 지난해 내수시장이 120만~125만대로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도 각사마다 내실과 원가절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원자재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인 상승세가 전망되는 것도 제조사들의 고민을 더하게 한다. 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꿈틀거리는 양상이다. 2016년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지속하며 70달러 선에 육박했다. 금을 비롯해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주요 금속류도 1년 전과 비교해 20% 이상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6년 3.2%에서 2017년 3.6%에 이어 2018년 3.7%로 상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생산 활동이 회복되자 원유에 이어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주요 금속 등 12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한 다우존스 상품가격지수(DJCI)는 628.95로 1년 전보다 8.74% 가량 상승했다. 원유, 금, 천연가스 등 22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상품현물지수(BCSI)도 최근 360을 돌파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금속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구리(20.9%), 알루미늄(20.9%), 아연,(22.0%), 니켈(21.6%), 팔라듐(44.5%) 등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상승했다. 비철금속은 주요국의 경제 지표 호조,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예상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 등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구조 및 시장점유율 영향 셈법 제각각

원자재가격 및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시장인 만큼 선뜻 조치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사들은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하면서 누가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인지 타사의 움직임을 주시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린나이코리아가 먼저 단가인상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매월 수익구조 변화를 따지는 경영체계로 잘 알려진 만큼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에 초점을 맞춰 손실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다른 보일러제조사들이 뒤따를 것이냐다. 각사가 처한 여건이 다르다보니 셈법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점유율에 따른 각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체들은 상위권에서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을 뺏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각사 내에서도 부처에 따라 입장이 다르며, 대리점도 셈법의 차이가 난다. 수익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관리부서와 판매물량을 우선하는 영업부서의 시각이 같을 수 없고, 대리점 또한 일정한 시장에서 타 대리점과 경쟁을 벌이는 만큼 먼저 가격인상을 취하는 쪽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은 나머지 4개사의 경우 가격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시장점유율 상위권의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를 인정받는 경동나비엔은 일단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북미시장과 러시아시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중국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서탄공장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만큼 가격 측면보다 안정적 생산에 비중을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점유율 약진에 나서는 귀뚜라미는 여전히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가격조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나 대리점 관계와 시장점유율 변동 등의 다각적 요인을 고려하며 최종결정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대성쎌틱과 롯데기공은 가격인상에 소극적이다. 상위권 업체들의 움직임이 없는데다, 소비자 선택의 가장 큰 요인이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경쟁력인데 보일러 가격 인상을 통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린나이코리아가 선도적으로 가스보일러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대로라면 나머지 4사는 당분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가스보일러 시장이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격인상을 단행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영업이익 등 수익구조에 어떤 영향을 받고, 또 시장점유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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