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30%로 시작해 4년간 매년 5%씩 차감, 첫 2.5GW는 면세

[이투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를 향후 4년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세이프가드 관세는 수입산 태양광 모듈과 셀에 대해 첫 해 30%로 시작,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에 15%씩 부과하기로 했다. 매해 첫 2.5GW의 수입산 태양광 셀은 면세받는다. 

미국 태양광 산업은 관세가 매겨질 경우 수천개 일자리 축소와 수십억달러의 투자 저하를 야기한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자, 태양광 제품의 80%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미국 태양광 산업이 실제로 얼만큼의 타격을 받을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재생에너지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 철회와 발전소 배출에 대한 규제 철폐 등 친환경적인 오바마 정책 뒤집기 행보를 보였던 만큼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전면적인 세금 개혁에도 서명해 관련 업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는 아직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추후 세계 에너지시장에 더 큰 후폭풍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 연구소는 “모든 종류의 에너지 무역 거래에 위험을 주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와 별개로 미국 무역대표단에 2012년 이후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태양광 무역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열 것을 지시했다. 

◆승자와 패자는 누가 될까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해 징코솔라 홀딩과 JA솔라 홀딩스를 포함한 중국 제조사들과 미국 지붕형 태양광 설치사업자, 대형 태양광발전소를 계획하는 전력소 등 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 태양광산업협회는 26만개 일자리를 고용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이 관세 조치 이후 2만3000개 일자리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휴 브롬리 애널리스트는 “관세가 미국 태양광 산업을 완전히 파괴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관세 결정은 향후 2년간 신규 사업의 일부 수요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형 태양광발전소 건설 비용이 1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거주형 시스템의 경우 3% 상승을 예상했다.

관세 부과 조치 계획은 지난 몇 개월간 태양광 개발자들을 흔들어 놓았다. 패널 가격 상승이 예견되면서 무리해서 패널 사재기를 하거나 향후 사업을 중단하는 회사들도 생겨났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내 태양광 투자 열기도 한풀 더 꺾어질 것으로 예견됐다.

관세 결정의 승자는 퍼스트 솔라를 포함한 미국내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이다. 뉴욕 주 버팔로에 기가팩토리를 연 테슬라도 미국내에서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수혜자가 됐다. 

퍼스트 솔라는 뉴욕거래소에서 9% 가량 상승한 75.2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퍼스트 솔라는 많은 패널 제조사들이 중국으로 이전한 이후 미국에 남은 열손가락에 꼽히는 제조사들 중 규모가 가장 큰 회사다. 

아리조나에 있는 더 템프 패널 제조사도 외국산 패널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에서 이득을 얻는 입장이 됐다. 

롱지 그린에너지 테클놀로지사와 징코솔라 등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내 공장 설립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만약 현실화될 경우 미국내 제조가 활발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4년짜리 관세가 과연 공장 설립을 촉진할 만큼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태양광 회사들은 이미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신규 공장에서 만들어질 일자리 갯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페티 바이롤 사무총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에서 “관세 부과 결정이 미국내 태양광 확대를 막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태양광 산업은 적응할 것이다. 미국내 태양광 침투도 계속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수입 태양광 관세 부과는 대선 공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은 대선 캠페인에서 내놓은 공약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이슈는 백악관이 세제 개혁에 집중하는 동안 뒷전으로 밀렸다가 이제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앞서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는 수입산 패널이 자국 제조사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 정부에 관세 부과를 요청해왔다. 미국 제조사를 위해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아시아에서 들여오는 저렴한 수입산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관세 결정은 미국 모듈 제조사인 서니바가 파산하고 약 9개월이 지난 이후 이뤄졌다. 당시 서니바는 아시아에서 들여오는 저렴한 패널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독일 제조사 솔라월드의 미국 지사도 서니바의 파산 원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동 청원자로서 관세 부과 탄원서에 서명했다. 

서니바는 해외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와트당 32센트 관세를 물릴 것을 요구했다. 최저 가격의 경우 와트당 74센트까지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관세 수준은 와트당 10센트 정도다. 서니바의 모회사인 슌펭 인터네셔널 클린에너지 주가는 홍콩에서 5.2% 오른 이후 3.9% 상승했다. 

한편 중국과 한국 등 패널 수출국들은 미국의 관세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세계 무역 기구는 미국 측 수입 관세에 퇴짜를 준 바 있어, 이번 태양광 관세 향방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