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줄이고 재활용 우선, 매립 아닌 에너지化도 필수
“SRF발전, 환경규제 강화하되 지원도 대폭 늘려야”

[이투뉴스] 지난 3월 느닷없이 국내 뉴스는 쓰레기로 가득 찼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폐비닐 미수거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혼란을 ‘쓰레기 대란’이라 칭하며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시작은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 스티로폼 등 오염물 제거 비용이 과대한 물품에 한해 수거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배경도 있었다. 그동안 폐기물을 수입하던 중국이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국내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재고가 쌓여 가격이 폭락한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미친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우리 생활에 절대적인 쓰레기 수거와 처리가 오랜만에 뉴스의 중심에 선 셈이다.

초창기 우리나라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매립했다. 재활용 구분도 없었다. 이후 전국단위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이후 재활용 쓰레기과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로 구분·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서 매주 한 번 내지 두 번씩 가구마다 재활용쓰레기를 들고 내려와 수거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당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었으며, 가연성 쓰레기는 소각으로 처리, 매립량이 대폭 줄었다.

정부가 쓰레기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에 보조금(REC,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까지 지급하면서 한때 SRF(폐기물 고형연료) 발전소가 쓰레기 처리의 총아로 떠올랐다. 국제기준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폐기물이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민원이 폭주하면서 쓰레기 자원화 사업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지어진 발전소가 아닌 새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사실상 올스톱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쓰레기 재활용이 수치적으로는 크게 늘었지만, 역설적으로 매년 쓰레기 발생량은 줄지 않고 있다. 결국 나오는 쓰레기를 어떠한 형태로든 처리해야 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는 매립 내지 소각 밖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 매립해선 안되고,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쓰레기를 태우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쓰레기는 재사용·재활용이 우선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립이 아닌 발전 내지 소각(열에너지 활용)을 통해 에너지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매립은 지구 전체와 우리 후손에게 더 큰 문제를 떠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방법론을 찾을 차례다.
 

▲ 폐비닐 등 쓰레기가 선별장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출발은 중국이지만 언제든 발생할 일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재활용 쓰레기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세계 각지로부터 폐플라스틱 등을 수입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으로 자국 내에서 배출하는 폐기물량이 증가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폐기물 수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은 자국의 환경보호와 재활용 업체 보호 강화를 위해 올해 1월부터 합법적인 고형 폐기물 수입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고 외국의 쓰레기 반입을 금지하겠다고 훨씬 이전에 발표했다. 이렇듯 중국의 폐기물 수입 규제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중국이 수입을 중단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쓰레기 대란은 우선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미숙한 대응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전면 규제는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어 있던 일이었다. 2016년 1월 쓰레기 수입 제한 일정발표에 이어서 작년 7월 WTO에 ‘9월부터 수입 금지조치 시행’ 통보 및 ‘외국 쓰레기 반입 금지와 고형 폐기물 수입 관리 개혁 시행 방안’을 내놨다. 진즉부터 중국은 폐기물 수입 금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으나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재활용 물품으로 구분해 버리는 폐비닐,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 등은 고유가 시절에 실제로 재사용과 재활용이 많이 이뤄졌다. 기존보다 한 단계 낮은 품질의 제품으로 재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가 내려가면서 어느 순간 실질적 재활용보다는 연료용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초 석유화학제품 대부분이 원유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폐기물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노력도 미흡했다. 어느 순간 일회용품 규제가 흐지부지 돼 버렸고, 기업이나 상점에서는 비용이 저렴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1회용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넘쳐 나고 있다. 환경부에서 내리는 각종 규제나 지침 대신 각 기업의 입맛에 맞는(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용기 생산도 늘었다. 쓰레기 절대량을 줄이는 것보다 쓰레기 수거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행정이 변한 것도 원인이다. 최근 들어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으나 아직 친환경 규제를 지키기 위한 기업과 소비자 인식 변화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 국내 생활폐기물 처리 체계.

국민들의 잘못된 분리수거 방식도 이를 부채질했다. 분리수거는 하지만 오염물질이나 라벨 등을 제거하지 않아, 분리수거가 재활용이 가능한 범위를 좁혔다는 지적이다. 결국 수거 업체가 폐기물을 재분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결국은 소각장으로 가능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 쓰레기 분리수거나 아니라 소비자가 제대로 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정확한 분리수거 방법을 숙지, 지키지 않으면 분리수거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SRF 발전시설 환경규제 및 지원 동시 강화
정부는 2003년 폐자원 에너지화 등을 위해 폐비닐을 재활용하는 ‘SRF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폐비닐 재활용량은 2003년 1732톤에서 2015년 18만8653톤으로 증가했다. 한동안 고형연료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발전과 열생산도 가능한 신개념 연료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3년 정부가 생활폐기물에 든 비닐뿐 아니라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비닐도 고형연료로 가공하도록 허가하면서 고형연료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늘었다. 여기에 저유가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고형연료의 가격 경쟁력도 약해져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가정용 폐비닐은 고형연료로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 또는 소각해야 하는데 이 역시 환경을 오염시키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고형연료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지만 고형연료에 따른 건강 문제 등을 염려하는 국민도 많은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고형연료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국에서 srf 발전시설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지은 srf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모습.

정부 내에선 한동안 SRF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를 비롯한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 만큼 폐기물을 재생에너지에서 제외, 자원순환 측면에서 관리하기 위한 측면이었다. 하지만 최근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당분간 SRF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지원을 유지 내지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처리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는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나라 재활용 정책 점검과 새로운 시스템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특히 쓰레기 처리문제를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기댈 것이 아니라 환경부가 주도하는 자원순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민간이나 발전사업자 등에 이 문제를 떠넘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민원문제 해결 등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SRF를 에너지문제로 다루든, 폐기물로 접근하든 궁극적으로 ‘폐기물에너지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매립이나 단순소각이 아닌 다음에야 에너지화가 대안이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도 폐기물을 지역 내 소각장(열에너지 활용)과 열병합발전 연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주민들의 환경오염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배출규제와 함께 매립장에 준할 정도의 대대적인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다. 쓰레기는 파는 상품이 아니라 이를 반드시 처리해줘야 하는 행정서비스라는 이유에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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