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정부ㆍ외국계기업 "투자유치 역행" vs 재계 "국내기업 보호 최소한 제도"反

지난해 8월 정부 산하의 한 국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전력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에 따른 민영화, 외국인 지분 취득제한 규정 철폐 등의 요인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내 에너지산업은 적대적 M&A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7월 남동발전은 매각대상으로 선정된 후 최종 입찰까지 갔으나 이듬해 3월 여러가지 사정으로 입찰이 중단됐다.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는 아니지만 국내 에너지산업에도 언제든지 적대적 M&A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소버린이 SK를 통해 불과 28개월만에 9200억원, 칼라일은 한미은행 지분 매각으로 7000억원의 단기차익을 실현해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98년 5월 외국인의 소유한도가 폐지되면서 국내 우량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은 대부분 50%를 넘었으며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은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60%를 웃도는 상황이다. 일례로 포스토의 경우 아르셀로-미탈의 합병 등 철강업계의 대형화 바람속에 피인수합병설에 매번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적대적 M&A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그 방지책 도입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외국인의 국내 기업에 대한 M&A 투자를 제약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외국인 투자 감소를 우려해 도입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찬반 논란 속 재계는 찬성
그동안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외국인의 M&A 등 투자행위를 막을 수 있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유사한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 결과 이상경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이병석 의원도 지난달 외국인의 기업 인수합병 등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는 외국인투자조사위원회를 골자로 한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등 규제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에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증권거래법·상법·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보다 규제가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결과 이 두 법안을 두고 정부와 재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외국계 기업은 반대 입장인 반면 재계는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윤영선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기획관은 외국인 투자 자유화에 역행하는 조치로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투자를 고려중인 외국 기업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외환위기 때 의무공개 매수제도 및 외국인 주식취득한도 폐지 등 경영권보호 장치가 사라져 국가안보와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업이 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몰두하느라 투자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는 포스코나 삼성전자 등 우량기업의 경우 M&A를 규제하는 법률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M&A 시도를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이다.


◆'제도화'될 수 있을까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제도화 가능성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아직 여야간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없어 입법화 가능성은 50대 50인만큼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미FTA 협상의 타결로 '글로벌 M&A 시대'가 도래한 만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공기업과 사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외국 투자자본의 진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회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직접 규제를 담은 두개의 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산되더라도 증권거래법이나 상법의 관련 규정을 강화해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M&A시도를 제어하는 장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