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부활의 일등공신"

 "美 휴렛패커드 실적호전ㆍ주가상승기반 조성했다" 호평

미국의 세계적인 컴퓨터 및 프린터 제조업체 휼렛 패커드(HP)의 주가가 실적 호전에 힘입어 급상승세를 보이자 작년 초 경영 실패로 문책성 해고를 당한 '당대 최고의 여성 경영인' 칼리 피오리나(52)의 뛰어난 역량이 뒤늦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피오리나 자신은 과감한 기업 인수와 인력 감축 등을 통한 공세적 구조조정의 역풍을 맞아 전격 해고를 당했지만 CEO 재임 중 강력 시행한 조직 활성화 조치가 이제야 회사의 수익 향상 및 주가 급상승으로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 

 

피오리나에 대한 HP의 전격 해고는 당시 '미 재계의 가장 치욕적인 축출' 사례의 하나로 기록됐었다.

HP는 지난 16일, 특별 항목을 제외한 2006 사업연도 3분기 수익이  4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4분기와 2007 사업연도 수익도 애초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 HP 주가는 지난 16일 한때 주당 36.73달러까지 치솟아 앞서 기록한 52주 만의 최고치 36.23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HP 주가는 지난 17일에도 전날 보다 72센트(2.1%) 상승한 35.15 달러로 폐장되는 등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HP의 최근 실적 호전에는 물론 현 CEO 마크 허드의 공도 작지 않지만 18개월 전 CEO 직에서 쫓겨난 피오리나의 재임 당시 구조조정 노력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HP가 지난 몇 년 사이에 지금 처럼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 적이 없다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HP의 주가는 몇년간 델 컴퓨터, IBM 등 `필생의  라이벌'들에 비해 심하게 뒤처져 있었다.


창립 67년째를 맞은 HP는 직원들이 `평생 직장'으로 여길 만큼 넉넉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고 실리콘 밸리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정리 해고를 꺼려왔다.

이런 가운데 1999년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와 AT&T 등에서 판매 담당 임원을 지낸 피오리나가 HP에 입성했고 그녀는 HP의 CEO로 취임하자 마자 83개 사업 부분을 10여개로 통폐합하는 등 공격적인 구조조정으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경영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피오리나는 HP 창업주 가족들의 거센 반대를 누르고 190억 달러를 들여 컴팩 컴퓨터를 인수했고 다음 해 1만8000명을 감원했다. 컴팩 인수에 따른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4년 8월 분기 이익이 예상치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되자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워 부사장 3명을 가차없이 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듬해 2월 HP 이사회가 그녀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HP는 피오리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조용한 성격'의 허드를 새 CEO로  영입했다. 오하이오주 소재 컴퓨터 서비스 업체 NCR의 CEO를 역임한 허드는 2005년 7월 비용 절감 캠페인에 착수했고 이는 결국 1만5000명 감원으로 이어졌다. 허드는 감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HP의 사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180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가(街)도 주당 20달러 선에서 맴돌던 HP의 주가를 끌어올린 허드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HP 부활의 초석을 놓은 것은 바로 피오리나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HP 직장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그녀의 '몰아붙이는' 업무 스타일이 결국 그녀의 등을 찍은 셈이 되긴 했지만  HP로서는  그녀와 같은 인물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

 <엔드포인드 테크놀로지스 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케이 사장은 "칼리는 보수적인 조직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구조개편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것이 허드가 추진한 후속적인 재편 작업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