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배럴당 76.98달러를 기록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최근 월물 가격이 이후 2주 동안 8% 가까이 떨어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수요 때문에 강세 국면이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부터 잠깐 동안일지라도 원유 선물가격이 한자리수 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전문가들이 내놓은 가격 예상치의 폭도 근래 보기 드물게 커져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33%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WTI 가격이 지난 17일에는 최근 2개월간 최저치인 70.06달러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18일에는 장중 한때 60달러대로 처지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이런 널뛰기에 대해 강세론자들은 석유 수급 여건을 들며 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드워드 모스 에너지담당 수석연구원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유전이 새로 발견되거나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정제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한 석유시장은 지정학적 문제나 날씨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활발한 전 세계 석유 수요도 가격 상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에너지시장 분석가 필립 벌리거는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경우 내년 말께 국제유가가 10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원유 선물시장을 빠져나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더라도 한자릿수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분석가 벤 델은 내년 초 유가가 50달러선까지 내려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급격한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이들은 상품선물시장에 투자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지난 1999년의 60억달러에서 최근에는 1000억~120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으며 원유 선물에만 400억달러 정도가 몰려 있다는 점을 급락 예상의 배경으로 들었다.

 

벌리거 분석가는 “너무 적은 상품선물에 너무 많은 돈이 몰려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말 그대로 ‘조정’ 국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석유산업연구재단(PIRF)의 래리 골드스타인 소장은 최근의 가격 하락이 “본격적인 매도 공세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가격 범위가 적어도 한 단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난 유가 하락 원인에 대해 ▲하계 휘발유 성수기가 끝나가고 있는 점 ▲BP의 알래스카 유전 생산 감소가 석유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 ▲석유 생산시설이 이렇다할 허리케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 ▲골드만삭스가 상품선물지수 산출 과정에서 휘발유 선물의 비중을 줄인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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