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난산ㆍ양구 대우산 '올스톱' … 수용성 높일 묘책 시급

반대 여론에 떠밀린 일부 풍력발전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상태에서 사업승인 무효 판결이 떨어지는가 하면, 천연보호구역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가 나지 않아 발전 최적지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무공해 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대의명분도 사회적 수용성과 이해 당사자의 실리를 충분히 고려한 사전협의가 전제될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18일 (주)유니슨 등의 사업자와 지자체에 따르면 올 초 가까스로 난산풍력발전소에 대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기각시킨 유니슨은 지난 10월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주민들이 벌인 사업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무효판결을 받아 현재까지 사업이 '올스톱' 상태다.

도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중이나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대책위의 대규모 반대투쟁은 지난 13일까지 이어지고 있어 갈등은 더욱 깊어가는 양상이다.

이날 성산, 난산, 삼달, 삼무 해상풍력발전을 반대하는 제주풍력발전반대 연합대책위 측은 "난산풍력발전 단지가 사전 환경성 검토를 받지 않아 사업이 중단된 것은 풍력발전단지 개발이 결코 친환경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풍력발전단지는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하고 제주관광 산업을 후퇴하게 하는 길"이라며 "도는 발전단지 조성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도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사업자 측은 '피해자는 오히려 우리'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사업허가가 떨어진 이래 유니슨이 난산풍력에 투입한 사업비는 200억여원. 사업은 기초 터파기 공사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발전기 설치를 목전에 두고 중지됐고, 자재는 지금까지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14.7MW급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었던 이 발전단지는 당초 2006년 6월에 마무리 될 계획이었다.

유니슨의 한 고위인사는 "자재와 발전기도 다 들여온 상태에서 건설작업을 진행했는데 사업승인 무효판결이 나와 일손을 놓고 있다"며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발전수익을 제외하고도 2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사업을 취소하는 결정이 나면 현장도 복구해야 하고 자재도 별도 처분해야 한다"면서 "변전소나 원전 폐기물 처리장도 아닌데 개인적 이권이 개입돼 사업추진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니슨은 차선책으로 사업 변경신청을 통해 발전기 2기는 포기한 채 5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의 반대가 아니라 '천연보호구역'이란 예측 못한 암초에 사업이 포기상태에 놓인 풍력발전 사업도 있다. 강원도 양구군과 중부발전은 사업비 500억여원을 투입해 2009년까지 민통선 북방지역인 대우산 일대에 2MW급 발전기 10기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천연보호구역으로 묶인 예정부지의 현상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현재는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군(郡)은 사정이 여의치 않자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발전조건이 최적지로 꼽혔던 지역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양구군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우리가 발전소 설치를 검토했던 지역은 군용 작전도로로 쓰이는 10m 폭의 비포장 능선 도로구간이어서 환경이 훼손될 염려가 없다"면서 "까다롭다는 군(軍)이 군사보호시설구역까지 열어주면서 허가해 준 것을 문재화청이 발목 잡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라고 분통을 떠뜨렸다.

이 관계자는 "현장을 둘러보지도 않고 천연보호구역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신재생에너지 장려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공해가 없는 풍력발전까지 가로막으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덧붙여 말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사업 초기 주민갈등을 해소할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기존 법령도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운동과 연대해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간사는 "난산풍력 갈등은 사업자가 초기 대응을 잘못해 감정싸움로까지 비화된 사례"라면서 "재생가능 에너지원들도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 원자력이나 화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관련 법령부터 풍력의 특성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대형발전소들이 입지하면서 불거진 문제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전이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는 주민 지원이 부족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 전환에 대한 기본적 가치가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정부주도는 수용성이 낮고 '법대로 한다'는 극단적 사고는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인식전환 운동이 절실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는 시대에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민들의 이해 확대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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