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경수로1400' 국내 기술진 설계…세계 원전시장 주역 합류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제2 도약을 위한 시금석이 될 차세대 원전이 국내 처음으로 착공됐다.

한국수력원자력(대표 김종신)은 지난달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부지에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지자체 및 지역주민, 건설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고리 3,4호기의 기공식을  가졌다.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최초 140만kW급 대용량 신형원전으로 2013년 9월과 2014년 9월에 각각 준공되며, 7년간 모두 5조 73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신고리 3,4호기에 첫 적용되는 '신형경수로1400'(영문명 : APR1400)의 전기출력은 기존 한국표준형원전의 1.4배, 고리 1,2호기의 2.5배에 달한다.

이 모델은 1992년부터 10여년간 2330억원을 들여 국가선도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국내 기술진이 설계한 것으로 현재 세계 각국이 주력으로 건설중인 제 3세대 원전에 해당된다.

APR1400의 최초 건설사업인 신고리 3,4호기는 향후 국내 원전 건설의 새로운 표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선진국들과 원전주도권 다툼 '어깨 나란히'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행진과 지구온난화 현상, 그리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전력수요 급팽창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35기에 달하며 2030년까지 원전 건설 규모는 170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원전 르네상스를 예견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3세대 원전 개발을 마치고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고리 3, 4호기 착공은 3세대 원전 건설에 착수함으로써 한국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 원전시장에서 주역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고리 3,4호기의 건설을 통해 APR1400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수원은 한국의 신형경수로 1400은 프랑스 아레바의 1EPR(160만kW급)와 일본 미쓰비시의 APWR(150만kW급) 등과 더불어 대용량 신형원자로인데다 건설기간을 48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어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경제성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 3세대 원전 세계 현황
현재 3세대 원전을 운영 중인 국가는 일본뿐이며 중국, 프랑스, 핀란드 등에서는 3세대 원전을 건설 중이다.

3세대 원전의 개발과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일본으로 현재 1350MW급 ABWR 3기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시카 2호기를 비롯해 ABWR 5기를 건설 추진 중이고, 이 기술을 타이완에 수출, 렁멘에 2기를 건설 중이며 또한 1500MW급 APWR 2기를 건설 준비 중이다.

프랑스도 아레바를 통해 1550MW급의 EPR 개발을 완료, 현재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와 자국 내에 프라망빌 3호기를 건설 중이다. 미국은 AP1000을 개발해 놓고 중국에 4기를 수출,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신형경수로1400을 바탕으로 2015년 100% 원자력 기술독립을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에 의존해왔던 노심설계 및 안전해석 분야의 주요 설계 및 분석용 핵심 전산코드를 우리 손으로 자체 개발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2016년께부터 한국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원전수출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신고리 3,4호기의 착공은 단순히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도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훨씬 뛰어난 신형 원전이 들어섬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종신 사장과의 일문일답.
- 신고리 3,4호기에 처음 도입되는 ‘신형 가압경수로(APR 1400)’모델은 어떤 것인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 설비모델인 ‘APR 1400’은 140만㎾급의 대용량 신형 원전이다. ‘APR 1400’ 모델은 기존 한국표준형 원전보다 발전용량이 40% 정도 많을 뿐만 아니라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안정성과 경제성도 크게 향상된 게 장점이다. 향후 세계 신규원전 건설시장에서 주력형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개발과정은.
“APR1400 기술개발은 국가 선도 기술개발 과제(G-7)의 일환으로 199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연인원 2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약 2330억원이 투입돼 추진됐다. 기술개발은 개념 설계(1단계), 기본 설계(2단계), 설계의 최적화 및 실증 실험(3단계)으로 나눠 수행됐다. 특히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비를 최신화했다. 일부 설비에 대해서는 실증 실험 및 검증을 세계 최초로 수행하기도 했다.”


-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
“국내 최초의 140만 kW급 대형원전으로 최신 신형원자로 설계 요건을 반영,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초대형 지진사고에도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 신고리 3,4호기 착공의 의의는.
“신고리 3,4호기의 착공은 단순히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APR1400의 궁극적인 기술 입증이라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제 제3세대 신형원전 보유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앞으로의 원전 건설 계획은.
“연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 동향과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불안, 기후변화 협약 등으로 세계적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15기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 인허가 신청을 준비중이고, 일본도 2015년까지 원전비중을 43%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각 나라들도 원전의 안전성을 심도 있게 평가해 원전을 재가동하도록 승인해 주고 있는 추세다. 한수원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원전 1400MW급 신형경수로인 신고리 3,4호기를 비롯해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을 차질없이 건설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이를 통해 2015년까지 8기의 원전 건설을 완료해 2만5916MW의 설비를 확보해 전력수급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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