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ㆍ기후변화로 전망 밝아 … 성장성 좋아 장기투자 유리

 

 

올 한해도 고유가와 지구온난화가 이슈로 떠올라 신재생에너지 펀드를 필두로 온난화펀드 탄소펀드 물펀드 광물펀드 등에 이르는 에너지ㆍ자원ㆍ환경 펀드가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가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온난화는 대체에너지 개발과 배출권 거래, 친환경산업 육성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위기를 투자기회로 활용하려는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수익률 전망, 장기투자 포인트 등에 대해 알아봤다.

 

◆ 금융시장, 고유가ㆍ기후변화에 꽂혔다 = 에너지와 관련된 펀드상품이 첫 출시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KB자산운용이 시중은행과 보험, 연금 등의 11개 기관투자자와 함께 3300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를 출시한 것.

 

이 상품은 상용화된 태양광발전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시행법인의 주식을 인수한 뒤 15년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외형은 펀드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다름없다.

 

신재생에너지 펀드는 정부가 발전차액제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수익률은

0.56%의 신탁보수를 공제하고 연 7%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투자자를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의 기관투자사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공모펀드보다 소극적 개념의 상품으로 볼 수 있다.

 

뒤이어 포문을 연 상품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물 펀드'다.

 

물 펀드는 온난화로 인한 물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자원 부문에 투자가 확대된다는 전망을 전제로 만들어진 상품. 상ㆍ하수도 건설, 배관 생산, 수질ㆍ수량관리 등의 종목에 투자한다.

 

이 상품은 출시 수개월만에 '중국인이 씻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한 마디로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첫 상품 '삼성글로벌Water'로 내놓은 삼성증권은 한때 하루 4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기염을 토했다.

 

현재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물 펀드는 삼성을 포함, 한화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 산은 '산은S&P글로벌워터', 한국운용 '한국월드와이드워터' 등 11개나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에 투자하는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명 '온난화 펀드'는 에너지 고효율 산업과 친환경산업, 저탄소 연료산업 및 대체에너지 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현재 출시된 상품은 KB의 'KB지구온난화테마주식형', 대신의 '대신지구온난화투자주식종류형', 슈로더의 '슈로더글로벌기후변화주식종류형', 도이치의 'DWS프리미어기후변화주식' 등 4종이다.

 

지난 12월 하나UBS자산운용이 첫 선을 보인 '니켈개발 1호 펀드'는 희귀광물자원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광물개발펀드다.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며 규모는 약 2600억원이다.
 
자원ㆍ외환ㆍ파생금융 전문사인 ㈜포넷은 올 초 1000억원 규모의 오일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며 전문자산운용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광물ㆍ자원 부문의 투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가 정부 주도로 출시돼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다. 탄소펀드는 CDM사업이나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에 투자해 확보한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 길게 봐야 수익 낸다 = 이들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관련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무엇보다 미래 성장형 종목이란 점에서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긴 안목으로 관련 산업의 성장성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높은 기대에도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물펀드가 좋은 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물펀드의 평균수익률은 -2.72%였다. 전체 증시가 일시에 요동친 데 일차적 원인이 있으나 당장 큰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조급증이 더 큰 실망을 불렀다.

  

삼성증권은 "물 관련 산업의 성장성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며 "이머징 펀드대비 기대수익률은 낮지만 선진 증시 펀드보다는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낙관했다.

 

온난화 펀드는 급락장 영향에도 최근까지 4~6%의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물론 해외 주식형이 17% 내외의 높은 수익률을 올린 데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반면 온난화 펀드는 다양한 업종에 투자해 리스크가 분산되고 향후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체제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온난화 펀드는 선진국 관련 기업에 투자해 장기적 분산투자 수단으로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늦게 돛을 올린 자원개발펀드 역시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유전개발 펀드처럼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니켈펀드 출시에 이어 민간 주도의 유전펀드, 선박펀드가 잇따라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 테마주 펀드수익 견인 = 대신증권은 지난달 8일 내놓은 '2008 테마전망' 보고서에서 "고유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 테마주들이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플랜트, 유전개발 등에도 다량의 오일머니가 몰릴 것으로 봤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수혜가 기대되는 산업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디젤 및 에탄올, 유전개발, LNG선 건조 등이다. 지난 한 해를 풍미했던 태양광과 풍력도 일부 옥석주가 가려지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일머니는 주로 발전담수플랜트, 석유화학플랜드, 오일가스플랜트 부문에 쏠릴 전망이다.

 

에너지ㆍ자원ㆍ환경 펀드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테마주의 상승 여부에 보조를 맞춰 수익률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고유가와 기후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난화는 환경보호 차원이 아닌 실질경제 문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301억달러, 오는 2010년에는 이보다 5배 늘어난 1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2013년 이후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협약상 감축의무를 지게 되면 연간 49억달러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리 준비하면 '기회', 뒷짐지고 있다간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차관은 지난해 본지가 주최한 제2차 CEO조찬포럼에서 "87%에 이르는 많은 기업들이 온난화를 위기보다 기회로 보고 있다"며 "날씨 관련 보험상품이 출시되고 냉난방 관련 신기술이 건설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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