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최근 들어 전기요금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한마디로 전기요금 인상 없이 원전감축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한가이다. 전원별 공급비용은 접근방법과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전력산업에서 적용하는 비용의 틀에서 보면 에너지전환에 따른 추가비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의 비용문제도 살펴보아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긴 안목에서 에너지 전환이란 목표를 위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 일 것이다. 

재화의 생산, 거래, 판매단계에서 비용, 가격, 요금 등 다양한 개념이 사용되지만 결국 요금이란 공급비용의 그림자와 같다. 시장의 수급여건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나우리 실정에서 그 영향은 미미하다. 따라서 비용 등락이 곧바로 요금으로 직결된다. 우리의 공급비용 산정방식은 타당하고 공정한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전원, 안전을 위협하는 전원, 장거리 전력망을 필요로 하는 전원과 친환경 분산전원을 단순히 직접비용으로만 따질 것인가, 아니면 간접비용까지 포함할 것인가? 이는 결국 비용의 범위와 수준에 관한 것으로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외부비용이나 사회적비용도 결국은 비용유발과 부담의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 누군가 비용을 유발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하면 되지만, 유발자는 무임승차를 하고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비용을 내부화 하게 되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선진국의 경우 외부비용이 각종 부담금이나 세금의 형태로 공급원가에 더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제도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거론되고 검토되었지만, 현실적인 장애와 저항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근래 들어 여기저기서 사회적비용이 포함된 원별 공급비용과 에너지전환에 따른 요금영향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비용으로 통칭되는 환경비용과 분산편익을 어디까지 포함시키고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기존 대규모 전원에 사회적비용을 반영하면 공급비용이 상승할 것이므로 에너지전환에 따른 상대적인 추가비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존 발전은 지속적으로 공급비용이 상승할 것이나 재생에너지 비용은 하락추세이므로 결국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에너지원에 따라 다르고, 국가마다 여건에 따른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미루어볼 때 전원별 공급비용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이 지금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반영되고 있으며 조만간 반영될 수 있느냐이다. 아무리 친환경 가치가 크고 분산편익이 있다하더라도 비용으로 내부화되거나 규제비용으로 부과되지 않는다면 요금에 반영하기 어렵다. 규제시스템이 있더라도 가격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외부비용의 내재화와 규제시장의 작동이 선결되어야 한다. 만약 규제시장 잘 설계되고 환경급전, 분산편익을 반영한 시장규칙이 작동된다면 공급비용은 변동할 것이며 요금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은 가상의 값으로 비용을 부과하거나 요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외부비용의 내부화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용을 낮추는 노력도 시급하다. 선진국은 물론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이 급속히 하락하였으나 우리는 아직도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후여건에 따른 불리함은 차치하고라도 토지비용, 열악한 입지에 따른 공사비용, 규제비용, 사업방식 등 공급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많다. 지금 당장은 사회적비용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높은 상태이므로 에너지전환이 요금인상을 유발할 것이다. 만약 원전의 가동률을 높인다면 공급비용의 상승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이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보았듯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만약 요금을 붙들어 매고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숨겨진 비용’이란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요금이 공급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작동한다면 전력산업의 많은 문제들이 상당부문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절약, 수요관리, 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도 활성화될 것이며, 온실가스감축이나 환경문제 개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일부 전력다소비업종을 제외하고는 제한적이다. 또한 지금처럼 전기요금을 규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 과거 7, 8년 전의 사례에서 보듯이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일차에너지를 사용하던 제조공정과 난방수요가 전기로 전환되었고 소위 ‘전력난’의 주된 요인이 된 바 있다. 

이제 우리 전기요금도 발전비용 송배전비용 등 직접비용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외부비용이 반영되는 요금수준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연료가격 등 공급비용의 변동성과 규제비용을 주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요금조정메커니즘’의 제도화를 통해 전기요금을 불합리하게 규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전기요금을 더 이상 산업정책의 수단이나 물가관리 지표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벋어나 가격기능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요금으로 전환할 때이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chrhee@keri.re.kr

키워드
#전기요금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