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드론 자율비행기술로 풍력발전 점검시장 진출

[이투뉴스]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후 인류는 기상이나 지리 분야에서 더욱 정밀한 데이터를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드론이 위성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사진>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위험한 환경에서 드론은 최적의 데이터 수집도구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Near(가까운), Earth(지구), Laboratory(실험실)의 약자인 사명 ‘니어스랩(Nearthlab)’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니어스랩은 2015년 최 대표와 정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 15명이 근무하고 있다. 둘은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함께 한 고교·대학동기로 일찍부터 드론을 접했다. 대학원 졸업 후 최 대표는 두산중공업에서 플랜트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정 CTO는 인공위성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했다.

최 대표는 “당시 발전소 현장에서 가보니 안전점검이나 보수작업에 사람을 투입하는 일이 잦았다. 수위를 재는 일부터 높은 굴뚝에 올라가 상태를 확인하는 일까지 최첨단 모니터링 설비를 갖췄으나 사람의 손길이 무척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열악한 생활·산업현장에서 안전점검에 필요한 데이터를 드론이 수집하면, 안전할 뿐 아니라 점검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개인마다 편차를 보이는 데이터 품질 역시 정확도와 일관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니어스랩이 ‘드론 제작업체나 데이터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드론이 스스로 입체적인 비행경로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경로 설정(자율비행)’과 센티미터(cm)단위의 섬세한 비행 운전을 할 수 있는 ‘정밀 비행제어’ 등 기능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개발, 비행드론에 장착해 산업‧생활현장에서 안전점검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풍력발전기를 점검할 수 있는 드론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자율비행 관련 기술은 독보적인 경지에 도달했다. 통상 드론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거나, 미리 정해진 경로를 입력해야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니어스랩은 인공지능(AI) 목표물과 장애물을 인지, 드론이 스스로 판단해 비행토록 했다. 미리 대상을 특정하거나 경로를 설정하는 등 별도 준비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비행이 가능하다. 조종사는 자율비행 필요 시 ‘자동모드’만 켜두면 복잡한 경로를 직접 조정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 기술로 세계적인 인공지능용 반도체 생산업체 엔비디아(NVIDIA)가 주최한 인공지능 기술 컨퍼런스 2018(GPU technology Conference 2018)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니어스랩의 드론은 교량·발전소 등 거대하고 복잡한 시설물의 균열과 구조결함을 확인하는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람이 밧줄을 타고 육안으로 확인하는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최 대표는 풍력발전기 안전점검에서 활용도가 클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민간업체와 협력해 풍력발전기의 블레이트(Blade, 풍력날개)를 점검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점검 시 최소 반나절 동안 가동 중단이 필요했지만, 드론 투입 후 약 15분 만에 필요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초속 15m의 세찬 바람에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한 만큼 웬만한 기상악화 상황에서도 끄떡없다는 설명이다.

드론이 풍력발전기블레이드에 근접해 스스로 비행하며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하면, 풍력발전 분야 전문가가 사진을 분석해 리포트를 제시한다. 니어스랩은 블레이드 결함을 예상할 수 있는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를 얻을 뿐 아니라 가동중단시간까지 단축하는 만큼 풍력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수익과 직결된 풍력발전기 이용률을 전반적으로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마치 하루 종일 걸리는 건강검진을 단 십분만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꼼꼼하고 저렴하게 수시로 검진을 받는다면 결과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더 좋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참고로 풍력발전기 유지보수(O&M)시장에서 드론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교량 및 송전선로 점검시장도 각각 약 1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강원과 제주에서 수시로 드론을 이용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점검을 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미국과 프랑스에도 진출이 예정돼 있다. 국내외에서 풍력발전기 점검 시 니어스랩의 드론을 활용하는 게 대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에너지스타 인터뷰는 ‘[창간특집] 에너지스타트업, 제조에서 서비스로 산업 전환 최전선’ 의 후속기사입니다. 앞으로 역량 있는 에너지스타트업을 지속 조명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와 문의(hwan0324@e2news.com) 부탁드립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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