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매장량 늘었지만 부채비율 700%
강영원 前 사장 손해배상 민사소송 추진

▲울산 석유공사 사옥.
▲울산 석유공사 사옥.

[이투뉴스] 한국석유공사(사장 양수영)가 무리한 덩치 키우기식 성장전략이 현재 공사의 부실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석유공사는 26일 해외자원개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 2008년 정부가 수립해 시작한 '공사 대형화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양적 성장만을 꾀하다 보니 체격만 커지고 체질은 오히려 더 허약해졌다는 판단이다. 

2007년 기준 각각 5만배럴과 5억배럴에 불과했던 공사의 해외유전 일일생산량과 매장량은 지난해 일일생산량 18만배럴, 매장량 15억배럴로 크게 늘어났다. 3배 이상의 기록으로 외형상으로는 튼실한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선 지난 10년간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2007년 64%에서 지난해에는 700%를 기록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007년 166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3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무리한 인수와 운영관리 부실로 1979년 설립 이후 가장 큰 경영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게 위해 공사는 지난 4월 노사공동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확보한 자산과 인수합병(M&A)한 기업들의 취득 경위를 파악하며 그 과정에서 위법 또는 부당한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특히 개혁위원회는 ▶경제성 평가기준 수립의 적정성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과정 ▶카자흐스탄 숨베사 인수과정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 생산설비 시공과정에서의 계약 조건 변경과정 ▶이라크 쿠르드 지역 탐사사업 참여과정 등 5개 분야에 대해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확인매장량과 추정매장량의 혼동, 자산가치 과대평가, 유리한 방향으로 내부수익률 산정, 낙관적인 생산량 예측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향후 공사는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 관련해서는 강영원 전 사장을 손해배상 요구 민사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캐나다 블랙골드 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권자나 업무지시자는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이라크 쿠르드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자체적으로 1차 징계 조치를 한 상태지만 산업부, 청와대 등 외압 의혹을 감안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 사업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를 펼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외자원개발혁신 TF 권고안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철저히 이행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체질을 개선을 하겠다는 공사의 강력한 각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게 됐음을 말하게 돼 송구스럽고, 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지난날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제성 평가기준, 투자기준 보완, 자회사 통제 등 전면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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