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3사 부실
‘민낯’ 드러난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3사 부실
  • 특별취재반
  • 승인 2018.07.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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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부풀리기, 무리한 사업 참여, 공정성·객관성 훼손

[이투뉴스]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3사가 무리한 사업 투자로 입은 손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1개국 169개 사업에 414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회수한 금액은 145000억원에 그쳤고, 부채는 515000억원에 달한다.

산업부는 이들 공기업 3사와 산업부의 합동 자체조사 결과 및 해외자원개발 혁신 민간 태스크포스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자체점검은 그동안 자원개발 사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부실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졌다. 해외사업 의사결정과 추진과정에서 위법부당지시 등의 정황을 파악하고, 부실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다.

각 공기업은 검찰에 관련자료를 넘기고 추가 형사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혁신TF는 최종 보고서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 29개를 평가한 결과 경제성과 전략성이 모두 미흡한 사업은 4개였다며 이들 사업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헐값 매각이 되지 않도록 매각 대상 사업을 비공개하고, 매각 기한도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목표수익률 제멋대로 하향

그동안 26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한 한국가스공사는 5개 사업이 종료돼 현재 21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8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채 무리한 투자의사결정과 유가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대응 및 관리 능력부족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탐사 실패 및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추정 회수 가능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한 사례 등을 종합하면 재투자를 포함해 13833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회수액은 524800만 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 감사실, 외부 감사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전체 해외사업에 대한 사업선정 경위, 의사결정 과정, 자금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특히 가스공사 내에 해외자원개발 의혹 안심제보센터를 운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제보를 청취하는 과정도 병행했다.

이들은 공사가 추진한 사업 중 추가 의혹이 드러났거나 손실규모가 크고 감사원 감사·국정조사 등 대내외에서 집중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이라크 아카스, 호주 GLNG사업에 대해 추가적인 서류검증, 관련자 인터뷰 등 심층 조사를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이사회 개최 이전 자문사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 상 수익률은 9.5%이나 이사회에 보고된 수익률과 자문사의 최종 평가보고서 상 수익률은 12.6%로 상이하고, 또한 실제 투자비를 이사회에 보고한 일정보다 조기에 지급하는 등 수익률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문사가 중간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자산가치 상한액인 4억 달러를 초과한 56500만 달러로 고가에 자산을 매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 협상 상대방의 한국계 조력자가 사업 발굴 및 협상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시됐으며, 투자실무위원회부터 투자심의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사회에 이르기까지 8일에 종료되는 등 의사 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톱-다운 방식에 의한 무리한 사업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동일 기관이 거래자문과 사업평가를 수행해 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으며, 추가광구 매입 시 자체 기술평가를 시행하지 않았고, 당초 기술평가 기관의 가채자원회수율은 23%에 불과함에도 운영사가 제시한 회수율 50%를 그대로 적용시켜 결과적으로 고가매입 논란을 자초했다.

아울러 국내외 기업과 공동 지분매입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했으나, 참여희망자가 없어 구성에 실패하고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당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검토된 목표수익률인 15%를 경영위원회에서 13%로 하향조정해 수정의결하고,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실무부서 검토 없이 목표수익률을 재차 하향 조정했으며, 이사회에서 이전 입찰 참여시 목표수익률을 10%까지 위임받았다고 전임사장이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는 등 무리한 사업 참여의 과정이 드러났다.

또 입찰 당시에는 시리아로 가스를 판매해 조기에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반영시켜 투찰가격을 결정했으나, 사업개발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이런 계획이 제외돼 목표 수익률 하락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내부 검토 없이 그대로 투자를 강행했다.

201312월 이후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치안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체 대응방안을 6개월이 지난 20146월에 수립했으며, 이 기간에 기자재를 무리하게 추가 발주하는 등 1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강행해 손실을 키웠다.

호주 GLNG사업의 경우 호주 퀸즈랜드주에서 석탄층 가스전을 개발, LNG 플랜트를 운영하는 사업(지분 15%)으로 20101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유가하락 등으로 투자비 425200만 달러 중 169100만 달러의 손상차손을 입었다.

20106월 이사회 이후 호주 달러의 평가절상, 개발비용 증가로 투자비 증액이 예상됐으나 20126월 운영사인 산토스가 투자비 증액을 공시한 이후인 2012S11월에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사업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분매입 시점인 20112월에 제3LNG구매자의 LNG 매매가격 인하로 연간 약 1500만 달러의 수익이 감소되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햇으며, 최초 경제성 평가 시 지분 매입비 이자비용 3600만 달러를 누락하는 등 경제성 평가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사에서 통용되던 목표수익률 10%에 미달함에도 별도의 검토 없이 투자를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2차례 투자비 증액 시에도 유가전망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수익률을 과다하게 산출했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는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의 경우 산업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혐의사항 외에 새롭게 드러난 의혹사항에 대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고, 이라크 아카스 및 호주 GLNG사업의 경우에도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과 유사한 시기에 투자가 이뤄지고, 관련자 대부분이 퇴직한데다 징계 시효가 경과하는 등 조사의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키로 했다.

광물지원공사, 공공성 저버린 혈세 먹는 하마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전체 47개 해외투자사업에 진출했다. 이 중 21개 사업은 종료됐고, 현재 26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48억달러를 투자했으나 회수액은 47000만달러로 10%에 불과하다. 이미 투자액의 절반가량인 214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노사 공동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볼레오 사업의 무리한 운영권 인수와 부실한 검토, 암바토니 사업의 쉐릿사 대납의 적정성, 산토도밍고 사업의 인수합병 합목적성 및 의사결정의 적정성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를 펼쳤다.

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사업을 지분 10%로 시작, 2012년 단독 운영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부실한 사업성 검토와 광산개발계획 변경, 동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투자비 149000만달러 중 117000만달러를 손실로 남겼다.

운영권을 인수하는 중요한 의사결정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전문업체의 낙관적 조사 결과를 검증 없이 수용해 경제성 평가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민간 참여사들이 추가 지분인수 불참을 통보하는 분위기임에도 공사는 리스크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운영권을 인수했다. 기관장과 이사가 해외출장 및 휴가로 불참한 상황에서 20128월 이사회를 개최, 의사결정 또한 안일하게 진행했다.

운영권 단독 인수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주단이 PF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자금조달계획 수립, 광산개발계획 재수립 등을 요구했으나 공사는 조속한 광산건설 재개를 위해 미국수출입은행의 PF 자금 42000만달러를 공사 차입금으로 전환했다.

PF 대주단이 갱내채광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PF 자금인출을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공사는 20145PF 대출약정액(34000만달러)을 공사 지급보증으로 조달했다. 이로써 PF 자금 8억달러 모두를 공사 채무로 부담하게 됐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은 2006년 지분 21%로 참여해 2010년 경남기업 지분 1.5%를 추가 인수, 현재 22.5%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비 184000만달러 중 손실금액은 53000만달러다.

운영사 쉐릿이 200812월 자금조달 실패로 건설연기를 요청하자 공사 주주단은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운영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나아가 공사는 대출계약 지급보증을 대지급하는 과정에서 검토 없이 상환기간을 2년 더 연장, 3000만달러의 추가 금융 부담을 발생시켰다.

칠레 산토도밍고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토도밍고 사업의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사업타당성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채 20113월 이사회에서 투자의사를 결정했다.

이사회에 부의할 당시 사업단계가 사전타당성조사 완료 이전이므로 사전조사단계 위험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했으나, 이를 낮게 적용해 경제성도 과대평가했다.

또한 현장조사에서 전력, 용수, 항만 등 인프라에 대한 추가 확인 및 협의가 필요함을 적시했으나 이사회에서는 '인프라 여건 양호'로 보고하는 등 무리하게 M&A를 추진했다.

공사는 볼레오 사업의 경우 확인된 주요 의혹들에 대해 산업부에 추가로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암바토비 사업은 주요 의혹과 관련한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며, 금융비용 추가부담, 무리한 준공식 추진 등에 대해서는 제도적 미비점 보완 등을 위해 추가적으로 내부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산토도밍고 사업은 당시 의사결정자들이 모두 퇴직해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공사가 확인한 사실 모두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투자의사결정 프로세스 및 시스템에 대해서는 내부감사를 병행한다.

광물공사는 앞으로 사안별로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감사에 적극 협조하고, 예상치 못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추후 통합기관 발족에 맞춰 공적기능을 더욱 강화해 앞으로 해외자원개발에 진출할 민간기업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 10년만에 1667억 순이익7338억원 순손실

한국석유공사는 무리한 덩치 키우기식 성장전략이 현재 공사의 부실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양적 성장만을 꾀하다 보니 체격만 커지고 체질은 오히려 더 허약해졌다는 판단으로, 대형화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2007년 기준 각각 5만배럴과 5억배럴에 불과했던 공사의 해외유전 일일생산량과 매장량은 지난해 일일생산량 18만배럴, 매장량 15억배럴로 크게 늘어났다. 3배 이상의 기록으로 외형상으로는 튼실한 성장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선 지난 10년간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200764%에서 지난해에는 700%를 기록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007166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3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무리한 인수와 운영관리 부실로 1979년 설립 이후 가장 큰 경영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공사는 지난 4월 노사공동으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확보한 자산과 인수합병한 기업들의 취득 경위를 파악하며 그 과정에서 위법 또는 부당한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특히 경제성 평가기준 수립의 적정성,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과정, 카자흐스탄 숨베사 인수과정,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 생산설비 시공과정에서의 계약 조건 변경과정, 이라크 쿠르드 지역 탐사사업 참여과정 등 5개 분야를 세밀하게 파악했다.

그 결과 확인매장량과 추정매장량의 혼동, 자산가치 과대평가, 유리한 방향으로 내부수익률 산정, 낙관적인 생산량 예측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향후 공사는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 관련해서는 강영원 전 사장을 손해배상 요구 민사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캐나다 블랙골드 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권자나 업무지시자는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이라크 쿠르드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자체적으로 1차 징계 조치를 한 상태지만 산업부, 청와대 등 외압 의혹을 감안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 사업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를 펼칠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게 됐음을 말하게 돼 송구스럽고, 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지난날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제성 평가기준, 투자기준 보완, 자회사 통제 등 전면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김동훈 기자 @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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