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 3사가 지난 26일 일제히 보도자료를 냈다. 각 사별로 그간 논란이 많았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대책을 거론한 해외자원개발 자체점검 결과보고서다.

이번 발표는 공기업 3사가 동시에 실태를 조사하고, 같은날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전조율이 있었다는 얘기다. 미흡한 경제성 평가, 자산가치 과대평가, 낙관적인 생산량 예측, 성과홍보 치중 등 그간 알려진 내용과도 차이가 없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자원공기업이 처음으로 해외자원개발 부실을 자인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첫 사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광물공사는 '무리한 사업추진', '실패',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사과드린다'라고 했고, 석유공사는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관련자 처벌에 대해서 공기업 3사는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석유공사는 강영원 전 사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날 광물공사 노조는 독자적으로 다른 관점의 보도자료를 냈다. 해외자원개발 비리는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며, 산업부 책임도 있다는 내용이다. 공사 노조가 이런 말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줄곧 산업부의 꼬리자르기식 행태를 비난해 왔다.

그런데 성명서가 공개되고, 언론에 보도된 후 산업부로부터 광물공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이후 몇몇 언론사 단신 보도기사가 온라인상에서 사라졌다. 주무부처로서 껄끄러운 입장은 이해하지만,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를 혹시 숨기려 한 것은 아닌지 낯뜨겁다.

MB 자원외교 비리가 세인의 질타를 받고, 최경환 전 장관 재수사 등이 거론되는 마당에 지난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과거 정부가 그래왔던 것처럼, 공기업을 방패막이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공기업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해외자원개발 혁신TF 권고안을 비판한다.", "특히 당시 정권 수뇌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부실한 해외자원개발 결정 및 운영과 관련된 수혜자들과 정책입안자, 그 하수인에 대한 수사도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이 문장의 어디가 잘못됐기에 산업부는 그리 몸을 사리는 걸까. 

무엇인가 숨기려 한다면, 그 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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