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우리나라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의 실상
③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의 편익
④ 에너지효율화 투자는 왜 지지부진한가

[이투뉴스/구민회] 미국 에너지경제효율위원회, ACEEE(American Council for Energy-Efficient Economy)는 2년마다 국제 에너지 효율 점수표(International Energy Efficiency Scorecard)를 발표한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25개국을 선정해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책과 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국가적 노력, 건물, 산업, 운송 등 네 개 분야 점수를 매긴다.

우리나라는 올해(2018년) 100점 만점에 52.5점을 받아 13위를 차지하였다. 2016년에 비해 점수는 9점 내려 가고 등수는 다섯 계단 떨어졌다(2016년 61.5점, 8위). 특히 ‘국가적 노력’분야에서 25점 만점에 9.5점을 받아 18위에 머물렀다(2016년 12점, 12위).

우리나라는 네 개 분야 중 ‘국가적 노력’이 가장 부진한데, 이유는 배점이 제일 큰 ‘에너지집약도의 변화’와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지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먼저 에너지 집약도는 매년의 총 경제산출량을 달성하는데 소비된 에너지의 총량으로서, 소비된 1차에너지 사용량을 GDP(달러 환산)로 나눈 값이다.

집약도가 낮을수록 GDP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에너지 양이 적은 것이므로, 해당 경제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에너지집약도가 -5.9%로 변화하여, 브라질 +6.2%, 태국 -0.6%, 러시아 -3.6%, 스페인 -5.8%에 이어 끝에서 다섯 번 째이다(21위).

반면, 일본 -17.9%, 독일 -13.0%, 그리고 미국은 -10.9%로서 더 이상 효율화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나라들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에너지집약도 변화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지출’에서는 2016년과 2018년 연속0점(5점 만점)을 받았다. ACEEE는 0점의 이유를 ‘에너지효율화 지출 데이터 확인 불가’(No data available)라고 밝히고 있다. 0점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정부의 에너지효율화 노력을 낮춰보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에너지효율화 지출금액 자료가 취합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경제규모나 에너지 사용규모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 의심을 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참고로 다른 나라 정부들은 독일 25억달러, 일본 17억달러, 이태리 15억달러 등으로 상당한 금액을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매년 지출하고 있다(아래 표 참조).

이러한 점수와 등수는 에너지에 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2015년 기준 1차에너지 사용량 세계 8위, 석유 소비량 세계 8위, 석유 정제 능력 세계 6위, 전력 소비량 세계 8위)에 비추어 대단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점수나 등수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2018년은 2016년보다 악화 되었다는 점도 문제이고(참고로 배점과 국가 숫자가 달라 함께 비교하지 못한 2014년엔 100점 만점에 44점을 기록, 16개국 중 12위를 차지하였다), ACEEE평가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문제이다.

한편 에너지 전문 국제 민간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 WEC(World Energy Council)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과 이용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 발간한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주요 자료로는 ‘에너지효율화 정책 – 작동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Energy Efficiency Policies – What works and what does not(2013)’, ‘에너지 효율화 기술 Energy Efficiency Technologies(2013)’, 그리고 ‘에너지 효율: 에너지 지속가능성을 향한 바른 길 Energy Efficiency: A straight path towards energy sustainability(2016)’등이 있다.

이 중 ‘에너지효율화 정책’ 보고서에서는 다음의 아홉 가지 조건을 에너지 효율화 정책의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한다.

이중 ‘6. 규제는 적절히 집행되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항목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규제는 에너지 효율을 증진시키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지만 그 역할을 올바르게 할 수 있으려면, 제대로 이행되고 효과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정책과 프로그램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규제 시행 과정과 시행 후에 반드시 평가되어야 한다.

규제를 따르지 않는 상태가 방치되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심각하게 왜곡된다. 벌칙은 분명해야 하고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되 발전적인 방향으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진보하는 기술 수준에 발 맞추고 에너지 효율의 지속적인 증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라벨링 프로그램과 성능기준이 주기적으로 개정·강화되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나라의 에너지 효율화 규제는 역할에 맞게 적절히 집행되고 주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gu@ee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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