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선 그린피스 캠페이너

▲이진선 그린피스 캠페이너
▲이진선 그린피스 캠페이너

[이투뉴스/그린피스 이진선]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국내 온열질환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사망자도 50명 가까이 발생했다. 이런 극단적인 폭염은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온도는 약 1°C 상승했는데, 앞으로 1.5°C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더 큰 재앙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40곳이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사용 목표를 세웠고, 실제 작년 한 해 전 세계 기업들이 구매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량은 프랑스의 일 년 전력 소비량과 맞먹었다.

지난 6월 삼성전자의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목표 발표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유럽, 미국, 중국 사업장에서 202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조달함으로써 진정한 기후변화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다.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조달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즉,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서상으로만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주장하는 인증서 구매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 미국의 일부 지역처럼 전력회사나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경우, 직접 구매를 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재생가능에너지를 석탄, 원자력, LNG 등 다른 에너지원과 구별해 따로 구매할 수 없는 곳에서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전력 회사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소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10개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구매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달라며 일본 정부에 공동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국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후변화 해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역별 재생가능에너지 조달 계획과 방식, 그리고 이행 수준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나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계획이 허울 좋은 약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목표를 유럽과 미국,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 세계 시민들이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1.5°C보다 더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업 및 산업계가 변해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의 변화는 필수다.

삼성전자가 첫발을 뗀 것처럼 더 많은 기업이 함께 대응해 나간다면,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심각한 이상 기후와 자연 재해, 미세먼지의 불안과 공포가 아닌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기회 말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의 동참과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jinlee@greenpe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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